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부슬부슬 부슬비는 하염없이 뿌리고...

산골통신 2019. 10. 7. 20:43

새벽부터 부슬비가 하염없이 뿌렸다.

일 못할 정도로만 오는 비...

결국 오늘 하기로 했던 일들은 그냥 흐지부지...


며칠전 식구로 들인 백구 한 마리~

이름이 실상이라나... 어느 전라도 절의 비구니 스님이 지었다나...

스님은 어미랑 딸이랑 같이 데리고 갔으면 했으나 우리는 한 마리만 겨우 건사할 수 있어서 3개월 강아지만 데리고 왔다.

마지막 인사라도 하라고 어미한테 데리고 갔는데 그 어미... 정떼려고 그랬나... 갑자기 덤비며 할켜... 그만 얼굴에 생채기만 남기고

집과 어미를  떠나온 놈이다.


박스에 담겨 차타고 오면서 멀미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으리라...

산골 집에 도착해서 시끌벅적 아이들 환영도 받았으나 도무지 맘을 안 내줘...

집구석에 처박혀 나올 생각을 안 하더라. 그러겠지... 사람이나 짐승이나 다 그맘이 그맘이지...


아담한 집과 담요와 밥그릇 물그릇 장난감 간식거리 등등 푸짐하게 장만해주고

삐진 맘 풀리기를 기다렸다.


하루 이틀... 근 일주일째 가서야 꼬리를 흔들고 간식을 받아먹고 폴짝거리며 같이 놀더라.

오늘은 배를 발라당 까뒤집으며 산녀 앞에서 재롱을 피운 걸 봐서는 적어도 산녀한테는 맘을 연 것인지...







개는 별로 좋아라 하질 않는다.

고양이는 그럭저럭 지 앞가림 지들이 알아서 하니 냅두지만

개는 묶어 키워야 하는 맘 아픈 점이 있어서 그 전 아롱이 다롱이 키우다가 보낸 뒤로는 개는 쳐다도 안 봤는데

나무꾼은 언제고 백구 한 마리 데려다 키운다고 작심한지라...

결국엔 한 마리 데리고 왔네그랴...


되도록이면 끈을 길게 넓게 돌아다닐 수 있도록 해주고 주변 환경을 깔끔하게 치워주었다.

오늘은 건강검진과 이런저런 접종을 위해 동물병원을 다녀온지라 또 삐져있다~ ㅎㅎ

어미가 꽤 똑똑하다하니 이놈도 기대가 된다.

그나저나 개 뒤치닥거리는 나무꾼이 전담하기로 했다.


어제 딴 고추들만 좀 다듬어 담아놓고 그냥 놀았다.

풋고추는 고추부각용이고 고춧잎은 소금물에 삭혀놓고

빨간 고추는 말리고~


끝물고추를 마저 딴 다음에 고춧대를 다 뽑기로 했다.

그나저나 비가 그치고 땅이 말라야 뭔 일을 하지...


가을비가 좀 잦다...

이러면 논 나락한테 좋을 일이 없을텐데...


고구마도 한고랑 반을 남겨뒀는데 언제 마저 캐노...

땅 마를 새가 없이 비가 온다.


하릴없이 돌아댕기다가 범부채 씨앗을 한 통 그득 따 모아 말려놓고

창포랑 아이리스 씨앗이 맺혀 떨어지길래 일일이 줏어모아놓았고

봉숭아 씨앗이랑 작약 씨앗도...

으름 덩굴 어린 뿌리를 캐내어 화분 다섯 개에 심어두었다.

오늘 비를 맞았으니 잘 살아붙을게다. 도시장정 하나가 으름을 좋아하고 집 마당에 심고싶어해서 장만해두었다.


어제는

산밭에서 포크레인이 공사도 중 땅 밑에 묻은  유공관 물길을 건드렸는지 길로 물이 줄줄줄... 흐른다.

그 물이 라일락과 개나리 목단 심은 곳으로 흘러 그만 어린 라일락과 개나리 몇 그루가  죽었다.

목단도 거의 죽어가는 놈들을 삽으로 파내어 다른 곳으로 옮겨 심었는데 잘 살아날까 문제다...


그 물길을 산도랑 쪽으로 내느라 한참을 곡괭이질을 했다.

나무꾼은 그 물이 아깝다고... 그냥 도랑으로 흘려버리긴 아깝다고 야단야단...

작은 연못이 또 하나 만들어지겠군...


이 산골짝엔 땅만 파면 물이 나는지라...

그것도 많은 물도 아니다... 그냥 한줄기 정도...

계곡은 물이 다 말라 지하로 스켜들어 모든 도랑들에 물이 없다. 비가 맣이 오지 않는 한~


산밭에 작은 농막을 하나 지었는데 그게 크기가 좀 오버가 되었는지.. 민원이 들어가

모두 허물었다.

몇년에 걸쳐 조금씩 조금씩 여러 사람 도움을 받아가며 지은 것인데...

하루아침에 부쉈다.


민원은 누가 넣었는지 모른다.... 짐작은 하나 증거가 없다...

그 짐작조차 알 수가 업는 노릇이다... 뉘 알랴...  바로 내 눈앞에서 웃고 있는 저놈이 그랬는지...

그게 민원거리가 안 되고 그냥 눈감아줄 수 있었던 사소한 사안이었다한다.

어쨌든 법을 어긴건 사실이니... 자업자득이라 생각하고 미련없이 허물어버렸다.

그리고 합법적으로 허가를 제대로 받아 새로 지을 거다.

그 전보다 더 멋지게 더 근사하고 더 크게!!!


마을 사람들 모두 민원을 넣은 놈이 배가 아파서 그랬을거라 한다.

다들 누군지 짐작을 하는 모양이다. 말은 조심하는데 눈치가 다들 그러하다.

그래서 더 배아프라고 합법적으로 더 좋게 지을거니... 이제 그놈 어쩌면 좋으랴...

한동안 맘이 어수선하고 몸도 아프고 하더니...


바깥바람 한동안 쐬고오니...

다 부질없어...

뭐 그러거나 말거나... 그려려니... 넘어간다.


사람 사는 일이 수월한 것이 하나도 없다.

그러면서도 꾸역꾸역 살아간다...


오늘도 내일도 견디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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