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아... 풀... 그리고

산골통신 2019. 9. 19. 09:08

 

 

 

 

 

당연히 그러리라 생각했지만

막상 현실로 닥치고 보니 막막하다...

 

파종한 무씨앗은 무슨 이유인지 거의 싹이 안 텄고

배추모종한 것은 반타작~ 그나마 살아남은 것들은 다행히 좋아보였다.

 

어찌 그리 풀씨들은 그리 잘 났는지 마치 뿌리고 가꾼듯이 났더라...

 

근 3주만에 돌아온 산골은 별일 없어보였지만

마당과 텃밭 무 배추밭 고구마밭 산나물밭 들깨밭 쪽파밭 고추밭 등등은

참으로 쥔장 없는 티를 영락없이 내고 있더라나...

 

마당 꼬라지는 입이 안 다물어지고...

텃밭은 참말로 너무하더라 ㅋㅋ

먼길 떠나기 전 말끔히 해놓고 갔는데말이지...

 

어제 늦은 밤에 도착하여

시차때문에 밤새 잠이 안 와 이리 뒤척 저리 뒤척거리다가

급기야 새벽 날이 부옇게 밝아오자마자 뛰쳐나갔다.

 

마당은 사람 손으로 되지않는지라 예초기 힘을 빌려야 하겠고...

텃밭으로 가는 길이 풀로 뒤덮혀있어 길 부터 뚫어야했다.

호미로 득득 긁어가며 큰 풀은 뽑아가며 근 두 시간여 했나...

겨우 길만 뚫었다.

 

닭집에 올라가 문을 열어주니 이노무 달구시키들이 산녀를 까묵었나...

마치 낯선 사람 쳐들어온 것처럼 야단야단하며 근 3주만에 열린 문으로 우르르~ 나가버리더라...

 

도시장정이 일주일에 한번씩 와서 모이며 물이며 알을 챙겨줘서 닭들은 별탈이 없어보였다.

 

알을 품고 들앉은 놈이 셋 있어서

살금 잡아들고 안쪽 병아리육아실 칸으로 들여놔주니 두놈은 가만 알을 품고 앉았고 한놈은 도망갔다.

 

고구마밭과 무 배추밭 등등을 둘러보니 하아아...

한숨이 나온다...

산밭에는 아침이나 먹고 올라가봐야하니 거긴 어떤 지경인지 아득하다...

 

할 수 있나...

하나하나 하루하루 조금씩 해나가야지 뭐...

이럴 줄 몰랐던 것도 아니고...

 

 

 

 

난생처음 가본 이역만리 영국은 참으로 딴세상이었더라...

몇 년만에 만난 언니는 머리가 히끗해져있었고

조카들은 훌쩍 어른이 되어있더라...

딸아이의 근사한 대학 졸업식 가슴벅차게 구경하고

딸아이가 짜놓은 여행계획대로 매일매일 신세계를 경험하며

하루하루 빡시게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다.

이번에 다같이 간 아이들은 이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다며 지들이 몇달을 일해 모은 돈으로

사촌들끼리 뭉쳐서 유럽여행을 떠났다.

 

이십여 년 전에 그 아이들을 데리고 막가파 유럽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는데

이젠 그 아이들이 우리를 데리고 여행을 하니 참말로 세월이 ㅎㅎ

그리고 이젠 지들끼리 훌쩍 떠나버리더라...

 

자아...

이제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서

이 초가을~

풀하고 한판 쌈을 벌여야하니

맘 단디 묵고 몸 추스려야 하느니...

 

그나저나 시차땜시 낮밤이 바뀔라해서 ㅠㅠ

한 사흘은 고생 좀 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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