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땀인지 빗물인지~

산골통신 2008. 7. 30. 16:12
 
끊임없이 흘러내린다.
마치 샤워기 밑에 있는 착각...
 
아까 목덜미가 따끔! 하더니...
언제부터인지 머리가 아프다.
벌인가...
 
이젠 벌에 쏘이는 것도 일상화되었다.
 
저 안쪽 논둑 풀은 울 꼬맹이 키를 넘었다.
눈에 보이는 쪽만 단도리 하다보니
낫을 잘 갈아 두 개를 들고 나섰다.
 
할매는 논 앞쪽을 선녀는 논 뒷둑을.
할매 일 속도 좀 봐라... 세상에...
허리 아프신 양반 맞어?
앉아 하는 일은 얼마든지 하신다고...
 
내는 절대 앉아 하는 일은 몬한다.
단 서서 돌아댕기는  일은  얼마든지 한다고.
해서 절로 일 분담이 척척 된다.
 
논둑 풀을 척척 베어넘긴다.
이노무 바랭이~ 이노무 새갱이..
가을 누런 들판에 이 새갱이풀에서 하얀 억새꽃이 피어나면
기가 맥히게 멋진 줄 내 모르는 바는 아니나...
사정 안 봐주고 새갱이 풀을 베어넘긴다.
 
꼬맹이와 큰넘이 구루마를 끌고와서 풀을 나른다.
번개처럼 이리 저리 뛰댕기는 꼬맹이와
꾸무럭꾸무럭 움직이는 큰넘.
큰넘의 정신세계와 선녀의 정신세계가 어느정도는 코드가 맞아
충분히 저넘을 이해할 수 있다.
아마도 머릿속과 몸이 따로국밥일거다.
 
해가 설핏 진다.
정신없이 뜨거운 해가 사라졌다.
오메~ 사람 살겠다.
 
장맛비에 논둑이 두 군데 무너져내렸다.
윗논 쥔장한테 얘기를 해야겠네.
 
고추를 따서 햇살에 말리고 있다.
오늘 소나기가 오락가락 한다고 하던데
신경  쓰고 있어야겠네.
 
참깨가 오랜만에 풍작이다.
이대로 날이 따글따글 볶아주면 참말로 좋겠는데 말이지.
더는 비가 아쉽지 않다.
 
고추도 그렇고 참깨도 그렇고... 올만치 왔으니 그만 와줘도 되는데...
하늘이 알아들을까.
 
땅이 무를대로 물러서 산밭에 올라가는 길을 닦아도 좋을 거같은데
트렉터 쥔장이 알아서 해줄라나...
콩밭 순 치고 계시는 희덕이 할매한테 쪼차가 부탁드렸다.
희덕이 아빠 시간 되시걸랑~ 아무때고 좀 해주소...
 
마당이 다시 풀밭이 되어버렸다.
이젠 그냥저냥 아무 생각없이 쳐다만 본다.
 
삼잎국화 노랑꽃이 피었다.
하도 키가 커서 꺽다리꽃이라고 부르는데... 내맘대로.
비가 억수로 오는 철이면 그 큰 키를 감당 못하고 죄다 자빠지는
웃기는 넘이다.
 
흰접시꽃 한무더기는 키가 크다크다 못해~자빠지기 일보직전~
아랫채 지붕에 기대어 겨우 자빠지는 것은 모면했다나...
 
방티연못에 수련이 계속 피고지고 한다.
방티연못에 사는 넘들이 참개구리인줄 알았더니 맹꽁이었단다.
저녁부터 새벽까지 그 우는 소리를 듣자면 참 고롭다... ㅠㅠㅠ
 
할매집으로 이사간 아기고양이 여섯 식구는
다시 안 돌아온다.
가끔... 먹을 거 없나~ 정짓간 기웃거리는 걸 들키기는 하지만.
 
집나간지 며칠 된 작은넘 데릴러 시내에 나가야한다.
집나가겠다고 설치다가 주저앉은 큰넘도 데리고~
한바탕 문명바람 좀 쐬다가 들어와야지.
 
작은학교에 아이를 보내면
방학 때도 아이 얼굴 보기 쉽잖다는 거.
며칠 후부터 아이들은 전국일주를 시작할게다.
서울로 영동으로 속초로 하동으로 창원으로  퇴촌으로 일산으로  진주로...
그 다음은 어디로 튈지 내도 모른다.
 
방학숙제가 집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다행인가...
길에서 숙제 다 해갖고 온나! 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