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역시 해야할 일은

산골통신 2019. 9. 25. 18:27

 

 

 

 

 

 

풀하고 쌈박질 뿐...

 

시차적응을 그만 끝내기 위해 맘을 단디 묵었다.

기어코 잠이 안 와 며칠을 홀딱 홀딱 밤을 새고나니 이게 사람꼴이 아니더라구...

 

어제는 커피를 연달아 4잔을 마시면서 밤 되기 전까지는 낮에 절대 눈을 붙이지 않으리라 다짐 또 다짐을 했다.

 

그러기 위해서 손에서 일을 놓지 않으려 애썼고

좀 힘이 들어 쉴 때에도 뭔가를 보며 읽으며 사정 안 봐주는 눈꺼풀하고

씨름을 했다.

 

급기야 해거름 무렵 꼬박꼬박 졸기는 했으나

밤 11시까지 안 자는데 성공...

그 뒤 나도 모르게 스르르... 잠이 들어

담날 아침 까똑까똑거리는 폰 소리에 퍼뜩 깼다.

며칠만에 푹 자는 잠이던고!!!!

기분좋게 깨어나는 아침이었다나...

 

이름하야 사촌여행이라고

지들끼리~ 걸리적거리는 노친네들 다 떼어놓고 훌쩍 떠나버린 아이들이 귀국했다는 카톡 소리였다.

 

더 시간있고 돈 있었으면 더 많은 세상을 돌아댕겼겠지만

한놈은 군대를 가야했고 나머지는 학업과 생업에 종사?! 해야만 했기에

다음을 기약하고 돌아오는 모냥...

 

오늘도 잠을 안 자기 위해 두 눈 부릅뜨고 버티는데 성공...

잠깐 낮에 눈이 감기려는 위험한 순간도 있었으나 커피 두 잔 들이켜가며 기어이 이겨내고

해가 저물었다...

지금도 눈꺼풀은 사정없이 감기려 한다... 징하다 참말로...

 

전지가위들고 톱들고 낫들고

명자나무 덤불 마저 쳐내고 산수유 나무 가지 하나 자르고

찔레꽃 덤불 걷어내고

애기범부채 파내어 화분에 심어두고~ 얘가 아마 월동이 안된다고 했어...

생각난 김에 본 김에 후딱 해치웠다.

겨울에 따뜻한 비닐하우스 온실 안으로 이사시킬 예정이다.

 

이따만한 전지가위 든 김에 마당 여기저기 손 가는 대로 눈에 띄는대로 팍팍 잘라가며 정리를 해나갔다.

시방 훤~ 하다!!!

 

앞으로 마당에는 꽃밭을 더 안 만들 예정이다.

마당 가운데 잔디만 둥그렇게 놔두고 가장자리는 모두 디딤돌을 박아 메꿀 생각이다.

집 주변에 뱀들이며 지네며 야생의 것들이 항시 침범을 하니 집 건물 가까이로는 깔끔하게 그들이 서식할 틈을 안 주는 것이 상책이라 여겨져서 그러하다.

꽃들은 되도록이면 텃밭 쪽으로 몰아서 가꾸거나 산밭으로 대거 이사시킬 계획이다.

 

마당에서 한바탕 전지가위며 낫을 휘두른 다음에

언덕밭으로 올라가서 풀로 뒤덮혀 뭔밭인지도 모를 산나물밭 풀 정리를 해줬다.

첨에는 역시나 입만 딱 벌리고 엄두를 못 내다가...

하면서도 그만 포기를 할까 하다가...

그만 성질이 나서 니죽고 나죽자고 덤벼서

헉헉거리며 대충 다 뽑아던지고 무지고... 싹 해치워버렸다.

이노무 산녀 성질머리하고는...

 

언덕 위 아흔 훨 넘으신 금동할매가 그 모습을 찬찬히 보시고 계셨더라나...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씨익 웃으시며

어찌 그리 풀을 잘 뽑느냐고 ㅋㅋㅋ 어여 하라고~ ㅋ

 

몰러~ 아마도 미친듯이 뽑아제꼈나벼!!!

겁나서 아무도 근접을 못할 정도로 그랬나벼~ ㅋㅋ

 

곰취 참취 달래 쑥부쟁이 산마늘 눈개승마 두메부추 방풍나물 참나물 고수 등등...

풀 속에서도 잘 살아있더라...

 

텃밭 한 귀퉁이 호미로 풀 뽑고 쓱쓱 긁어내고

월동 시금치 씨앗을 골골이 훌훌 뿌려뒀다.

그러고보니 삼동추 씨앗을 아직 안 뿌렸네...

하이고야...

 

근데 어따 뿌리나...

 

흔들그네에 앉아 이 글 치고 있는 동안에 모기들이 사정없이 물어제끼네...

이노무 모기시키들은 처서가 지난 지가 언제인데 아직까지 기승인고...

어제가 추분이더마는...

 

닭집 문 닫아주고

지가 점찍은 둥지 아니라고 알 안 품고 도망가려는 한놈~ 병아리 육아실에서 못 나오게 가둬놨더니

오늘 보니 얌전히 알둥지에 들앉아있네...

그러면 네 마리가 알 열개씩 품고 있으니 과연 몇 마리나 부화하려나...

반타작만 되도 성공이겠다!!!

 

알 품는다고 다들 난리라서 요새 알이 귀하다.

암탉들 알 낳으라고 안 잡아묵었더니 야들이 이젠 늙어 안 낳나...

싹 잡아묵고 병아리들부터 새로 길러야 하려나...

 

암탉 서른 마리가 하루에 알 대여섯 개는 좀 너무하지?!

아무리 네 마리가 알을 품고 있어서 안 낳는다하더라도 그래봐야 알 열개잖여~

토종닭이라 하루걸러 알 낳는다고 해도 열댓개는 낳아야지...

몇 마리가 시방 직무유기를 하고 있구마!!!

언넘인지 모르니 우째 가려서 잡아묵을꼬... 그것도 문제다 글치?!

 

내일은 산밭에 올라가서 일을 좀 하고

고추밭이나 돌아봐야겠다.

 

똘망이는 못 알아볼 정도로 살이 빠져

처음엔 봉숙인줄 알았더랬다.

뭔일 있는지...

 

오며가며 밥먹고 가는 놈들이 다 여전한 걸 봐서는 별일은 없는 듯한데...

 

슬슬 수확철이 닥친다...

고구마도 캐야하고

들깨도 여물어가고

들녘 색깔이 하루하루 변해간다...

 

그나저나 저 애기꽃사과 열매는 주렁주렁 많이도 달렸다마는...

다 어찌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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