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나흘 날이 좋아서 밖에서 살았다.
지금도 해는 서산으로 떨어졌는데 어두워질 기미가 안 보이고 또 낮이 길어지니 달구새끼들이 안 들어가고 버텨서리
저놈들 들어가는 거 보고 닭집 문닫고 가려고 보초서고 있다.
오늘은 매가 안 왔는지 조용하더만...
보초서는 김에 심심하니 글 하나 투닥거리며 쳐올리고...
며칠 걸려 언덕 잡목들 싸그라 쳐내고 나니 오메 션한거!!!
오르내리며 보고 또 보고... 뿌듯 뽀듯!!!
나무꾼 오면 놀래자빠질 일들이 몇 개 생겼다!!!
천하무적 마눌이라고 또 놀리겠네!!!
아침에 봉덕이 아기냥이들 밥 차례차례 챙겨주고
닭집에 모이랑 물이랑 주고~
무심히 내려오는데 저 멀리서 똘망이 오네!!!
똘망이 밥그릇을 보니 얼렐렐레~ 언넘이 다 처묵었니?!
분명 그득 부어줬는데... 똘망이 그새 와서 지 밥그릇 비었다고 야단야단...
그래그래 오야 오야~ 밥 갖고 올게 기둘려!
부지런히 뛰가서 밥그릇 그득 사료를 퍼갖고 오는데 이노무 똘망이녀석 따라댕기며 잔소리하네!
이를테면 왜 내 밥그릇에 밥이 없는겨?! 왜 비어있는겨?! 왜 그러는겨?! 어여 갖고 와!
하는듯~
그래그래 미안타 그래~ 앞으론 신경쓸께!!!
온통 사과를 주절주절 하며 밥그릇에 부어주다가 후딱 뛰어온 똘망이 발을 밟았는가보더라...
그래서 또 혼났다!!!
저만치 도망가서 아웅 애웅 와웅~ 하면서 생난리를 치는데
하이고 미안시러버라 ㅋㅋㅋㅋㅋ
오냐! 그만 떠들고 밥묵어!
산밭 매실 전지는 다 끝마쳤다.
잘라낸 나뭇가지들도 앵간히 다 치웠고 자잘한 가지들은 나중에 한꺼번에 모아 치우면 되겠고~
고추하우스 청소가 남았는데 오늘은 그간 안 하고 뒀던 헛고랑 덮은 부직포 고정철핀을 다 뽑아냈다.
그걸 일일이 뽑아내야 고랑 비닐을 걷어내지!
날이 따뜻해지니 산골 사람들도 들일을 시작하더라.
산에 죽어 쓰러진 나무들 엔진톱으로 썰어서 경운기로 옮겨 나르고
마늘 양파밭도 둘러보고
슬슬 경운기 트렉터 소리가 간간이 나더라.
사진 속 솔숲너머 산밭에 일하러 갈 때면 봉덕이를 데리고 가는데
첨엔 이놈이 집 떠나면 죽는 줄아는지 안 가려고 버팅기다가
하루이틀 가보니 좋거등!
산밭에선 너르니 목줄을 풀어주는데 온 산을 뛰댕기면서 노는데 참 보기좋더라!
가자! 하면 얼렁 목줄 풀어달라고 착 엎드린다!!!
말을 알아듣더라고...
이리와! 하면 멀리 갔다가도 쏜살같이 달려와서 발 앞에 척 선다!
참 신기하지!!!
저리 좋아하는 걸 묶어 키우니 맘이 안 되어서
산밭에 일하러 갈 때면 늘 데리고 가서 풀어둔다!
오늘은 놀다가 가시덤불에 걸렸는지 목걸이를 잃어버리고 왔다!
이놈아 그거 없으면 어째!!! 어따 내버리고 왔니?
할 수 없어 아무 끈으로 하나 찾아서 묶어줬는데 나무꾼 올때 목걸이 하나 사오라 해야겠네!!!
얼마나 산에서 뛰놀았는지 지금 척 널브러져 누워 쉬고 있다.
낮에는 하도 날이 따뜻하다못해 햇살이 따가울 정도라...
비닐하우스 안에는 막 여름이더라.
방아잎이 돋았다.
수선화 촉도 돋아났고 너도샤프란도 차이브도 잎이 새로 올라온다.
저장 배추를 덮어둔 차양막을 거둬보니 뿌리는 괜찮은데 잎이 물러...
괜한 생각에 뿌리가 성성하니 저걸 땅에 묻으면 살지 않으려나?!
무는 잎이 돋으면 땅에 묻어 다시 키워 씨를 받는대매...
비록 한번 뽑혔지만 뿌리채 땅에 두었으니
한번 해보자 싶어 호미로 땅을 파서 일일이 심어두었다.
총 스물여섯포기!!!
살면 살고 못 살면 걍 반찬 해묵지 뭐...
무구덩이도 내일 열어봐서 싹이 날 애들 있으면 골라서 묻어보자!!!
이래저래 날이 폭해지니 낮에 할 일 많아 좋다!
저녁에 쉴 때는 컴 화면 그득 원예종묘 사이트 띄워놓고
침흘리며 구경하느라 정신없다.
이제 비닐하우스 온상이 있으니 뭐든 해볼 수 있거등...
에고데고 주머니사정 생각해가며 일 저질러야 하는데...
에라 몰것다!
닭집 문이나 닫고보자!!
'산골통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처럼 장에... (0) | 2020.02.14 |
---|---|
봄비오시는 중... (0) | 2020.02.12 |
겨울밭 정리하다가... (0) | 2020.02.06 |
드뎌 알았다! (0) | 2020.02.05 |
봄인겨 시방?! (0) | 2020.0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