산골통신

고단하고 또 고단하다...

산골통신 2020. 3. 23. 17:23

 

 

 

 

 

 

 

 

 

 

아침에는 씩씩하게 일나갔는데 지금은 깨갱이다...

 

오늘 보하는 날이다.

보는 농수를 보급하는 물 수로를 말하는데

일년에 한번 그 농수로를 일제히 청소 정비하는 날이다.

보감이라고 한 사람이 맡아서 연락하고 관리하는데

오늘은 그 봇물을 쓰는 논 쥔장들이 다 모여서 청소하는 날인 거다.

 

우리는 보뜰논이 아니라

그 봇물을 직접적으로 논으로 흘러내리게 해서 쓰지는 않는다.

논이 수로에서 너무 멀고 높아서 양수펌프를 이용해 퍼올리기 때문에

나가야했다.

 

어제 동네 방송 스피커가 요란하게 울렸다.

내일아침 8시까지 집집마다 한 사람은 꼭 나오라고...

 

장화신고 낫들고 깔끼들고 삽들고

한사람씩 모여들기 시작한다.

남자들은 삽들고 봇도랑 밑에 채인 흙을 퍼내고

여자들은 깔끼나 낫들고 검부지기 등등을 걷어올려 불놓고

 

산밑 마을인지라 불조심을 해야하기 때문에 산자락 근처엔 절대 불을 못 놓는다.

봇도랑 근처로 다 모아서 한꺼번에 태우고 안전한 곳에서만 불을 놓았다.

어제도 저짝 윗마을로 불자동차가 예닐곱대 앵앵거리며 올라가더만...

조심 또 조심해야한다.

 

산녀도 봇도랑 안에 들어가 철벅거리며 검부지기며 등등 긁어내어 퍼올리고 건져내고...

아침도 안 먹은 빈속에 바람 맞으며 열일했다.

 

보가 시작되는 첫머리에서부터 끝나서 냇가로 다시 흘러내려가는 그 지점까지 역할분담이 잘 되어 착착 알아서 하니

두시간도 안 되어서 끝났다.

작년 이맘때에 삽질을 엄청 했더니 올해는 좀 치울 것이 덜하구만...

 

새참으로 돼지불고기볶음으로 막걸리 안주해서 대충 때우고 흩어졌다.

 

그러고나니 까무룩... 오후 일을 못하겠더라고...

이럴때 나무꾼 있었으면 일 억수로 해야했을겨~

일 바빠 또 나가서 천만다행이지비 ㅋㅋㅋ

 

어제는 해지고 어둑해질무렵까지 일했다니께~

문득 산나물밭을 묘목 심어둔 곳에 하면 좋겠다 했더니만

그 즉시 거름을 팍팍 깔고 관리기로 로타리를 척척 쳐주는 겨...

우얄겨?!

뒤따라가며 돌 주워내고 일해야했지 뭐...

그게 좀 힘들었던가벼...

무슨 일을 전투적으로 햐...

한달 안에 아무때나 해도 되는디...

마눌이 뭔 말을 하면 안 하면 안 되는 줄 알어...

 

마가목나무 아래 의자 하나 갖다놓고 맥주 한캔씩 하고 쉬다 내려왔다.

매화향 넘치고 꽃잎 바람에 흩날리고...

무릉도원이 여기더냐...

 

근데

우린 왜 이리 일독에 빠져사는고...

 

이웃에서 둿뜰 나무를 여럿 벤다고...

오래된 구옥을 뜯는다고 나무가 필요하면 주겠노라고 하길래

얼른 주소~ 했지!!!

 

오늘부터 나무가 와서 막 쌓이는데 우와... 장난아니네...

아름드리 벗나무 이팝나무가 잘려나가는데 참 아까운기라...

그래서 전지가위들고 가지를 몇 잘라와서 삽목을 해뒀다.

살면 좋고...

 

수선화 딱 한 송이 피었다.

히아신스 네 송이...

저 주변으로 수선화랑 히아신스랑 빙 둘러서 무리지어 심어둬야겠다.

참 이쁘네...

 

나무꾼이 갈아엎어놓은 밭 하나...

괭이 가지고 고랑을 만드는데 겨우 하나 만드니 해가 꼴딱 지네...

산속이라 숲속에서 부스럭부스럭 뭔 소리가 자꾸 나고...

멧돼지가 애용하는 영역인지라 ㅋㅋㅋ

해가 지면 얼른 내려오고 싶다 ㅎㅎ

 

조금씩 조금씩 하다보면 다 하겠지...

 

지금 정짓간썬룸에 앉아 쉬고 있다.

지금 이 시간이 하루 중 가장 맘편하고 줗더라구...

아궁이에 불 땔 겨울 오기전까지 이곳은 산녀 놀이터로 삼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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