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달걀 상납~

산골통신 2019. 12. 3. 17:32

 

 

 

 

봉덕이는 달걀을 참 좋아라한다.

뭐 개들이야 다 좋아하겠지마는~

어느 유정란 파는 농원에서 풀숲에 낳는 달걀은 다 닭집 지키는 개들 차지라는 이야기를 들었더랬다.

 

봉덕이는 3개월 되기 전에 울집에 와서 낯선 집 사람들 적응하느라 힘들때

달걀 하나씩 줘버릇했더니 산녀가 닭집에 갔다오면 이젠 대놓고 기다린다.

 

오늘 알 다섯개 낳은 걸 갖고 오는데 봉덕이 녀석 빤히 쳐다보고 섰네!!!

요며칠 안 줬던지라 하나 줄까 하고 손을 내밀었더니 냉큼 쪼차와 물고 사라진다.

뭐 얻어묵을꺼 있나 하고 아기냥이들도 부지런히 쫓아왔는데 헛탕...

 

그 모습이 재미있어 알 한개를 깨서 냥이 밥그릇에 주니 아이구야~ 참 잘 먹네!

그걸 찍으려고 했는데 순식간에 먹어치워 놓쳤다 ㅎㅎ

봉덕이는 여기저기 숨길 데를 찾느라 온통 헤매더니 결국 목련나무 밑에 묻어놓더라~

저거 언제 꺼내먹으려나?!

 

똘망이는 오며가며 산녀를 만나면 뭐라뭐라 시끄럽게 야단이다.

막 쪼차댕기며 뭐라해쌌는데 뭔소리인지 내 모르겠고...

맛난거 줄까? 하고 손짓을 했더니 들냥이들 밥그릇까지 쫓아오더라.

캔 하나 까주니 조용해졌다.

배가 안 고팠던지 많이 먹진 않고 나중에 살펴보니 다 먹긴 했더라만...

 

원래 지 영역인 마당에 생전 보도못한 봉덕이놈이 있으니 가진 못하고

아기냥이들도 있으니 지딴엔 속이 상했나?!

한참을 쪼차댕기며 뭐라 하더니 지 갈길 갔는데

주로 텃밭과 할매집에서 왔다갔다하더라.

 

애기적 모습은 사라지고 이젠 중년고양이?! ㅎㅎ 뭐 그런 모습이더라.

 

닭들은 암탉 수는 변함이 없는데 장닭이 네 마리라...

조만간 서열쌈이 일어나지싶은데... 좀 걱정이다.

장닭들 문제를 어찌 해결해야할지 당췌 문제여...

 

2015년에 오일장에서 데려온 아버지장닭이 나무꾼의 총애를 받아...

산녀 손에 숱하게 잡아먹힐 위기를 넘기고 서열을 겨우겨우 유지하며 사는데...

그간 아들 장닭이 아버지장닭을 패대기친 것이 몇 번이던고...

거꾸로 매달린 적도 두번이나 있었고 피투성이가 되어 구석에 쳐박힌 적도 숱하고...

그때마다 나무꾼의 명으로 보호를 받아 명을 유지해왔다나...

 

계속 태어나는 장닭들과 서열쌈이 있을라치면 손자 증손자 장닭들을 격리시키거나 잡아묵거나 해서 이때껏 살아왔는데

 

아버지장닭도 이젠 늙은 태가 현저하게 나고

아들장닭도 늙수그레하니 볼품이 없어가는데

손자 장닭 한 마리와 증손자 장닭 한 마리가 기세등등

자라나고 있어...

 

조만간 하극상 서열쌈이 치열하게 있을 예정이라...

 

하필 저 아버지장닭에게 빙의 즉 자신과 동일시 비슷한 감정을 품은 나무꾼이 버티고 있으니... 자연사할때까지 냅두라는데...

 

에혀~

잡아묵지도 못하고 글타고 작은 닭집으로 격리시키자니 동네가 떠나가라 울어제낄텐데...

우짜노 말이다.

 

이건 난제여...

 

아버지장닭을 따르는 늙은암탉들을 골라내어 따로살림을 차리게 울타리를 치면 어떨까 싶은데...

그러면 일이 늘어난다말이여...

'산골통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같이 사는 식구들...  (0) 2019.12.05
나름 아궁이 벽난로를...  (0) 2019.12.04
막바지 가을걷이  (0) 2019.12.01
많은 일들을 막막 해치우고 난...  (0) 2019.11.26
소꿉장난같은...  (0) 2019.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