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겨울밭 정리하다가...

산골통신 2020. 2. 6. 17:55

 

 

 

 

 

 

 

 

닭집 올라가는 비탈 언덕에 있다고 해서 언덕밭이라 부르는...

비닐하우스 골조만 덩그라니 남아있는데

그 밭에 몇년 전부터 산나물들을 뿌리채 옮겨심어두었다.

 

울릉도취나물인 부지깽이 곰취 곤달비 참취 눈개승마 두메부추 참나물 고수

방풍나물 달래 산마늘 뭐 기타등등 자라고 있다.

한번 심어두고 풀관리만 해주면 되는 그런 작물들을 좋아라 하는지라 ㅎㅎ

 

다른 나물들은 줄기 대궁 기세가 약해서 그냥 봄비 몇번 맞으면 사그라드는데

부지깽이 나물은 대궁이 성성해서 낫이나 가위로 잘라주지 않으면 일년열두달 버티고 있는 애들이다.

그래서 봄오기 전 새순이 성하게 올라오기 전 배어넘겨줘야 나중에 나물 뜯기 좋다.

 

하지만 낫으로 퍽퍽 치면 일이 수월한데 얘는 뿌리가 깊게 들어있는 애가 아니라서

금새 뿌리가 뽑혀버려 힘줘서 대궁을 치면 도로 심어야 하는 일거리만 늘어난다.

그래서 조심조심 전지가위로 하나하나 잘라줘야 하는 불편이 좀 있다.

 

두 고랑 쳐내니 밭이 좀 션하게 말끔하네.

그 옆 두 고랑은 곤달비와 곰취가 자라고 있는데 묵은 잎들을 치워주니

아이구 세상에나... 언제 이렇게 싹이 돋았대?!?!

올 겨울은 참말로 따뜻했나벼...

정작 제일 빨리 돋는 산마늘은 아직인데...

 

부지깽이나물은 벌써 뜯어먹어도 될 정도로 무성하게 자랐더라.

온통 고랑이 초록초록하다...

 

오늘은 닭집이 평화로웠다.

닭들은 어제 그 충격이 컸던지 지들끼리 신호를 주고받으며 조심조심 댕기더라.

알둥지에서 알을 꺼내보니 역시나 한 개가 모자라 ㅠㅠㅠ

어제 매란 놈이 사냥한 암탉이 낳을 알 한 개 ㅠㅠ

 

닭집 문을 안 열어주니 지들도 막 뭐라한다.

그래도 한동안은 닫아둬야 매란 놈이 관심을 안 두지...

어쩔 수 없다 이놈들아...

 

낮과 밤 일교차가 아주 크다.

할매집 수도 또 얼었다...

열선을 감아두었는데도 얼은 걸 봐서는 어지간히 추웠던가보다.

역시 집을 비워두면 여기저기 망가지는 곳이 속출한다.

하지만 어느 누가 와서 살아야 말이지... 다들 도시로 가서 오기가 힘든걸...

 

수천 평 되는 밭을 저거 다 어쩌누...

산녀 혼자 동동거려봤자 몇 백평이지...

그냥 나무나 심어두고 몰라라 하는 수밖에..

 

이웃 할매네는 재작년인가 그 큰 밭에 복숭아나무를 죄 심었더라...

그 윗밭 누군가네도 호두나무를 심어두고

울집 앞 길가 밭에도 호두나무 가죽나무 등등 이젠 여기저기 밭들이 나무들로 채워진다... 그리고 버려진 밭들이 눈에 띈다. 산길 오가다보면 묵밭에 잡목들이 무성한 곳이 많다...

 

이젠 아무도 밭농사에 열을 안 올린다.

그저 텃밭이나 가꾸는 정도...

 

봄은 왔는데 사람 소리가 안 난다.

오늘 하루종일 이웃들 한 사람 안 마주쳤다.

 

그래도 봄농사 채비는 해야해서

며칠전 고추모종 500포기를 이웃에 부탁했다.

그집 고추가 씨가 좋고 잘 키워서 작년부터 그집 모종을 갖다쓴다.

씨감자용 감자를 두 박스 챙겨놓고

들깨씨앗 갈무리해두고

이런저런 사둔 씨앗봉지며 받아둔 씨앗들을 한번씩 들여다 봐뒀다.

 

몇번의 꽃샘 추위는 오고가겠지만

이젠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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