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매실 다 따가라구우~

산골통신 2009. 5. 28. 10:08
전에 도시 사는 형제들에게 SOS를 쳤다.

매실따는거 도와달라고~~



그랫더이 매실 딸 때 꼭꼭꼭 연락하라 그러더라고.

허지만 도시사는 사람들 날짜 맞추기 엥가이 힘들어야 말이지...



고만 전화통 붙들고 소리 질러버렸다.



그냥 니들 시간날때 아무때나 와서 따가!

그기 도와주는겨~



다 따주께~ 걱정마! 큰소리 땅땅치던 인간들이~ 점점 매실 딸 때가 다가오니

슬금슬금 꽁무니를 뺀다. ㅎㅎㅎ



어제도 그제도 전화 띠리리...

내 못간다~ 시간없다. 손자 봐야해~~

허걱! 우리 나이가 손자 볼 나이요????

사부인보고 보라해~ 왜 외할미가 본다고 난리여~~

친할미 어데 간다고 외할미한테 던져놓고 간다나 우쨌다나~ ㅠㅠ

정작 그 손자 부모는 돈버느라고 바쁘다나...



아이들 기말고사 시험기간 닥쳤다고????

기말고사 시험날짜 이달 말이거나 다음달 초던데? 내 모를줄 알고?

갸들 걍 공부하라 그러고 내려와~ 핑게 한번 끝내주게 좋다~



그럼 시간나는대로 삣삣내로 댕겨가~ 따는건 몽땅 가져가고!

담가놓고 일년내 먹던 이웃들 나눠주던 맘대로 하고.



온가족 일가친척 모두 모여 매실 한방에 따려던 계획이 물거품으로 사라지는 순간~ ㅋㅋㅋ

내 이럴 줄 알았다고...



유월 첫주 주말부터 매실 따기 들어간다.

곤지랍게 다닥다닥 달렸던 매실들이 알이 굵어간다.

품종따라 알이 작은 넘도 있고 굵은 넘도 있는데 따로 골라 따야겠더라.



올해 제법 딸거 같으니 산골마을 집집마다 싹~ 돌려야겠다.

명색이 매실농사 짓는데 인심 팍팍 써야지. 한번 정도는.

그리고 그동안 신세진 곳들 선물도 좀 하고...

딱히 뭐 드릴게 있어야지.



외국사는 조카들이 매실 좋은거 어데서 알았는지 보내달라고 아우성이라...

그짝 나라에서 열풍이 불고 있다나~~

그래그래 보내주마~ 근데 어케 보내냐???



날이 좋아야 할낀데. 지금봐서는 괜찮다마는...



매실밭 한 귀퉁이 밭둑에 살구나무~ 올해 끝내주게 달렸다.

오며가며 살구나무 쳐다보느라고 고개가 아프다.

주황빛으로 여물때 보면 마치 오렌지나무처럼 보일 때도 있어.



저노무 살구나무 베어버리자~ 할매가 지나치면서 한소리 하셨었지.

달려봤자 다 떨어져버리고 얼매 안 달리고 그래갖고...

밭둑 자리만 차지하고 고추밭에 그늘 드리운다고 미워라 하셨거등.



그랬더니 올해 무진장 많이 달렸대?

작년에 자두나무가 그러더니..

나무들도 다 듣는 귀가 있는가봐? 그치? 그런게벼... 틀림없어.

그렇지 않고서~ 어찌 이런 일이...



할매 살구나무 올려치다보시면서 올해는 살구 맛좀 보겠군~

니들도 귀가 있나... 내 그 소리 했다고 기를 쓰고 달렸구만...





올 여름 살구나무 밑에 박스 몇개 갖다놓고 따야지~ ㅎㅎㅎ



감꽃이 피고진다.

감꽃 떨어질 무렵 콩 심는다고 했었어.

콩모종 실하게 잘 자랐나 몰라.



울 꼬맹이 강낭콩 다섯 알 화분에 심어놓고 싹 안 튼다고 울먹울먹~

딴 아이들 화분은 꽃 피려고 그런다는데...

꼬맹이 화분엔 풀만 무성하더래...



해서 성질난 선녀... 부랴부랴 강낭콩 일곱 알 구해갖고 다시 싹 틔우기에 들어갔다나.

이번엔 싹 틔워갖고 잘 자라걸랑 학교에 갖고 가거라..



콩 싹 틀 때 특유의 비린내가 난대.

그래서 산비둘기들하고 꿩들이 그 콩 비린내 냄새 맡고 쪼차온대.

콩밭에 산비둘기들 포복 자세로 숨어있다.

허수아비도 안 무서워 하고 반짝이도 안 겁내.

인간들 속임수 다 안다 이거래...



아이고 허리야...

요즘 머구삶아데쳐 껍질 벗기느라고 허리 삭신 분질러진다.

멋한다고 눈에 띄는대로 베어갖고 왔는지 원...



일거리 억수로 장만해놓고 이거 다 어쩌누~~ 한숨 쉬고 앉아있다.

오늘 하루종일 해야하나...



그래도 해놓으면 먹기는 억수로 잘 먹어요~

바지락 국물내고 조갯살 넣어 들깻가루 조금 풀어 자작하니 끓여놓으면

그냥 그것만 먹어도 좋대.



남녘 바닷가 갔을때 어느 아지매가 금방 갯가에서 캐온 조개에다

머구들깻국 끓여줬는데 그자리에서 한대접 훌훌... 먹어치운 기억이 나.

그 맛을 잊지 못하고 늘 끓여보는데 여엉 그 맛이 안 나...



어쨋거나 오늘은 머구하고 씨름이나 해야따.

머 딴일 급한거 일단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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