맴이 뿌듯 뽀듯~ 뽀드드드하다.
밥상 차릴 걱정이 훨~ 덜어진 것이
이 땅에 태어나 살아내야 하는 여자로서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는 지
아마도 이 땅 남자들은 크게 못 느낄 것이다.
오늘 점심...
식전에 딴 고추를 씻어 잠방에 널어놓고..
비가 정신없이 퍼부어서 말릴 엄두는 못 낸다.
점심을 무얼 할꺼나... 텃밭을 둘레둘레 돌아보며 걸어가는데
꼬맹이 허겁지겁 쪼차와...
짜장면 먹고싶단다.
이 산골짝에 먼 짜장씩이나... 하겠지만
요 꼬맹이는 말이 된다는 것을 안다.
전에 사다둔 짜장가루가 있다.
국수도 항상 사두었었지.
흠... 그거면 되겠네...
꼬맹이보고 감자밭에 가서 아직 안 캐고 둔 감자 두어 개만 캐온나~ 시켰다.
텃밭 오이 하나 뚝 따고
깻잎 여나문 잎 따고
아삭아삭 고추 몇개 따고
헛간에 있는 양파 두어 개 가져오고
토마토를 넣을까? 궁합이 맞을까? 갸웃...
전에 냉국수 할때는 얹어줬었는데... 짜장에도 어울리려나...
냉동에 넣어둔 표고버섯볶음과 돼지고기볶음을 꺼내어 녹인다.
다시국물과 같이 되어 있기 때문에 따로 다싯물을 안 내어도 된다.
그대로 꺼내어 냄비에 넣고 끓인 다음
감자랑 양파랑 이것저것 넣고 익혀
짜장가루를 풀고 저어 끓이면 끝!!!
이따만한 대접에 국수사리 담고
짜장이랑 오이채랑 얹어주니 그럴싸~~ 하다.
할매할배 드시라고 한대접 그득 만들어 갖다 드리고
할매도 점심걱정 은근히 하시고 계셨던지 반가와라~ 하신다.
온식구 머리 맞대고 순식간에 다 먹어치웠다.
큰넘 세 그릇~
꼬맹이 왈:
우리는 시장 갈 필요가 없어.
내가 감자 캐왔고
엄마가 오이 따왔고~
밭에 가면 다아~ 있어.
우리는 그래서 좋아.
어제그제 방아찧은 쌀로 밥해줘~
저녁엔 짜장밥이야...
요 꼬맹이 아까 감자 캐오다가 미끄러져 마루방에 온통 흙칠 해놨었다.
그걸 지혼자 걸레 빨아다가 훔치고 닦느라고 땀 삐질삐질~~
그 나이 다른 집 얼라 같으면 엄마~~~ 하고 앙! 울기 부터 할텐데..
한번 혼땜 한뒤 또 감자를 가지러 뽀르르 가서는 이번에는
마당 샘가에서 싹싹 씻어갖고 오더라... ㅎㅎㅎ
즉석 밥상은
때로 이렇게도 된다.
고추랑 오이랑 상추랑 열무랑 깻잎이랑 마늘 양파
뚝뚝 쪼개고 썰고 해서 거기다 양념간장 휘~ 뿌려 놓으면
양푼 비빔밥 해묵을 때 끝내준다.
호박잎 뜯어다 살짝 쪄내고
된장풀어 고추쫑쫑 썰어넣고 끓여내면
딴 반찬 필요없고~
가지 따다 찌거나 볶거나~ 해도 좋고
애호박 뒤적거려 찾아내면
돈적 꿔먹어도 좋고 정구지랑 섞어 적꿔먹어도 좋고~
그도저도 다아 구찮고 걍 밥 물말아 먹을 시간밖에 없으면
고추 따다 꼬장 된장 푹 찍어 먹으면 걍 넘어간다.
돌깻잎도 요즘 한창이라...
그저 뜯어다 먹기만 해도 좋아라...
입이 슬쩍 궁금해지면 방아잎 뜯어다
정구지 쓱쓱 썰어넣고 매운 고추 듬뿍 넣고
적 꾸면... 휘발류 몇병은 그냥 없어지지...
그대로 발동이 제대로 걸리면
오후 일이 수월하게 넘어간다.
밤에 비가 무섭게 왔다.
참말로 간만에 저 아래 냇가 보뚝 물 내려가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우릉 우릉~ 우르르...
이런 날 날궂이 적이나 꿔먹고 놀기 마련이라 보통 생각하기 쉽지만
이런날 시원한 날 어여 일 많이 쳐내야 한다고
산골 사람들 다아~ 논 밭에 나가고 집에 없다.
아마도 고추 따고 논둑 풀 베고 그럴거다.
요즘 한참 고추 딸 철이다.
오늘 꼬맹이랑 봉숭아 물이나 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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