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쪽파...

산골통신 2009. 4. 16. 12:38
쪽파 한 푸대 이고지고 들고 왔다.
엄지 검지 손구락 시커멓도록 다듬고 있다.

쪼글치고 앉아 이거 다듬는 거이 얼매나 힘든동...
에구~ 허리야... 삭신이야 절로 난다.

장날 한 귀퉁이에서 쪽파 다듬어 파는 할매...
젊은 아낙들~ 다듬은 넘만 냉큼 사가버리지...
그거 다듬느라 얼매나 애쓴지는 생각 안코~
그거 사갖고 가서 편하게 묵을 생각에~ ㅎㅎㅎ

쪽파 다듬는다. 두시간동안 해도 다 모했다. 한 흔적이 머 별루 없다.
울 할매~ 얼매나 많이 뽑아놨던지 원~
이거 씨갑시나 더 하지~ 왜 다 뽑아여~~

걍 냅두면 다 쇠어버린다고 씨 할것만 조금 냅두고 몽창 뽑았나벼...
씨 많이 해봤자 값도 없고 걍 파김치 담아라~ 이거죵..

쪽파 다듬다가 성질나서 허리운동 한다꼬 걍 일어섰다.
오늘 하루죙일 해야겠넹~
어제는 망할 정구지랑 달래 다듬다가 성질훈련 억수로 했공.

내사 서서 일하는거나 돌아댕기며 하는 일은 얼매든지 한다.
퍼질러 앉아 하는 일은 절대 몬한다꼬.
평소 안 아프던 허리 어깨 다리 아구구~ 막 쑤시는 소리가 절로 난다고라~

고들빼기 눈에 띄는대로 다 캐담았더니 그것도 솔찮네.
이거 무쳐무야지.
쓴맛이 제대로 날려나.
희한한 거이 요새 고들빼기는 쓰지도 않어?
씀바귀도 여엉.. 옛맛이 아니고. 아무래도 칼속새를 찾아 나서야겠지?
그넘 쓴약 저리 가라할정도로 쓴건데~ 아무래도 그넘 생각하이 군침도네..

이제 쪽파시절도 다 가고...
마늘잎 시절이 온다.

옥수수 씨모종이 제법 자랐더라.
그넘도 어따 밭가생이에 죽 돌아가며 심어야지. 그래야 올여름 옥수수 얻어묵지.
어영부영 게기다 철 놓치면 넘들 옥수수 물고 댕길때 암것도 내입에 들가는거이 없다고라.

상추를 안 깔려줬더이만 억세질대로 억세져서 퍼렇다 못해 시컴하다.
그넘 손구락 아프도록 깔려갖고 끼니마다 상추쌈이닷~
빠닥빠닥 소리가 난다.

상추는 아궁이 재하고 물만 마추맞으면 잘 큰다.
싹 깔려버렸다. 꼬갱이만 쑥 냄기고.
머 그래봤자 내일 하루 지나면 또 뜯어묵을게 생기니 얼매나 이쁘냐 말이지...

언젯적에 새댁보고 상추 좀 깔려온나~ 했더이만 싹 조져놨더래매...
또 어떤 새댁보고 상추 좀 깔려갖고 가라~ 했더이만~
싹둑싹둑 꼬갱이 째로 똑똑 대궁을 뿔개버렸대매...

상추 깔리는 것만 보면 울 할매 노상 그 말씸 하신다.
그 새댁들이 어떤 새댁인지 내도 모린다. ㅎㅎㅎ 말 몬한다~ ㅎㅎㅎ

쪽파하고 정구지하고 두릅하고 달래하고 상추하고...
쫑쫑 썰어 숨좀 살짝 죽여서리~ 양념간장 참기름 깨소금 넣고...
쓱쓱 들기름에 들들 볶은밥 한 양푼 그득 해놨더이
작은넘~ 밥주걱채로 퍼먹더라.
남은넘갖고 주먹밥 맹글어두었더니 언제 사라졌는지 안 뵈드라.

꼬맹이보고 일렀다.
니 뱃속에 있는 넘 따로 챙길 생각 말거래이~
니만 챙겨도 된다고~

요놈이 한창 먹을때인지 지 뱃속엔 따로 언넘이 산다고 더 먹어야 한대여~
그 주먹밥 다 먹고도 또 무엔가 끓여묵었지? 아마!!!
그리고도 모자라 미숫가루 한 대접 타묵었지비????

하이고~ 이거 쪽파 운제 다 다듬노~ 반도 몬했다~~~~
이런건 울 할매 몫인데.. 왜 내한테 온겨...

군소리 고마 하고 쪽파 다듬으러 갈랍니다~
이거 다 다듬어서 점심에 쪽파전 해무야지...
막걸리는 안 담아서 없공~ 션한 맥주나 같이 해야죵~

봄날은 간다...
꽃잎은 날리고...
아직 안 갈아엎은 밭고랑엔 하얀 냉이꽃이 덮여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