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후덥지근한 날씨땜시

산골통신 2008. 7. 30. 16:10
옷을 아무리 갈아입어도 눅눅하고 축축하다.
이런 날씨 참 구찮다.
 
선풍기가 두 대 있는데 아이들 등쌀에 이리저리 끌려다닌다.
하나가 날개가 부러져 와당탕탕~ 공중분해가 되었는데
나무꾼이 뚝딱 고쳐놨다.
 
덥다.
어제 방아를 찧으면서 땀이 뚝뚝뚝뚝... 그냥 떨어진다.
닦아도 소용없고 그냥 내빌라뒀다.
 
나락이 습기가 많이 먹어서 잘 안 찧어진다.
여름나락 방아찧기가 참 힘이 든다네~
 
옛날 디딜방아나 절구로 찧어먹을 때도
참 애먹었었단다.
보리를 물에 불려 절구로 쾅쾅 찧으면 얼마만치 해야 겨우겨우 밥할 거리가 나왔다나.
눈물 날 정도로 힘들게 살고 어렵게 살고 그랬는데
다들 살만하니 북망산 간다고... 서럽다 하신다. 살아온 세월들이...
 
아무래도 비가 와자자 짜들겠다.
어여 방아를 찧고 뒷설거지를 끝내려고 부지런을 떨었다.
허나 나락이 마구 섞여나오고 왕겨들이 안 날라가고 그대로 나와
일거리가 더 늘었다.
키를 가져다 까불고 일일이 메자구라나... 까만 씨앗들을 골라내느라고
한참 했다.
 
메자구씨는 꼭 무슨 벌레알처럼 반짝반짝한 동글동글한 풀씨인데
얘는 방앗간에서 아주 싫어라 한단다.
나락 사가는 상인들도 질색을 한다네~~
 
골라내면 얼마 안 되는 것들이 꼭 섞여있으면 엄청난거 같더라고...
한참을 퍼질러 앉아서 키를 까불고 뉘를 골라냈다.
 
왕겨를 치우고 당가루도 치우고 이리저리 방아를 돌보고 나니
비가 후두두두.. 시작하려고 한다.
이럴려고 그리 더웠었구낭.
 
해거름에 고추를 딴다.
다음주엔 비가 그치고 해가 반짝 난다니...
지금부터 부지런히 고추를 따 모아서 말릴 준비를 해야한다.
태양초 만들기가 참 거북하고 성가시지만~
어쩔 수 있나.
 
비닐하우스 한 곳 다 땄다.
내일 식전에 두 곳 마저 따야한다.
첫물인데도 그다지 많지가 않네...
 
저녁에 하도 더워 방안으로 못 들어가고 마당을 서성인다.
넓직한 흔들그네에 모기장을 뒤집어 씌우고
거기다 밥상을 차렸다.
머 밥상이랄거 있나.
걍 양푼에 이것저것 나물 뜯어넣고 꼬장이랑 된장이랑 참기름이랑
쓱쓱 섞어 비벼...
아이들이랑 머리 맞대고 퍼먹었다.
순식간에 한 양푼이 다 비워지는데... 놀래부렀다.
 
아이들 간식으로 강정을 만들어봤다.
작은학교 노을이엄마표 강정인데  이거 아주 끝내준다.
할매가 맛을 보시곤 홀짝 반하셔서...
집에 있는 재료들로 한번 만들어보자신다.
 
큰거 두 판 만들어 두고두고 먹고 있다.
냉장고에 두어도
꺼내놓으면 날이 더워 금방 눅눅해져서 나중엔 숫가락으로 퍼먹어야 할 지경이다.
 
아이들 간식으론 그저그만이다.
 
일이 많다.
냘이 더워도 비가 퍼부어도 할 일은 그냥 있는데
어째야 좋을려나...
덜 더울때를 기다리자니... 일이 자꾸만 쌓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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