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산나물 천지삐까리...

산골통신 2009. 4. 26. 12:09

아이구 속상해.

 

취나물이 지천으로 깔려있는 곳을 세 군데나 알고 있는데 거길 못갔단 말야.

꿩새끼들이 놀고 있는 곳~ 토끼털이 군데군데 가시덤불에 걸려있는 곳.

칡덩굴이 사방으로 얽혀있어서 잘드는 낫을 하나 꼭 갖고댕기면서 길을 만들어가며 가야 하는 곳~

 

겨우 두 군데 취나물 있는 곳에 갔다 왔는데 거긴 산머리라 사람들 손을 타서 별로 없더라고.

이제 산골사람들 산에 나물하러 안 가나보다.

할매들은 진작부터 안 가시는듯 하고 구이장아재와 삼거리아저씨도 안 가시는가보대~

산에 자생 두릅이 널려있고.

아는 나물 모르는 나물 천지삐까리더라.

아이구~ 속상해.  저걸 저걸 걍 두고 내려와야하다니.

 

걍 퍼질러 앉아 취나물 뜯어도 다 못뜯을 곳을 알고 있는데 말이지...

이번 비에 더 쑥쑥 통통 올라올낀데... 저거 어쩌누 그래.

 

솔숲너머 솔밭에 드디어 으름꽃이 피었다.

다래덩굴은 마구마구 지줏대를 타고 감고 올라가고.

오미자도 몇그루 살아남았다.  겨울에 거름을 못해  봄에라도 조금 해줘야겠다.

블루베리는 천지사방 땅이 좁다하고 뻗어나가고

나무꾼이 낫으로 사정없이 잘라줬다나.

 

마가목하고 체리하고 잘 살아남았다.

그리고 인월 오일장에서 사온 먼넘의 쑥닮은 뿌랭이도 잘 살아붙었고.

산마늘하고 두메부추하고 작약하고 섬초롱하고 섬개미취하고 더덕하고...

그놈들 풀 속에서도 잘만 살아가더라.

 

뒷골 산밑 귀퉁이에서 자라는 참나물하고 정구지하고 달래하고 삼백초하고 쑥부쟁이하고는

그냥저냥 지들끼리 이리 퍼지고 저리 퍼지고... 지들 맘대로 맘껏 살던데.

 

푸대를 허리께 차고 두릅을 따러갔다.

폭이 좁은 괭이하나 들고 가려했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어 걍 아무거나 무거운넘 들고갔었는데

이미 누가 긁쟁이 하나 갖다놓고 두릅 따고 있었네 그랴~ 뉘기여?

야생두릅은 키가 클대로 커서 낫이나 괭이로 가지를 잡아휘늘여갖고 따지 않으면 따도 몬한다.

사다리도 놓지 못하는 산비탈이라...

 

까시덤불이 온데사방 나있어 옷 찢어질 거 감안해야한다.

팔토시도 두둑히 끼어야지 안그랬다간 손모가지 난자~~ ㅠㅠ

두릅 한 자루 그득 땄다.

우와... 이번 비 그치면 쑥쑥 더 자라고 가시도 돋을 낀데 마추맞게 잘 땄지비~

두번째 따는건데도 살이 통통 아주 좋다.

 

고추모종을 했는데 날이 추워 밤에 비닐을 안 덮어면 얼어죽는다나~

서둘러 구멍나고 찢어진 비닐하우스 이리저리 꿰매고??? 

덮고 하느라고 하루를 보냈다.

빗방울은 드문드문 떨어지고... 바람도 불고 햇살은 구경도 못하고...

 

아롱이... 할매가 밥을 적게 주는가보다. 아무래도 그치?

바싹 말랐다.

강냉이 용감이투랑 봉당에 앉아 아웅 거린다.

맛있는거 달라고.

얘들도 비쩍 말랐다.  강냉이는 또 배불뚝이가 되어 더 마른듯도 싶고.

잘 챙겨줘야하는데~ 얘들도 목숨인데... 

 

비닐하우스를 대충 기워놓고

산으로 튀었다.

여길봐도 산나물 저길봐도 산나물인데~

금새 어두워지겠네.

한바퀴 도는데 벌써 어둑어둑하다.

에구... 물좋은데 아직 근처도 못 갔구마는~ 쯥. 어카지?

눈물 머금고 내려왔다.

오늘은 딴데 일이 바빠서 산 근처도 못 가는데~~

 

매실밭 매실이 다닥다닥 콩알맨치로 달렸다. 할매표현에 의하면  곤지랍단다.

다닥다닥다닥 빈틈없이 달렸는데 보아하니 참말로 곤지랍다.

올해는 식구끼리 따도 될듯싶다.

할매 아들들 닥달해서 따라 하고(안 하기만 혀봐..  매실 맛도 귀경 안 시킬꺼이니께~)  

 

매실은 따도 안했는데 벌써 주문이 밀려든다.

30키로씩... 아주머님들이 신신당부하시더라. 믿고 구할 수 있는데가 없다시면서...

쌀도 달라시는데 한번 드리고 못 드렸다. 올해는 울 먹을거만 남기고 다 처분했으므로~~

 

내년부턴 매실따기체험같은거 해봄직도 하다.

선착순으로 몇집만 모여서...

누구나 다 오는 매실체험하면 내가 죽어나니까~ 그런건 안 되고

알음알음으로만 하기로 대략 계획은 잡았다.

아~ 이건 계획일뿐이다. 내일일은 어찌될지 내도 모르는거이니께~

 

참나물을 두 푸대나 베었다.

꼬맹이낫으로 싹싹 베어서 훌훌 털어 담으니 금새 푸대가 그득 찬다.

향이 너무 좋다.

싹이 돋은 뒤 한번도 안 벤 넘들이라서 오동통하더라.

 

봉당에 산에 들에 가서 뜯고 베어갖고 온 나물들을 주욱 놓아보니

참나물 두릅 취나물 쑥부쟁이 두메부추 머구 상추 수에추 하얀민들레

우와...

 

언넝 홍합 삶아 국물 놓고

양념된장 만들어놓고

나물 골고루 살짝 데치거나 날거로 한접시 놓고

넘의살 퍼뜩 구웠다.

 

헌데 문제가 생겼다.

하도 먹으니~ 고만 물린다는거~ ㅠㅠ

할매도 자꾸 먹으니 맛도  없다시네~~

 

도시사람들 이해 못할 일...

 

아~ 어제 나물 해온거 오늘 다 다듬어야 한다.

걍 이런저런 검부지기 채로 담아갖고 왔더이...

 

오래 두고 보관하려면  물기 싹 빼서 신문지나 누런봉투에 잘 싸서 비닐봉지에 넣고

냉장고 아랫칸에 보관하면 된다.

그러면 두고두고 아쉬운대로 먹고 나눠주고 할 수 있다.

어데 산나물이 언제까지고 날건가 말이지... 고대 여름인걸~

 

데쳐 말리면 좋은 줄 알지만 희한하지~ 내는 말린 나물 안 좋아해.

 

아이구~ 눈에 아른거리네~ 산속 취밭이... 아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