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고 할 일이고 봄이 오기 전에 해치워야 할 일이 있다.
요즈음 날이 푹해서 몸도 근질거리고 해서 이차저차...
매실나무 가지치기랑 이런저런 잡목들 쳐내기를 해야한다.
봄 오기 전에!!!
나무꾼보고 톱이랑 전지가위 좀 좋은 놈으로 사오라고 부탁했다.
요새는 옛날과 달리 연장탓을 억수로 해야하는 그런 시대라...
엔진톱을 갖고 하면 나무 자르기는 일도 아닌데
기계치인데다가 무서워서리 아예 만질 생각도 안 한다.
톱 하나에 톱날 두개 그리고 전지가위 조선낫을 들고 씩씩하게 나섰다.
첫 일은 언덕밭과 닭집 사이 비탈 잡목 제거!
닭집 앞에는 맛있는 내 사랑~ 단감 나무가 멋지게 자라고 있는데
그 나무 앞을 칡덩굴과 뽕나무 등나무 덩굴이 휘감고 들어와 가리고 있어...
언제고 저 나무들을 걷어내야 하는데...
아무리 남정네들에게 얘기해봤자 귓등으로도 안 듣고 또 바빠서 그거 할 새가 없어...
결국은 산녀가 나섰네...
목마른 사람 샘 파야지 뭐~
날이 아주 폭해서 일하다보니 땀이 줄줄 흐를 정도여...
톱이 잘 드니 일할 맛이 나네그랴...
오른손잡이라 오른 편부터 쳐나가기 시작했다.
금동할매네에서 쳐들어온 등나무덩굴을 일일이 잘라내고 기세를 꺽은 다음 구기자덩굴 쳐내고 칡덩굴 쳐내고 찔레꽃덤불 걷어내고 한참 하다가
손구락 접어가며 저 칡덩굴 나이를 세고 있다.
저 칡덩굴이 울집 밭에 쳐들어온게 아마도 1990년도 더 된 아주 그 전일겨...
저걸 없애려고 할매랑 산녀랑 땅을 파고 또 파고 이따만한 칡뿌리를 캐고 막 그랬었는데... 그때도 제법 나이가 있던 칡이었단 말이지...
그러면 쟤 나이가 사십은 될듯?!?!
한참을 산수 계산하다가 칡덩굴을 두 줄기를 싹둑 잘라버렸다.
엄청 굵더라! 저거 도시장정들 이번 주말에 오면 캐라고 해야지!
이짝 끝에서 저짝 끝까지 낫과 톱으로 길을 뚫었다.
손에 까시가 박히고 얼굴 긁히고 아주 난리가 났다.
뭐 그러거나 말거나 일 발동이 제대로 걸렸으니 오늘 이 비탈은 산녀가 평정한다!!!
땀이 뚝뚝 떨어지는 희한한 겨울날씨...
뽕나무 두 그루를 베는데 아이구야 굵기도 참... 또 비탈이라 제대로 서기도 힘든데 톱질까지 하려니 참 곤란하기 그지없다.
그래도 우격다짐으로 베고 또 베어넘겼다!
가장 큰 둥치 나무를 베다가 그만 한대 얻어맞았는데~
아우우우... 얼굴을 정통으로 맞았다. 광대뼈 부서지는 줄 알았네!
망할 나무가 내 반대편으로 넘어가야하는데 칡덩굴이 위에서 다른 나무를 감고 있어 잘라낸 나무가 내 쪽으로 내리 친거여!!!
한참을 얼굴을 부여잡고 있다가 뭐~ 암시랑토않은 것 같아서 ㅎㅎ 다시 톱을 들고 나무를 잘라나가기 시작~
얼굴 한대 맞았으니 뺨에 멍이 좀 들고 말겠지 뭐~
일단 비탈 잡목들은 다 베어넘겼는데 저 자른 나무들을 어찌 어디로 다 치우나그래...
그것도 일일세...
한참 열내며 일하다가 톱날 하나 뿌사먹고...
일 그만 하란 뜻으로 알아묵고 후퇴!
집으로 내려와 새 톱날로 갈아끼우고 내일을 기약!!!
담날 아침 그러니까 바로 오늘 말이여...
일어나 거울을 보니 얼굴이 멀쩡하네?! 아프지도 않고 ㅎㅎ
나무 자르다가 한대 얻어맞았다고 어젯밤 동네방네 떠들었는데 에이 ㅎㅎ 머쓱~ 민망!
오늘은
산밭 매실나무 전지하기~
큰맘 먹고 올라갔다.
톱이 좋으니 그리 힘은 안 들겨! 슬슬 일을 시작하다가 그만 일을 냈다.
매실나무 전지는 그냥 잔가지 정리만 해주면 되는데
위로 뻗은 굵은 가지가 여엉 보기 싫어 하나 하나 자르다가 몽창 잘라버렸네!
에혀 내가 글치 뭐... 일이 커졌어!
에라 몰것다! 하는김에 사람 키 높이로 죄 잘라버리자!
이건 톱이 너무 잘 들어서 그런겨!!! 연장탓이여!!!
날이 어제만치 덥지는 않아서 땀은 안 났는데
하도 톱질을 하다보니 온몸이 톱밥 투성이!!!
누가 산녀를 지금 봤다면 눈만 빼꼼 나온 톱밥사람으로 보겠네 ㅎㅎ
그럭저럭 연못 아래 나무들은 다 정리했다.
나무꾼에게 이러이러하게 일을 저질렀소! 라고 사진을 찍어 보내니
잘라낸 나무 치울 걱정부터 하더라!!!
나무꾼은 요즘 조경 공부하느라 바쁘다! 조경기사인지 뭔지 시험이 곧 있어서 더 바쁘다.
괜히 산녀가 조경 배우라고 옆구리를 찔러서... 그런다고 후딱 또 배우러 가냐 그래...
내일 아침 일어나서 일 발동이 걸리면 남은 연못 위 매실나무 전지를 할 것이고
구차니즘이 발동하면 에고데고 구들장 엑스레이나 열심히 찍어야지!
보통 겨울철엔 심심해 죽을 지경까지 갈 정도로 바깥출입을 안 하고 버티는데
요번 겨울은 마치 날이 봄날같아 밖엘 안 나가곤 못 베기니...
겨울 농한기 실종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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