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비바람 치는 날에는~

산골통신 2009. 4. 20. 15:59
뜨끈뜨끈한 구들장 엑스레이 찍어야 하는 날...

고양이들 봉당 앞에 모여앉아 아웅 거린다.
솥 안 걸린 좁은 부뚜막이라도 좋은데 언넘이 먼저 차지해버려...

마당에 잔디를 깔기로 했다.
목욜금욜~ 사람들이 와서 해주기로 했다.
있는 잔디는 걍 냅두고 없는 쪽에만 다듬고 심기로 했는데...

이거이거 정글되는 거 아닐까.
잔디도 풀인데... 제때 못 깍아주면..
긴 것들도 끼고 말이지... 긴 것이란 여기선 비얌을 말함.

큰 뱀들은 눈에 쉽게 뜨기 때문에 피하면 되지만
새끼뱀들은 실같이 가늘기 때문에...

세멘을 쳐바르면 아주 간단하고 쉽긴 하지만 세멘하곤 절대 안 친한
이노무 성격땜시...
아이는 지금도 말하곤 한다.

어렸을때... 어느날 학교가는 길에
산길 내리막길~ 길 가생이로 빗물이 도랑물처럼 막 쳐내려가는데...
그 물살에 떠내려가는 도마뱀이랑 개구리랑...
그 전날 그 길을 세멘으로 포장했었더랬지.

그 뒤 그런 물살에 발담그며 놀던 아이가
그 담부턴 물장난을 안 치게 되었더라나..

처마밑 아궁이안에 빗물 스며들지 말라고 조금 세멘을 바른날...
그 다음날.
그 위에 숱하게 죽어자빠져있던 청개구리들...
아직도 기억난다.

풀로 풀을 이긴다는 전략???? 씩이나...
근데 가능할까.
부지런히 다듬어주고 잔디약도 쳐주고 그래야 한다는데...
우린 그런 여유있는 과는 절대 못 되는데 말이지.

머 두고봐야지.
정글이 될지~ 이쁜 잔디마당이 될지...
아침저녁 쓸고닦는 부지런함 없이는 매끈한 마당 절대 못 만든다.

꽃으로 그득했던 창문에
푸른 잎들만 가득하다.
이제 가을 오기 전까진 이런 모습으로 견뎌야 한다.

비가 양이 별루다.
진짜 하늘이 막혔나보다.
그동안 있던 빗물탱크 몽땅 터뜨린 다음이라 하늘도 가물어버렸나.
하늘 빵꾸 났다고 손구락질 억수로 했었는데 말이지..

머 이러다 또 정신 못 차리게 퍼붓는 날 오겄지비~
말이란 함부로 하문 안되는 거여... 입단속 글단속 잘 해야지비~
요샌 정말이지 암것도 함부로 몬해.

옥수수 싹 잘 트겠네.
산비둘기들 호시탐탐 노렸을텐데...

감잎 싹이 부쩍 나왔겠다.
아~ 두릅.. 꺽으러 가야하는데...

멀쩡한 날 다 냅두고 꼭 이렇게 일 못 하는 날엔
일 할 꺼리가 소복소복 떠오른 단 말이지..
글타고 우비쓰고 두릅 따러 갈 순 없자노.

삼동추가 끝장났다.
꽃피고 대궁 억세져서 먹을게 없다.
몽땅 갈아엎던가 소닭한테 갖다주던가 그래야지.

며칠전 찹쌀풀로 황토벽돌 쌓아 집짓는 거 봤다.
무슨 티비프로그램인지 모르겠는데 그런거 관심없고~ 어쨌든.
눈이 확~ 뜨여지더라.

작은넘이 막 불러제끼길래 쪼차가봤더니.. 횡재했네.
중국의 만리장성도 그런 방법을 썼다는 근거가 있다하대

황토벽돌조적용으로 찹쌀풀이 가능하다면.
구들장 방바닥 연기 안 올라오게 발라도 되는거 아니겠냐고오.


그렇다면 말이지.
비바람 들이치는 황토외벽에도 찹쌀풀을 쳐발라도 되는 거 아닐까?

마구마구 생각이 떠오른다.
소방호스 그 물줄기에도 살아남는다면
그 쓸모가 무궁무진하겠다.

헌데~ 쓸데없이 꾸척스럽게 궁금한거 하나.
벌레가 안 뎀빌까?
딴엔 그것도 곡물인데 말이지...

울집 황토방은 지네들이 아주 사랑해주더만~ ㅠㅠ
어데로 겨들어왔는지 내도 몰러... ㅠㅠ

이렇게 비오는 날~ 딱히 하릴없이 뒹구는 날에는
이런 생각이라도 해서 시간을 쪼개야한다.

비가 멋없게 온다.
막 주룩주룩 퍼부어야 하는데 말이지.
밭고랑에 먼지는 가셨을까?
논간데는 물이 좀 고였을까?
올해 모자리 할 물은 자래갈까?

꼬맹이가 키우는 올챙이들은 진짜가 있고 가짜가 있는데
가짜는 부풀어서 터질 지경이고
진짜는 아직 뒷다리도 안 나왔다.

이넘 이번엔 도마뱀을 키우자는데~
아마 뱀도 허락하면 키울 넘이다. ㅠㅠ 귀엽단다~ ㅠㅠㅠㅠㅠㅠ

이넘이 어제 먹어치운 것들.
의성 현우네 사과 3개 사과즙 10봉지
밥 세끼
간식 세끼? (만두 떡볶이 순대 탕수육~)
미숫가루 한대접
안 뵈는데서 먹어치운 것은 계산에 안 들어감.

헌데도 허벌나게 날씬하다~

이렇게 비오는 날~ 바람부는 날에는
산길 헤집다 오는 것도 좋은데.
언젠가처럼 길 잃고 산꼭데기로 쳐올라가는 불상사 일어날까봐 참는다.
미쳤지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

큰골 작은골이란 옛 지명 하나만 보고 찾아간 그 길을
이제 다시 가라면 절대 안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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