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산골에서 겨울나는 희한한 방법...

산골통신 2009. 1. 11. 10:41

요새 울집에 희한한 물건이 하나 생겼다.
머 그것이 뭐 희한하냐고 물으신다면 쯔비... 잠깐 입 다물고 있겠슈.
 
아궁이 장작 들어가는 것이 눈 돌아가~
그래도 일단 때고 보자고~ 마구마구 쳐넣고 사는데
오늘은 천상 얼라들하고 나무하러 가야겠다.
 
먼넘의 나무가 옹이가 많아 도끼가 안 들어가~ 허구헌날 톱질만 갖고 해대자니
힘이 마이 든다.
 
재작년에 과수원에서 잔가지 친 것들을 두트럭 갖다 줬었다.
그넘이 삭고 삭아 아주 때기 좋을 정도로 잘 삭아있더라.
진작 땠어야 했는데 딴 나무들이 많아서 좀 천덕꾸러기 취급을 했었더랬지.
이젠 땔나무가 아쉬우니께 쳐다보는것 좀 봐~ 인간 하고는...
 
잔가지 친것들을 단으로 묶어 차곡차곡 두 군데 쌓아놓았는데
밭둑에 쌓아놓은 것들을 망할 홀애비 한나이~  자꾸만 집어간다.
에궁. 냅둬라~ 저러다 죽으면 말겄지.  이젠 무심히 본다. 가져가거나 말거나.
뭐래도 줄 수 있다는 건 좋은기다. 하면서.
 
요 잔가지들이 불땀이 어찌나 좋은지 자잘하다고 무시했던 맘이 미안하더라고요.
꼬맹이랑 아궁이에 쳐넣어가며 때는데 불길이 무서울 정도야.
이래서 삭정이가 많은 봄날에 산불이 나면 못 끄는구나~~ 싶더라고.
 
한참을 잔가지만 여덟단 정도 땠나? 이글이글 숯불이 옴팡 쌓이더라고.
에구야... 이거 어카니? 이따 때야겠다. 이거 다 재가 되걸랑~
가만 쳐다보고 있던 꼬맹이...
 
고구마 가져올께~~~  뛰간다. 저넘봐라...
 
그날밤... 저녁도 안 묵고 고구마에 감자에~ 입과 손 뺨이 꺼매지도록 먹었다는거...
나중에 거울을 보이 내 눈썹도 하나 엉뚱한데다 그려져있더만~
 
고구마 궈지는 냄새는 별로 티가 안 나는데~ 감자 궈지는 냄새는 왜그리 지기는겨!
뭐라 형용못할~ 그 냄새에 작은넘이 깜박 넘어갔다.
 
꼬맹이는 고구마 작은넘은 감자에 푹 빠져 한참을 아궁이 앞에 퍼질러 앉아 까먹었다.

고구마 단내를 맡고 쪼차온 고양이들과 놀면서.

꼬맹이 한쪽 눈탱이가 시꺼멓길래~

가만 얘기했다.  너 안에 가서 거울좀 잠깐 보고 오리???? 

누나한테도 얼굴 디밀어보고... 뭐라 하나..

영문 모르는 꼬맹이 쏜살같이 뛰가 누나한테 얼굴을 디미니..

그 누나  그만  뒤로 넘어가버렸다나.

씩씩거리며 쪼차왔다. 몰라~~ 얘기좀 해주지~~ 엄마 나빠!

머 하여간 판다  한마리  구경 잘했지비...

 
아궁이 불이 쉬 사그라들지를 않아 참 좋더라.
큰 통나무장작 몇개 넣는 것보다도 이 잔가지 여러 단이 더 불땀이 좋고 효율성이 좋다는 것을 이제사 알았다.
나중에 숯불 필요할때 이렇게 해야겠다.
 
요새 군불을 하루 건너 땐다.
구들장이 두껍고 그 위에 황토를 이삼십센치를 깔았기 때문인지 달구기는 힘들어도
한번 달궈진 다음에는 며칠이 가도 안 식더라고.
겨울이라도 날이 푹할때는 나흘까지 버텨봤었다.
아랫목에선 일주일도 버틸 수 있는데 문제는 방안 공기가 식더라고~~ ㅠㅠ
 
해서 어제 우리가 딴엔 머리를 써서 장만한 거이 한나 있지비.
꼬맹이랑 둘이서 머리 맞대고 궁리좀 해봤으~
요놈이 알게모르게 머리가 핑핑 돌아가는 넘이라.
 
일본에 코다츠란 것이 있는데~ 그넘이 일본처럼 춥고 지랄같이 냉습한 곳에선  딱 알맞은 난방기구인데~ 그걸 누구 줬단 말이지~ 
노상 겨울이 되면 그게 생각이 나더라고~~
 
그걸 구해보려고 인터넷을 싸그리 뒤져봤는데 파는덴 없고 구매대행 하는 곳은 있으~
하지만 그케 까지 해서 살 것 까지는 없더라고...
해서 만들어볼까... 싶었는데 쪼매 전기요금이 슬쩍 걸리대... ㅠㅠ
 
헌데 꼬맹이. 걍 밥상에 이불만 있어도 되지 않냐고.
음. 생각해보이~ 우리는 다다미 방이 아니라 온돌방 아뇨?
음~ 그러치. 그렇다. 굳이 전기난로가 달려있을 필욘 없다 그치?
음. 그래. 한번 해보자.
득달같이 큰 밥상 하나 꺼내고 넓은 이불 하나 꺼내고 해서
순식간에 코다츠 하나 맹글었다. 한국식!!!
이 위에다가 두꺼운 식탁유리같은거 올려놓으면 고정이 되고 보기도 좋고
아니면 판자 하나 올려놓아도 되겠고~
 
아랫목에 놓기는 너무 뜨겁고~
웃목에 놓았지.
꼬맹이~ 요맘때의 아이들이 그렇지~ 동굴같은 어두컴컴한 공간을 좋아하지.
너무 좋아하더라고.  들어가서 나올 줄 몰라...
그날밤 그 속에 겨들어가서 잤다. 이넘.
새벽녘에 너무 더워서 겨나오더라고.
 
웃목이었는데도 그 안 공기는 후끈후끈. 방바닥도 덩달아 안 식었고.
오메나~~ 이거 쓸만하다...
왜 이걸 생각못했지?
 
구들방의 단점이 방바닥은 뜨겁고 방안 공기는 점점 식어가고~ 머 그런거였는데.
이불을 깔아놓으면 이불 속만 따뜻하고 그렇더라고.
이 한국식 코다츠를 놓으니 그 속 공기가 얼마나 훈훈한지... 정말로 훈훈 그 자체더라고.
일본의 코다츠는 다리만 겨우 집어넣고 잘 수 있는 그런 공간 밖엔 안 되는데.
하지만 즉석에서 얇은 이불을 두개 연결해 꿰매서 덮으니 세상 좋은거~
 
한국식 온돌과 일본식  코다츠의 결합 되겠으~
지금 꼬맹이~ 더 큰 밥상 없느냐고~ 야단이다.
 
한국식 온돌방에서 책 하나 들고 앉아있자면~ 스르르... 등짝이 어느샌지 모르게
구들장하고 딱 붙어 떨어지질 않더라고.
그래서 겨우내내 구들장 엑스레이 골고루 찍다가 볼일 못 보는데...
 
이 내맘대로 코다츠?가  생긴 뒤로는
척~~ 공부하는 폼이 만들어졌다는거 아뇨.
어쨌든 앉아있어도 춥지 않고 탁자가 있으니 기대고 비빌데가 생겨 의지가지가 되고
그 안이 얼마나 따끈따끈한지 홀짝 반하겠더라고.
온식구 둘러앉아 차 한찬 마시기도 좋고 책 하나씩 들고 보기도 좋고
도란도란거리며 긴긴겨울밤 보내기도 좋고...
 
헌데 그 탁자밑 이불속 사정은 모르는거.. ㅠㅠ
 
겨우내 이 내맘대로 코다츠 속에서 발싸움~엄청 하게 생겼다.
꼬맹이는 들어가서 안 나오고~  작은넘은 자리 차지하고 안 비켜주고~
해서 심술 만땅 선녀 한 마디 던졌다.
 
누가 거서 방귀뀌면... 아무도 책임 못 지지...  =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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