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보기드문 아이들을...

산골통신 2019. 11. 1. 11:23

 

 

 

 

 

아마도 백조...

맞을거다. 보고 또 보고 한참 보면서...

오는 길에 또 보고 사진 찍고...

 

면 우체국이며 농협이며 볼일이 한가지씩 있어 갔다왔다. 차로 가면 후딱일 거리지만 걸어서 가는 것도 좋다.

 

가을 날씨 죽여주고~ 일부러라도 걷는데 이 얼마나 좋으냐. 하지만 짐이 있고 거기다 무거울때는 뭐 글씨 ㅋㅋㅋ

짐 20키로를 장바구니카트에 싣고 갔다.

택배를 부르면 오지만 굳이 우체국으로 부쳐달라고 해서.

 

가을 길이다. 전형적인 억새와 갈대가 흐드러진 냇가 둑길을 걷는다.

청둥오리들이 있던 냇가에 난데없는 백조 여섯마리가 헤엄치며 놀고 있더라.

우와 대박~ 여기는 호수도 저수지도 아닌데...

어디서 왔을까?!

 

우체국은 점심시간이라고 문을 닫고 1시에 오란다.

고개를 갸웃~

개인 병원같으면 뭐 그리하니 넘어가는데 공공기관인 우체국이?!

할수없이 건너편 농협 볼일을 보러가니 거기도 점심시간이라고 직원이 한명만 남아 업무를 보고 있더라.

보통 그러지않나?!

그러면 문에 써붙여 놓던가... 한참 헤매고 있는데 뒤에서 알려죽더라.

자기네도 그래서 기다리고 있노라고...

 

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문을 열지않아 기다리던 사람 하나가 그 옆 카페에 들어가 우체국장을 데리고 나오더라.

오랜만에 뵙는 우체국장을 보니 세월이 참... 할배가 되셨네.

이 우체국은 아마도 개인것인가보더라. 국장도 직원도 성씨가 같다.

 

짐을 부치고 이런저런 볼일도 마치고

시간이 좀 나서 면내 하나밖에 없는 미장원엘 들어가니

하이구야~ 뭔 사람들이 이리 많노?!?!

할매들이 주르르~ 소파에 앉아계시는데 하나같이 머리가 파마를 하느라고 한짐들이여!!!

 

미장원 아지매가 나중에 오거나 내일 오란다.

늘 보면 바빠죽는다.

 

면내 미장원이 둘이 있었는데 한 사람은 이사를 가고 한 사람은 손을 다쳤는지 문을 닫고

몇년동안 면내에 미장원이 없었다.

 

그러다가 작년인가 올해인가...

하나가 새로 생겼다.

첨엔 사람들이 별로 없어보였는데 갈때마다 북적북적...

 

하릴없이 마트에 들러 소소한 장이나 보고 가던길 돌아서 다시 왔다.

오다가 백조 여섯 마리 다시 구경 한참 하고...

짐을 부쳐 가볍게 걸어 마을 어귀에 들어서니

엥?! 울집이 휑하니 다 보이네그랴!

이번 이웃의 대공사로 집 앞을 가려주던 집주변의 큰 나무들이 죄다 뽑혀나가는 바람에 안그래도 휑하니 뚫려있는 집마당이 더 ㅠㅠㅠ

어여어여 옮겨심은 황매화와 개나리들이 자라서 울타리 구실을 해줘야할텐데...

 

강아지 봉덕이는 신났다.

마당이 넓어져 뛰놀 공간이 더 생겼고 같이 놀 아기냥이들도 생겼고...

밥도 잘 주고 맛난 간식도 잘 주고 잘 놀아주는 도시 아이들도 가끔 있고

 

근데 아기냥이들은 좀 그런가보더라.

봉덕이야 같이 놀자고 하는거지만 덩치 차이가 산과 돌이라...

온통 침발라가며 물고 빨아놓는 통에 아기냥이들 털이 깔끔할 새가 없다.

 

아기냥이들 먹는 밥이 더 맛나보이는지 하도 먹는걸 쳐다보는 바람에

밥먹을때 같이 준다.

아기냥이들만 맛난거 따로 주는 것도 아닌데 저놈이 그런다.

 

아직은 엄마냥이의 보살핌이 한달은 더 있어야할 아기냥이들이라 돌보는게 좀 힘들다.

이빨이 덜났는지 사료를 잘 못 먹어 분유에 사료를 불려서 주기도 하고 고양이캔을 구해 주기도 하고하는데...

보름여 지난 지금 한마리는 고양이별로 가고

두 마리가 겨우 살아

이제는 딱딱한 사료도 조금씩 먹고 잘 먹고 잘 놀고 잘 싸고 잘 잔다.

다만 추운 밤에 잘곳이 마땅찮고 보듬어줄 어미가 없어 아웅아웅 난리가 나는데

보온재를 이용해서 큰 박스집을 만들어 밤에는 그곳에서 자게 하는데

주로 새벽으로 추운가보더라...

 

글타고 방안에 들이자니 한번이라도 똥오줌을 싸면

아무리 치워도 똥냄새가 진동을 해 사람이 살 수가 없는기라...

한 며칠 방에 들였다가 방안 대청소를 해야만 했다. 하루종일 문도 열어 환기를 시키고 ㅠㅠㅠ

 

오늘도 아침일찍 아기냥이들이 추워해서 잠깐 방안에 들였다가 딱 5분만에 후회를 하고 도로 마루밖으로 내보냈다!!!

 

어여 아궁이 앞 칸막이 공사를 해야겠다!!! 그거외엔 쟈들이랑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간 집에 들락거리며 밥먹고가는 들냥이들은 여전히 눈에 안 띄게 댕겨가고

똘망이와 여친 그리고 봉숙이는 저 윗쪽 혼자사는 아저씨네로 영역을 옮겼는지... 그 아저씨 집 현관앞에는 고양이집이 많더라고...

아마 거기서 노는가벼...

울집 밥 생각이 나면 잠깐 다녀가고...

 

도시에서 이사온 지지와 봉이는 아파트에 갇혀지내던 도시와 다르게 매일매일 마당으로 들로 산으로 외출을 하며 재미나게 살아간다.

다만 저놈들 드나들때마다 문 열어주고 닫고 하는 일이 성가시긴 하는데

 

고양이 자동문을 달면 좋겠지만 마땅한 게 없고

설치했다가 엄한 놈들이 들락거리면 안되니

천상 문지기 역할을 노상 해줄밖에...

 

예전에 아이들 어릴때 같이 살던 고양이 강냉이가

우리랑 그리 살다 갔었다.

 

울집 마당을 넓게 해주고 나무도 옮겨심어준 이웃의

원래 목적인 창고짓기가 낭패를 만났다.

다른 이웃이 민원을 넣어... 그만 공사취소가 되어버려...

사전에 다 양해를 누누이 구하고 합의를 봐서 진행한 일에 그러는 법은 없지... 이건 너무한겨...

 

내가 엥간해선 욕을 안하는데 올여름 농막때문에 민원 하나 당해보고

또 이번에 이웃이 당하는 걸 보고는

느는게 욕이라...

 

그 민원인들 오래오래 사시라 축원을 해주고 있다!!!

 

아침으로 도토리묵 한 사발 해치우고 감자치즈전 하나 해먹고

힘내서 또 일하러 나간다!

 

사는게 별거 있나 그냥 살아가야지...

삶의 의미도 가치도 뭐 따지지 말고

그냥저냥 남의 눈에 눈물만 내지말고 하지말라는 나쁜짓 굳이 하지말고

살면 되지 뭐...

 

굳이 내 존재가치니 의미니 왜 사냐 등등 어쩌고 저쩌고 찾을 거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하이고 그냥 살자...

죽기전까진 살아야지 별 수 있나...

잼나게 좋게좋게 살자!!!

 

그나저나 우리 양파랑 마늘이랑 심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웃 아지매들 품앗이로 양파모종 들고 밭으로 우르르 가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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