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해가 났다.
은근 반가워서 마당으로 나섰지.
텃밭으로 가는 길에 만난 뱀 한 마리~ 허걱!
뱀이 먼저 놀래 상사화 꽃무리 사이로 후다닥 사라져...
이놈아 나도 놀랬다!!!
텃밭 볼일을 다 보고 마당으로 들어오는데 마당 디딤돌 위에서 뱀 한 마리 일광욕 중...
인기척이 나자 허둥지둥 옥잠화 밑으로 숨어...
서둘러 고추말목을 가져와 뒤적뒤적 찾아 쫓았지마는 이미 멀리 갔지...
에혀!!!
이놈 들냥이들~ 니들 밥 없어!
몇 분 사이에 두 마리를 마주치니 기맥혀...
뱀들은 비가 그치고 해가 나면 몸을 말리려고 햇살 아래로 나와 늘어지게 일광욕을 하는데
잘못 도로가로 나와서 로드킬 당하기도 하지~
안되겠다싶어서 면에서 마을마다 집집마다 나눠주는 살충제를 집 주변으로 치기로했다.
이맘때쯤이면 마을에서 길가 양쪽으로 제초제를 일제히 치는데
아마도 그 이유가 뱀출몰을 막기 위함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집 주변은 담불과 숲이 울창하고 도랑이 땅을 휘감고 지나가서 뱀서식지가 되기 쉬운데
제초제도 안 치고 살충제도 안 치니 좀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들냥이들을 끌어들여 천적을 이용하고자 했으나 이놈들이 제 역할을 안하네...
나무꾼이 앞으로 밥을 주지 말라고 사냥해먹게 하라고 하네...
할 수 있나~ 오늘 봉숙이와 똘망이녀석~ 캔 못 얻어묵고 갔다.
이놈들아~ 밥값을 해야지! 니들 사냥할 거 천지인데...
비 그친 김에 산밭 상태를 돌보러 올라갔는데
에혀~ 멧돼지들이 아주 분탕질을 쳐놓고 갔네그랴...
여기저기 안 들쑤신데가 없이 아주 골고루 파뒤집고 놀고 갔다.
뭔넘의 지렁이 사냥을 그리 알뜰하게 해잡쉈는지 ㅠㅠㅠ
살충제 제초제 안 친 댓가가 너무 가혹하다...
간 김에 붉어진 첫물 고추 여섯 바구니 따고
이리저리 멧돼지들이 일질러놓은 거 수습하고 복구하고 내려왔다.
올해 고추는 썩 작황이 좋지는 못하다.
한 고랑에서 서너 바구니는 나와야 하는데 달랑 한 바구니...
농약을 안 치고 농사를 짓자니 여러 어려움이 따른다.
이런저런 천연 영양제라도 줘야하나... 마련을 좀 해봐야겠다.
도시 지인들에게 올해는 고추 작황이 안 좋으니 고추가루 예약은 못 받겠다고 미리 얘기를 해야겠다.
농사는 가을에 다 수확해 곳간에 쟁여놔야만 큰소리 칠 수 있다는 말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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