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보면 젖어있어서 비가 오는구나 싶은데 막상 나가보면 우산 쓸 필요성을 못느낀다.
그냥 대충 모자 뒤집어쓰고 여기저기 쏘댕겼다.
마당 아기냥이들은 봉덕이랑 친구먹고 지내는지 봉덕이방석에 사이좋게 들앉아 있더라.
봉덕이가 7월생, 아기냥이들이 9월생 뭐 맞먹어도 된다 생각하나벼~
봉덕이가 참 순하고 착하다고 동네 소문이 났다.
산녀가 맛난 간식을 먹으라고 주면 아기냥이들 먼저 주라고 얌전히 저만치 앉아있다가
아기냥이들 먹는거 보고나서 자기도 먹더라...
봉덕이가 먹고 있는걸 아기냥이들이 막 먹겠다고 쫓아오면 뒤로 물러서서 양보를 하고 안 먹더라...
아기냥이들 다 먹고나면 나머지를 핥아먹기도 하고...
그래서 봉덕이 밥이랑 간식은 아기냥이들 몰래 신경써서 따로 챙겨준다.
그걸 이놈도 아는 것 같더라구 ㅎㅎ
지 방석에 아기냥이들이 차지하고 앉아있으면 비키라고 하지 않고
귀퉁이에 슬쩍 엉디만 걸치고 앉는다.
가끔 특별식으로 갓낳은 달걀을 하나씩 주는데
산녀는 이때껏 이놈이 주는족족 다 먹었는 줄 알았으...
어제오늘 보니 이때껏 여기저기 숨겨놓았던 달걀들을 하나씩 파내어
얌냠욤뇸~ 먹고 있더라구 세상에...
시방 저놈이 몇개째 먹는겨?!
태어난 집에서 지엄마랑 살때 굶었던 것도 아닌데 왜 그러는겨?
모를일이여~ 본능인가벼...
비도 뿌리고 마땅히 할 일도 별로 손이 안 가서
산 아래 냇가까지 돌고
산 위 토꾸바랑 약샘 거쳐 할매할배 산소까지 내처 걷다 왔다.
산소는 멧돼지를 막기 위해 그물망을 빙둘러 쳐놓았는데 아직까지는 피해가 없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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