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들 가시고 푹 쉰 다음
마지막 나무에 달려있는 매실들을 땄다.
노랗게 익어 봐도 봐도 참 이쁜 황매실들을 하나하나 따내리면서
니들 참 고생했다. 이 더위에 이 가뭄에...
익어서 떨어지는 애들 반 달려있는 애들 반...
그래도 올해는 크기가 고루 균등해서 선별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냥 상처나고 벌레먹은 애들만 골라내면 됐으니까.
매실 향을 맡으며
생선을 싼 종이에선 생선 냄새가 나고
향을 싼 종이에선 향 냄새가 난다...
당연한 말이지만... 향내 훈내 나는 사람이 되면 참 좋겠다 생각이 든다.
매실향을 맡으며 일할 수 있음에 참 고맙고 즐겁고...
피곤한 몸도 향의 효과인지 금새 회복이 되는듯하고...
마지막 날 딴 매실은 약 160키로...
그전에 딴 매실까지 합하면 약 천키로 되려나...
뭐 해마다 그정도다.
샅샅이 나무마다 돌아다니면 더 따낼 매실도 약 수십키로는 되겠지만
이번 주말 오실 손님들 체험을 위해 놔뒀다.
그날까지 그 매실들이 나무에 붙어있으려는지 그게 좀 의문이다만...
오늘은 들깻모 마저 심었다.
먼저 심은 들깻모들이 군데군데 가뭄에 타죽어...
그거 모들구고~
상추씨앗 뿌려 키운 모종판 갖다가 미리 거름깔아둔 밭 대충 뒤적여 심어두고
대파 씨 뿌려둔 곳 가보니 풀이 많아 풀부터 캐낸 다음
모종 일일이 파내어 두 양푼 그득 담아들고
닭집 앞 밭에 줄줄이 고랑 그어 묻었다.
그러면 김장 때 서너집 가져갈 대파 양이 나오겠지.
조선파 모종도 많은데
그건 대파 모종 캐낸 자리에 줄지어 심어두고 간간이 뽑아묵어야지.
식전에 한 일이 제법 많네...
밭 정리하면서 나온 풀더미와 벌레먹어 뽑아낸 배추들을
모두 담아다 닭집 마당에 들이 부어주었다.
일하다 넘겨다 보니 닭들이 파티를 벌렸구마~ ㅎㅎ
텃밭 군데군데 놓아둔 연꽃 수반에 물 보충시켜주고
눈 가는 곳마다 이 고랑 저 고랑 풀 대충 긁어주고...
오늘 오후부터 비가 온다니 기대를 좀 해보고 있다.
그동안 너무 가물었거든...
산골마을에선 초복을 맞아 닭백숙을 해먹는단다...
산녀는 몸이 안 좋아 못 간다고 통보를 했다.
소임을 맡았으니 가서 일을 좀 해야하는데
도무지 기운이 안 나고 심신이 힘들어 이번엔 염치불구하고 마음을 접었다.
대상포진 치료중이고 후유증도 만만찮아서...
그리고 그 알 수 없는 민원인을 보고?!?! 마주 인사하고 웃으며 이야기 나눌 강심장이 없어서다...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는데 어찌 그는 알고 나는 모르는 상태에서 웃고 떠들고 음식을 먹을 수 있는가...
바보같아 보이겠지만 내는 그리 못 하겠다...
그래도 닭요리를 해먹는다하니 울집에 닭이 여유가 있으니 찬조 하겠다고 제의를 했다.
허나 이미 마을에 돈을 주고 사온다하니 괜히 그 닭 판 마을 사람 민망해질까봐 도로 취소했다.
대신 이웃의 조언대로 다음달 마을 행사때 찬조하기로...
어쨌든
오늘 밀린 일들을 몇가지 하고나니 후련하다.
비록 몸은 기운없어 지금부터 푹 쉬어야 하지만
쉬면 되잖여... 그리고 쉴 수 있잖여!!!
아이셋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안부를 물어온다.
지들 딴에도 엄마 아픈 건 처음 봤으니까...
항상 엄마는 씩씩하고 든든했으니까...
아마도 이번에 놀랬는가벼...
막둥이녀석~ 군대간다고 친구들과 삭발식을 했나보네 ㅋㅋㅋ
아침에 사진이 올라왔길래 한바탕 웃었네!
이놈아 10월에 군대가는 놈이 뭐가 급해서 벌써 난리냐!
아마도 이번 양력 생일때 친구들하고 모여 놀다가 분위기에 휩쓸려 일을 저지른 모냥 ㅋㅋㅋ
올해도 참 다이나믹하게 파란만장하게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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