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품고 싶어 안달을 하던 암탉 한 마리
결국 소원성취 알 열두 개를 품게 되다...
헌데 일주일 후 그 둥지에 암탉 세 마리가 쳐들어와 같이 품겠다고 난리 난리 개난리...
졸지에 그 옆 둥지로 쫓겨나...
교통정리를 한답시고 알 둥지를 여러 개 만들어뒀더니 마침 그 둥지 중 하나를 차지하고 앉았다...
그나마 다행이다 싶어 냅뒀는데... 3주가 아니라 1주 더 고생 좀 해야겠구나 위로의 말도 건네면서 ㅋㅋ
어제그제 병아리가 막 까나오기 시작하는 거 같드라구...
꽁지를 들어 살펴보니 병아리들이 바글바글이야...
아이구 애썼다!!! 고생한 보람이 있네...
보통 알 까나온지 사흘이면 병아리들을 몰고 나오는데 이놈이 안 나와... 계속 품고 있는겨!!!
그러니 둥지 안이 갑갑한 갓깨난 병아리들이 둥지를 벗어나기 시작하는겨!!!
그 꼴을 본 옆 둥지 암탉이 그만 지 병아리가 깨나와 돌아댕기는
줄 착각했는지...
그만 홀랑 지 알둥지는 버려두고
이 병아리들을 몰고 댕기는겨!!!
진짜 엄마닭은 그러거나 말거나 남은 안 깨어난 알 세 개 품고앉아 버팅기고...
먼저 까나온 병아리들은 가짜 엄마 따라 나가버려 ... 이 무신 이런 일이...
하도 기맥혀 버림받은 옆 둥지로 이 무심한 엄마닭을 살포시 들어 앉히니
이놈봐라...
그냥 그대로 알을 품안에 끌어넣고 퍼질러 앉아버리네?!?!
야!!!
너 4주간 알을 품고도 또 더 품을려고?!
너 대리모냐?!
남의 알만 품다가 세월 다 보낼래?!
뭐 어쨌거나 일은 그리됐다...
시방 병아리육아실은 시끌벅적하다.
엄마닭 두 마리에 병아리 세 마리~
여섯마리 몰고댕기는 엄마닭에~
이번에 남의 병아리 여덟마리 가로챈 얌체엄마닭에
네 마리는 잠잠히 알을 품고 앉았지만 걱정일세...
조만간 병아리들이 적응하면 밖으로 내보내야겠어!!!
얌전히 알을 품고 있는 예비 엄마닭들이 지 병아리라고 착각해서 알둥지 버리고 뛰쳐나오면 안되니께...
날이 주구장창 흐리다...
맘도 따라서 까라진다...
내일부터 많이 바빠지겠다...
손님 밥상 준비도 글코 매실 따기도 슬슬 시작해야하니까...
바구니랑 낫 들고 산 도랑가 가서 머구 하나 그득 베어갖고 왔다.
정구지랑 쑥부쟁이도 쓱쓱 한 바구니 베고
곤달비 곰취잎도 좀 뜯고
애호박 여섯 개 따고
감자골가서 감자 한 바구니 캐오고...
시간이 제일 많이 걸리는 머굿대 데쳐서 껍디 일일이 벗겨놓고 정구지 다듬어 씻어놓고
쑥부쟁이 데쳐놓고
나머지는 내일 아침에 해야지!
재료는 다 있으니까
오전에 나물 볶고 무치고 하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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