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따끌따글 땡볕에는~

산골통신 2008. 7. 30. 16:12
 
어디 나가면 미친년이다.
 
아침...
햇살에 바삭바삭 잘 말려진 고추푸대를 아랫방에다 넣어두고
어제 해거름에 얼라들이  서너 구루마 그득 쳐싣고 온 풀더미를 소한테 상납해드리고~
그래도 줄줄 흐르는 땀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오늘 일 할 거 없슈... 언넝 해가 더 뜨겁기 전에 해치웁시다아~~
하고 고개를 숙여 읍조리니...
 
할매 왈:  오늘은 암데도 못 나가겠다. 이런 날 일 못한다.
 
고개숙인 선녀 입이 헤벌쭉...  룰루랄라....  뒷걸음질쳐 =3=3=3
 
뜰아랫채 황토방에 쳐박혀 얼라들 점심도 줄 생각도 않은채 얇은 책
서너권을 후딱 읽어치우고~
 
 
그야말로 번쩍번쩍 햇살 빛나는 창밖 풍경을 입을 헤~ 벌리고 쳐다보고 앉았다.
이런 날...
냇가 물놀이 하러 간 작은넘과 꼬맹이를 대단타 생각하며.
 
한참 비가 퍼부은 뒤끝이라 물이 깨끗하걸랑.
몇년 전 같으면 내도 같이 가자~~ 하고 따라나섰겠지만
이젠 저노무 햇볕을 이겨낼 기운이 딸려... 그만 찌그러졌다.
 
이대로 계속 날이 따글따글 볶아라~
그래야 고추도 참깨도 좋지.
지금봐선 작황이 아주 좋은데...
 
아롱이는 평상 뒤 그늘진 곳에서 잠을 잔다.
밤새 이슬이 내릴낀데 그 이슬 다 맞아가며 평상밑으로 안 겨들어가고
거서 자더라.
어지간히 더웠던가봐.
 
해가 다 떨어진 저녁에도 날이 더워
아랫채 툇마루에서 밥을 먹었다.
깻잎 뜯어오고 상추 깔려오고~ 된장꼬장 양념해서
넘의살 궈먹었다.
 
이제는 얼라들이 직접 차리고 궈준다. 그리고 치우기까정~
내는 젓가락만 들고 먹어주기만 했다.
내한테 이런날이 오다니... 감격세상이다.
 
넘의살 냄새를 맡은 강냉이 쪼차온다.
하지만 제 입맛이 아닌지 걍 쭐레쭐레 사라져버리고
입맛 따질새 있는겨~ 아무거나 주기만 하쇼~ 하는 아롱이만
팔딱팔딱 뛰면서 꼬리를 사정없이 흔들며 대기하고 있다.
 
이런날 빨래는 잘 마르겠다.
얼라들 이불이나 꺼내서 한바탕 주물러 밟아 빨까.
마당을 가로질러 빨랫줄을 메고
대나무 장대로 빨랫줄을 버팅기고...
흰빨래 희게 빨고 검은빨래 검게 빨아...
 
 
아랫집에서 가져온 찐옥수수...
얼라들은 손도 안 대고..
내혼자 우걱우걱 다 뜯어먹었다.
 
작년이었던가 꼬맹이  이갈이를 할 적에
옥수수를 먹을 수 없어 울상을 했었던 기억이 있었지.
그 기억 뒤로 이넘이 옥수수를 안 좋아라 한다.
 
요며칠 얼라셋이 집구석에 쳐박혀있는지라
쌀이 팍팍 줄어든다.
반 푸대 방아찧은 것이 벌써 바닥이 긁힌다.
 
또 방아를 찧어야겠는걸~
 
비름나물을 뜯어 데쳐 된장꼬장 참기름에 무쳤다.
요즘 비름 천지다.
참비름 쇠비름~  먹어도 먹어도 질릴 정도로 자꾸만 돋아난다.
 
아침에 얼라들 비빔밥 해줄까 하고 무쳤다가
내혼자 다 비벼묵었다. 얼라들은 구경도 못하고...
다시 뜯으러 나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