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비바람이 치고 요란벅적하게 비가 내렸다.
아침까지 간간이 오던 비는 오전 중 그쳤고 햇살이 더디 나와 날은 은근 쌀쌀했다.
무를 뽑아 묻길 잘했지!!!
나무꾼께옵서 심히 공사다망하야... 일정을 세세히 물어본 후 무 뽑을 날을 잡았다.
무 뽑는거야 뭔 일이냐마는... 그걸 밭에서 실어 날라 무구덩이 파갖고 묻는 것이 일이라 글치...
뭐 그것도 산녀 혼자 할 순 있지... 할 수는 있는데 그 후 뒷감당이 안되니께 글치 뭐...
허리가 예전 허리가 아니고 가끔 무르팍이 경고를 준다.
그래서 몸사리기를 유난스레 하고 있는 올해...
그 무거운 100여 개에 달하는 무를 내 어찌 날라...
밭에서 무를 뽑고 즉시 무청을 잘라내고 무 따로 무청 따로 실어날랐다.
무청은 빈 소마구 안에 척척 걸어널고
연한 아이들은 데쳐서 감자탕에 넣어먹을 용도로 따로 골라갖고 내려왔다.
무는 텃밭에 새로 비닐을 씌운 비닐하우스 안에 구덩이를 파서 묻었다.
습도와 보온을 위해 왕겨 한 푸대 밑에 깔고 무를 붓고 그 위에 비닐과 천막을 덮었다.
비닐하우스 안이니까 얼 염려는 없으므로 더 추우면 보온덮개 덮을 요량하고...
비닐하우스 안에 월동시켜야 할 연꽃 화분 열개와 이런저런 화분들 죄다 옮겨놨다.
도시 아이들이 다니러와서 영차영차 거들어주어 힘들었지만 일은 잘 끝났다.
비닐하우스를 텃밭용으로도 쓸 거지만 대부분은 온실처럼 쓰려고 한다.
그리고 추운 겨울 들냥이들 피신처로도...
이제 논이고 밭이고 텅 비었다.
메주쑤어 매달때 필요한 짚단 두개 서둘러 챙겨두고
나락도 다 들어왔다.
햅쌀 방아찧어먹어보니 묵은쌀 안 처다보게 되어 조금 남은 것들을 설에 가래떡이나 뽑아먹을까 하고 따로 두었다.
사람 입이 이리 간사하다니까...
김장 날자를 잡았다. 23일 24일 양일간에 배추 뽑아 절이기로 했다.
도시에서 세집이나 오겠다고 연락이 왔다.
그럼 우리까지 4집...
그날 안 추워야 할텐데... 일 잘하는 장정들이라 좋다!!!
배추는 약도 안 치고 벌레도 안 잡아줬는데도 속이 참 알차게 자랐다.
올여름 모종만 심어두고 훌쩍 떠나 있었는데
쥔장 손길 제대로 받아보지도 못했는데 너무나도 잘 자라준 배추들이라 미안키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진딧물이 좀 끼었고 몇포기는 병도 좀 들었더라마는 그래도 이정도면 족하다!!!
어제 여섯 포기 영차영차 뽑아들고 와서 소금물에 절여서 건져놨다.
이따 저녁에 버무릴거다. 양념은 아까 낮에 미리 만들어놨다.
자잘한 무도 골라서 소금에 절여놓고 이건 동치미용!
올해 항상 심던 밭을 옮겨서 그런가...
무랑 배추랑 맛이 참 달더라!!!
하루에 무 한개씩 생채만들어먹는데 매일매일 무를 채썰어야했다나~
도시 아이들도 무생채랑 배추겉절이만 있으면 밥 먹겠다고~ 아주 좋아라하며 한통 그득 싸갔다.
닭들은 여전히 잘 지내는데
두 마리가 알을 품으려고 기를 써서 요즘 알 꺼낼때마다 실갱이 하느라 죽겠다.
사정없이 쪼아대는 통에~ 냅다 들어서 던져버려도 다시 와서 빈둥지 품고 앉았는데 참말이지 기맥히다...
그래도 안돼!!! 이제 겨울이고 병아리 까봤자 추워서 못 살아...
진작에 먼저 품었던 두 마리 암탉들은 각기 4마리씩 병아리를 몰고 댕긴다. 많이 자랐더라.
큰닭 있는데로 나와서 놀게 병아리육아실 문을 열어줬다.
아기냥이 두 마리는 아직 이름이 없다.
그냥 아가들이라고 부른다. 하도 쪼꼬매서 한 주먹도 안되는 녀석들이라...
어찌나 밥탐을 내는지 누가 뺏아먹지도 않는데 밥 줄때마다 밥그릇 부여잡고 먹느라 바쁘다! 밥 못 먹고 굶어죽은 걸신이 붙었나 싶을 정도로 많이 먹고 자주 먹고 하더니만
배가 올챙이처럼 빵빵해졌다. 이젠 살겠다.
봉덕이는 중성화수술을 시켰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았는데 눈 딱감고 나무꾼이 동물병원으로 데리고 가서 했다.
인간들 위주의 세상에서 더불어 살려면 어이하리...
아침저녁 약먹이느라 산녀가 고생 좀 한다.
나무꾼은 강아지만 덜렁 데려다놓고 바깥일이 바빠 제대로 돌보지를 못한다.
천상 산녀 차지... 내 이럴 줄 알았다!!!
이래서 개는 싫다고 싫다고 반대를 했건만...
묶여있는 꼬라지 보기싫어 끈도 길게 해주고 낮에는 좀 풀어놓는다.
어여 아궁이앞 칸막이 공사를 해야 쟈들이 안 춥게 겨울을 날텐데...
도시에서 온 지지와 봉이는 매일매일 외출을 한다.
어디를 갔다오는지 모른다. 다만 산녀가 문지기역할 하느라 쪼매 성가시다는거 ㅋㅋㅋ
대소변을 밖에서 해결하고 와서 그거 하나 맘에 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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