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산골 봄볕에...

산골통신 2009. 4. 17. 09:38
하루종일 돌아다녀도 피곤한 줄 모르고
하루해를 보낸다.

자연은 치유력이 있다는 것이 맞나보다.
어느샌지 모르게 불편했던 마음 힘들었던 몸이 스르르...
기름 잘 친 자전거체인처럼 잘 돌아간다.

무에건 힘이 들면 슬쩍 산에 가고 본다.
머 깊은 산속 아니라도 괜찮다.
걍 산밑 밭이라도.
들길 물길 풀길이라도.. 무심히 걷고 온다.

봄햇살에 따뜻하다. 아침저녁으론 쌀쌀하지만 견딜만하다.

마당 평상밑에 사는 아롱이는 요새 비쩍 말랐다.
아무래도 할매가 밥을 적게 주는가보다.
아롱이 밥당번이 할매로 바뀌었다.
우리가 맨날 막 퍼준다고~ 동네 개새이들이 다 와서 퍼먹는다고~ 한번 생야단이 난뒤로 그렇게 됐다.

새로 이사온 이웃이 하나 있는데 여엉... 본데가 없는 사람이다.
나이는 지긋하게 묵은 사람이 입만 나불거리고... 동네사람 무시하기가 영 껄끄럽다.
지만 잘났고~ 지가 아는 사람들은 다 유명하고 친하고 머 그렇단다.
지네 아부지가 어떻고 지 아들이 어떻고 지 동기가 어떻고...
헌데 희한한 사람이지~ 한번 인사튼 다음부턴 우리도 그 사람의 아주 절친한 인맥?이 되어버린
웃기지도 않은 사실이다.

앞으로 이 사람...
울집 앞을 오고가면서 옆사람에게 말할꺼다.
"여기 사는 사람 나하고 아주 친해.. 어쩌고 저쩌고..."
며칠 전 할매집 앞을 지나면서 옆사람한테 그러더란다.
"이집 아들이 뭐하는데~ 내하고 동기야~ 잘 알아... 어쩌고 저쩌고..."

에라~ 동기가 다 얼어죽었나~ 엿먹어라. 빌어먹을...

대처 사람들 보소.
어떤 마을에 이웃으로 들어오면~ 특히 시골이나 산골은 말이지...
이웃하고 웃으며 지내야지.
이웃들 싹 무시하고 그리 입만 살아서 내만 잘났네~ 하고 입으로 다 해쳐묵으면 안 되지...
돼지 한 마리 잡아서 집들이 한대매~~ 집수리할때부터 매일매일 큰소리 땅땅치지 않았어?
그런 사람이 마을회관 짓는데도 딜다보지도 않고
일년 이년 지나도록 제대로 된 인사도 없고~ 그 돼지는 오데갔나?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나벼???
산골사람들 무식하고 볼거 없다 이거겠지? 흠... 못난 종자 같으니.

개새이들은 왜그리 많이 키워? 음. 키우는건 좋아. 풀어놓고 키우면 안 되제..
그렇게 덩치 큰 개를. 사고라도 나면 어케~
우리도 아롱이 묶어놓고 키우는 이유가 먼데...
아무리 발바리라도 사납단 말야. 하물며
망할 그집 개새이들이 몽땅 울집에 쳐들어와서 개똥 다 누고 울 아롱이 밥 다 훔쳐먹고~
해서 울 아롱이 요새 쫄쫄 굶고 있잖여...

개똥 더럽다고 지네집 마당에 누지 말고 들에 가서 누라고 개를 풀어놓는단다~ 오메 잡것!
그러면 그 개들이 들에 가서 알아서 누나?
이웃집 마당에 가서 누지???

어느날 울집 마당이 개똥천지가 되었길래 이거이 먼 날벼락이야~~ 하고
애꿎은 아롱이한테 난리벽력을 쳤다가 알아낸 사실에... 경약했더랬다.

머 건 글코.
울 아롱이 불쌍해서 우짜냐...
쥔장이란 사람은 바빠서 같이 놀아주지도 않고..
밥은 애기주먹만치 주고...
고양이들도 사냥에 맛들여 코빼기도 안 뵈고...
늘 혼자 평상밑에 웅크리고 산다.

봄볕이 좋다.
자울자울 약먹은 병아리처럼 햇살 좋은 툇마루에 앉아 졸고 싶다.
살구꽃 바람에 다 날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