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고미루던 일들을 막 해치웠다.
몸이 고단하여 올해는 게으름과 농땡이를 얼마나 쳤던지 가을들녘 일거리가 마구 쌓여있어도 본척 만척...
보다못한 일머리 없는 무늬만 나무꾼이 설치기 시작했다.
더는 못 두고보겠는지 산녀를 끌고 산밭으로 가서 끝물 고추를 따내리고
배추밭 비닐걷이와 우거지 설거지를 하게했다.
세상에 이런 날도 오는구나 싶더라...
수년간 산녀가 앞장서고 나무꾼이 따라 하던 농사일들을...
이제는 나무꾼이 알아서 척척 하게 되었으니...
좋아해야하나...
일 안 하고 뒁굴뒹굴 책이나 보고 잠이나 자려는 산녀를 끌고댕기며
요며칠간 일만 하게 했다나...
오늘 그뎌 끝물 고추 대략 20여 근 정도 따서 건조기에 넣었다.
햇살이 좋았으면 봉당에 널어 말리면 되지만 뭐 비가 온다니 우짤 수 있나...
미련 안 두고 건조기로 직행!
안 따고 버리자니 아깝고 따자니 별거 없을듯 하던 계륵같던 끝물고추가 대박이 났다.
닷근도 안 나올겨... 괜히 힘들게 일만 하니 따지말고 둡세~ 나중에 한겨울에 심심하걸랑 따던가... 이러고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자빠졌었는데...
따도 따도 끝이 없어... 가지고 간 바구니가 모자라...
급기야 쌕쌕이 운반차를 끌고 가서 실어왔다나...
양손 엄지 검지 손가락이 쓰리고 아리고 아플 정도로 따고 또 땄다...
배추밭 우거지 줏어담아 날라 닭집에 던져줄 것들과 우거지용을 구분 정리해서 널어놓고
비닐도 싹 걷어냈다.
일하는 내내 봉덕이가 쫓아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놀더라...
사람 있을 때는 내내 풀어놓는데 그게 참 좋은 모양이더라...
얼마나 뛰놀았던지 집에 가서 줄로 묶어두니 그대로 늘어져 저녁까지 자더라 ㅋㅋ
아기냥이 두 마리는 마당이 좁다고 뛰댕길 정도로 컸다.
봉덕이랑 셋이 잘 놀고 잘 먹고 잘 잔다.
도시냥이인 지지와 봉이는 가끔 외출을 하는데... 그때마다 같이 놀자고 덤비는 봉덕이 피해댕기느라 바쁘다 ㅋㅋ
김장을 하고 남은 배추들은 비닐하우스 안에 넣어두고 차양막으로 덮어두었다.
겨우내 먹고 닭들 간식용으로 쓸 예정이다.
무 시레기는 잘 말라가고 있고... 뭐 먹고 나눌 양은 되지싶다. 도시장정 하나가 이때껏 별말이 없다가 올해 은근 탐를 내는데 거기까지 줄 양은 안되는데 우짤까 싶네.
게으름의 극치를 달리며 그냥 내버려둔 들깻단도 타작해서 치웠다.
누가 알면 기맥혀할거다 ㅋㅋ
아직도 들깨를 안 털었냐고 ㅋㅋㅋㅋㅋ 할말 없다...
대충 털어서 검부지기랑 같이 푸대에 넣어두고 날 좋은 날 선풍기 바람에 날리면 될게다. 뭐 들기름 2리터 정도 한 병 나오지 않을까 싶네.
들깻가루는 있으니 기름이나 짜서 나물무쳐무야지.
사실 더 놀려고 했는데
일요일부터 비가 온다해서리... 그리고 그뒤 기온이 확 떨어지고 춥다해서
더는 게으름 못 부리고 나무꾼한테 끌려나갔다 ㅋㅋㅋ
다 끝내고 타작마당 빗자루질 하고 있는데
겨울 재촉하는 비가 내린다... 제법 올 비다.
닭집에 물통 새로 갈아주고
배추 겉껍질 한 푸대 영차 들어다 부어주고
이제 일 없다!!!
남은 일이야 뭐 메주 쑤어서 달고 청국장 띄우고
그 뿐이다!!!
하이고 좀 살겠다...
좀 놀자구...
올해는 좀 고단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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