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다시금 적응하기...

산골통신 2019. 9. 23. 20:25

 

영국에 가서는 시차적응 하기가 쉬웠다.

걱정했던만큼은 아니었고 조금 일찍 잠들고 일찍 일어나는 것 외에는...

그리고 하루하루 빡시게 끌고댕기는 아이들 덕분에 끌려다니다 보니

시차적응이 뭔고~ 이러고 살다왔는데

 

한국에 돌아와 보니...

다시금 낮과 밤이 바뀌어서 한 사흘 고생하면 되겠지 하고 쉽게 생각했는데

이게 웬일~

나무꾼과 산녀는 근 일주일째 낮밤이 바뀌어

낮에는 헤롱헤롱 밤에는 말똥말똥...

 

낮에 일이라도 했으면 피곤해서라도 밤에 잠을 수월하게 잘 수 있었을터인데 웬걸~ 테풍이 와서리...

하루종일 비가 온다... 오고 또 오고 징하게 온다...

딱 하루 예초기 낫들고 풀 정리 해준 일 외에는 도무지 일이란 걸 할 수 없으니 원~

 

시차적응 힘든걸 확실히 체험했다!

 

오늘은 비도 그쳤겠다~

도무지 안되겠다싶어 커피를 두 잔 연거푸 들이키고

작정하고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나섰다!

 

가기 전 씨앗을 훌휼 뿌려뒀는데 가뭄에 콩나듯 난 상추골 풀 뽑아주고

차이브골 정구지골 달래골 엉킨 머리카락 고르듯 살펴봐주고

이 골 저 골 기댕기면서 잡풀들을 뽑아내 던졌다.

 

험하기는 참말로 말이 안 나오고...

뭐 어차피 가을로 접어들고 텃밭 농사야 뭐 저무는 해이니

크게 미련 안 두고 큰 풀들만 걷어내주고 말았다.

 

반타작된 무 배추밭에 가서 일일이 살아남은 애들 갯수를 세어보니

무 100포기~ 씨앗을 열 고랑 천여 개 뿌렸는데 말이지 ㅠㅠㅠ

400포기 심은 배추 중 250 포기가 실하게 자라고 있더라.

그걸 또 일일이 세어봤어 ㅋㅋㅋ

 

고추밭은 좀 희한한데...

한번 거하게 딸 고추들이 좀 있었는데 별로 없더란 말이지...

일주일마다 와서 보살피던 도시장정도 희한타~~~ 하고 고개를 갸웃...

그예 사람 손을 탔을까...

이리 보고 저리 보고 고개만 갸웃거리다 말았다.

뭐 어쩌겠어...

약 안 치는 우리 고추 탐을 내는 인간들이 있는 건 사실이니...

 

닭집 달구시키들은 여전히 잘 지내고 있더라.

한놈 서열쌈을 했는지 골로 간 것 외엔...

 

다섯마리 암탉들이 알을 또 품겠다고 기승을 부려

해거름에 한놈 두놈 안아다 안쪽 육아실로 들여놔줬는데

유독 한 놈이 까칠거려... 어디로 겨나오는지 기맥히게 탈출을 하야

원래 지가 품고 앉았던 곳에 빈둥지를 끌어앉고 들앉아있다.

뭐 그래라~ 알 안 줄겨!

 

아침 닭집 문 열어주고 나오는 길에 독사시키 한 마리 골로 보내고~

버라이어티란 산골 삶을 다시금 시작했다.

 

이역만리에서 만난 어느 교포 아지매~

이런저런 산골 이야기를 듣더니만 네셔널지오그라피라나 동물의 세계 적나라한 원시 야생에서 온 사람 같다고 했겠다~

그류~ 내가 사는기 이러우~ ㅎㅎ

그 교포 아지매 나이 어려 한국을 떠나 대도시에서만 자란지라 나같은 사람 만난 것이 참말로 신기했나벼~

하루종일 같이 쏘댕기다 헤어지면서 무척 즐거웠다고... 함박 웃음을 짓더라.

 

그건 그렇고

마당은 나무꾼이 예초기로 밀어버려 다시금 말끔해졌고

배추밭이랑 텃밭도 반은 손봤고

나머지는 차차 하기로 하고

 

영국에서 봤던 집집마다 갖고 있던 정원이 눈에 삼삼하야...

울타리 삼아 심었던 집둘레 나무들을 정리해보고 싶었다.

 

내친김에 발동이 걸려 면까지 씩씩거리고 걸어가서 큰 가위같은 전지가위를 사왔다.

그걸로 명자나무 덤불을 다 쳐내고 장미덤불도 처내고 한참을 쉬지않고 일을 했다.

 

영국인들의 정원 가꾸는 열정이 너무 부러워 내도 해보자 싶어 덤비는데

뭐 언제까지 갈런지는 모르지만

하는데까지 해보자 싶어 ㅋㅋㅋ

 

영어 공부도 다시 해보자 싶어 일빵빵회화책도 사고 ㅋㅋ

거기 있는 동안 말은 못해도 영어가 쫌은 들리더라구 아 글씨~

차라리 완전 까막눈 영어문맹이었으면 답답하지는 않겠는데 아예 모르니까~

이건 뭐 들리다 말다 아는 말도 많고 하니 영 모르는 것도 아니니

더 답답하더란 말이지...

런던시내를 매일같이 지하철 버스를 타고 싸돌아댕기니 지하철 노선 방송을 다 외울 지경이 되었다나~ 희한하게 귀에 쏙쏙 들어오대!?!?

근데 이웃 현지인들을 만나 뭔 대화를 하고자 해도 인사 마치고 나면 이건 뭐 벙어리가 되어버리니 노만할배는 혼자 떠들고 스티브는 같이 벙어리가 되고 조지는 이말 저말 말 통하는 사람끼리 뭉쳐 놀고

우린 자의반타의반 왕따~ ㅋㅋㅋ

 

그래서 한국오자마자 제일 처음 한 일이 좋은 영어화화책 수소문해서 산 것이었다나...

나무꾼이 그 꼴을 보고 박장대소~

같이 공부하자고 본인도 같은 걸 느꼈노라고ㅋㅋㅋ

 

영국 한달살기는 아니지만 근 한달 가까이 살아본 결과

한국은 사계절 옷이 철따라 필요하지만

영국은 하루에 사계절 옷이 필요하더라~

끈나시 미니 치마를 입은 사람 옆에 두터운 파카를 입은 사람이 같이 걸어가더라는... 그래도 이상하지않은...

 

그리고 가도가도 지평선...

가도가도 드넓은 천지삐까리 쌔고쌘 공원~ 들판... 양떼...

기막히게 아름다운 시골길...

 

그건 참 부럽더라...

다시금 산골 돌아와서 마당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니...

산 또 산 앞 뒤 옆 천지사방 산이더라...

우리나라 산들을 몽땅 다림질을 해서 밀어버리면 우리도 저리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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