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그럭저럭~

산골통신 2019. 12. 24. 09:41

 

 

 

 

 

아직 틈새 막는 자잘한 공사는 남았지만 아기냥이들 살림살이와 집을 옮겨줬다.

아주 그런 난리가 없더라.

처음엔 자기네들 볼일볼겸 파고 놀던 흙바닥이 없어져 당황해서 이리 풀석 저리 풀석 우왕좌왕하더니만...

탐색을 이리저리 마친 다음부터는 아주 난장판이...

 

저 쥐색커튼을 친 너머에는 툇마루가 있는데 그 마루밑... 즉 커텐밑 마룻장 아래 틈새가 아기냥이들 들락거리는 비밀통로가 되었다.

미처 그것까지는 생각못하고 지들이 커텐 들쳐서 들락거리겠거니 생각하고 말았는데 세상에나...

 

봉덕이는 마루밑까지는 겨들어와도 저 틈새는 못 들어오지...

이리해서 이곳은 아기냥이들만의 아지트가 되었다!

 

아기냥이들에게 여기와서 자라 뭐 이런 말을 할 필요도 없더라.

아주 지들이 알아서 들어오고 놀고 자던걸...

원래 자기네 잠자리가 여기 있었던 것처럼...

 

봉덕이는 유리문으로 들어오긴 하는데 답답한지 금새 나가버리고 잘 안 들어오더라.

정작 이곳을 서둘러 공사한 이유는 봉덕이때문이었는데말이지...

 

아기냥이들이 제법 자라서 봉덕이랑 숨바꼭질을 잘 한다. 그전엔 잡혀서 물고빨렸는데

이젠 절대 안 잡히고 같이 놀던걸...

토실토실 통통 살이 쪄서 냉큼 잡아서 이뻐해주고 싶어도 이젠 쏙 빠져나가서 지들끼리 놀더라 ㅎㅎ

 

사람들이 개를 키우는 이유 중 하나를 알게 되었다.

외따로 떨어진 산골이라 몇 안되는 가구만 옹기종기 모여있는데 아무래도 긴긴 겨울밤엔 적막하니 외롭고 무섭긴 하더라...

가끔 봉덕이가 기척을 느껴 콩콩 짓는데...

처음엔 그 소리가 적응이 안되고 소란스럽게 느꺼져서 짜증을 냈더랬는데...

주로 새벽에 짓는 소리는 참 성가시더라구...

 

근데 어느새 그것도 적응이 되었는지

집에 또는 집 근처에 누가 지나가는지 다녀가는지 그 기척을 알 수 있게 되니 되려 안심이 된다할까...

참 모를 일이여... 인간 심사가...

 

그 전엔 누가 지나가는지 다녀가는지 당췌 듣고 보지 않으면 알 도리가 없었거든...

이젠 봉덕이 짓는 소리를 구분할 수 있게 되어

저 소리는 음... 누가 지나가는군...

저 소리는 지나가는 들냥이가 있나보군...

저 소리는 봉덕이랑 안 친한 누군가가 온 모냥이군...

저 소리는 봉덕이랑 친한 누군가인가보군...

저 소리는 울집에 볼일이 있는 손님이 온 모냥이네...

 

뭐 그렇고 그런 ㅋㅋㅋ

 

짓는 소리가 거칠고 오래가면 아마도 그건 산식구들이 내려온 것으로 짐작하면 딱 맞기도 한다.

주로 새벽에...

 

똘망이는 텃밭쪽으로 영역을 옮겨서 그곳에서 두더지사냥을 곧잘 한다.

겨울철이라 그런지 털이 북실북실 두툼하더라.

그걸 털이 쪘다고 냥이애호가들은 말하더만...

 

햇살 좋은 낮에는 아궁이앞에 앉아 잠시 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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