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토실토실 밤 줏으러~

산골통신 2008. 10. 6. 19:32
요즘 산에서 산다.
조선낫 하나 들고 마구마구 길없는 길을 헤쳐가며 산에 간다.
산골사람들 눈만 뜨면 산에 가고 없다.
도토리 줏으러 밤 줏으러~

도시공원이나 야산같은데서야 다람쥐 먹을 식량이라고 금지도 한다지만
이곳은 깊은 산골짝이니 다람쥐먹을 식량까지 우리가 걱정 안 해도 된다카이~
그놈 다람쥐들~ 우리꺼 다 가져가는 걸~
호두나무 다람쥐가족에게 찍히면 그해 가을엔 호두 맛도 못 본당께라~
다람쥐들보고 제발 우리 식량? 걱정해달라고 부탁해야 할 지경이여~ ㅠㅠ

할매랑 꼬맹이랑 선녀랑~ 오죽장대 하나씩 들고 산에 간다.
선녀가 위에서 후둑둑 내리치면 할매가 밑에서 주으시고
꼬맹이 낫으로 가시덤불 길을 뚫는다.

알이 굵지 않고 작다.
그래도 맛이 좋다.

한참 장대를 휘두르다가 퍼질러앉아 밤을 깐다.
작대기 맛춤한거 꺽어서 밤송이를 깐다.
꼬맹이~ 이걸 어케 까아~
마! 까라면 까는거여!

밤송이 까는거 잼나다. 발로 이케 밟고 작대기로 벌리면 알밤이 옹기종기 들앉아있다.
까고난 밤송이 한짝으로 치워버려야한다.
그대로 냅뒀다가 엉덩방아찧거나 하면 눈에 불이 번쩍한다.

산골 할매들 자루 하나씩 허리에 묶어달고 산에 가신다.
석바티에도 많고 삼박골에도 많고 천배골에도 많다는데...
슬금슬금 하세월 돌아다니시면서 밤을 주으신다.

석바티 산길 걸어오면서 얼레~ 밤이다아... 지금 떨어진건가봐..
주섬주섬 줏었다. 이야... 이뿌게 생겼다. 요거 맛있겠네.

한참 산을 헤집고 돌아다니다 내려오면서 산밑 사과밭엘 들렀다.
침이 꿀꺽! 에잇 에잇~ 저거 아직 익지도 않아서 서리도 몬하겠고~
침만 슬쩍 발라놨다.


요즘 산밭에 심심찮게 올라간다.
산밭으로 물길을 올리려고 궁리중이거든.
깊이 묻은 호스가 있어 한겨울에도 얼지않고 졸졸 흘러내려오는 물줄기가 있는데
그동안 문제의 호스를 찾지를 못해...
드뎌 오늘 찾아냈다고라~ 으쌰!
허지만 이거 포크레인 와야하겠는걸~~ 사람 손으로 삽질하다간 하세월이여...
내는 삽질하는 인생 싫다고라~ 이제는.

그 호스가 이웃 사과밭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여기다 물탱크 하나 묻어서 호스를 연결해 물을 받고
넘치는 물은 그대로 웅덩이로 흐르게 하면 이모저모 이웃이랑 넉넉히 나눠 쓸 수 있지 않을까.
과수원이랑 산밭에서 쓰는 물도 거진 다 될꺼고 식수도 가능 할 거 같다.
근데 이 물... 일급수다.

산에는 이름모를 꽃들이 많이 핀다.
산초열매 한창이고~
취꽃도 흐드러졌다.
썩은 참나무 뿌리께에서 영지버섯 하나 발견했다.
누가 따갈새라 숨겨두었는데...

해질녘까지 산밭에서 얼쩡거리다가
서산 노을 실컷 구경하고 내려왔다.

시방 선녀랑 꼬맹이는 머리맞대고 밤까묵느라고 바뿌다.

요새 농사일은 벼 수확철이 곧 닥치므로 논바닥 마르라고 논물빼고 있는 중이고
마지막 도구를 쳐내야 할 철이다.

고추가 막바지 딸 것들이 남아있고.
들깨가 한참 여물어가고 있다.
고구마도 곧 캘 때가 다가오고
무 배추는 더이상 좋을 수 없을 만치 쑥쑥 자라고 있다.
한참 뿌리내리고 할 적에 가을비가 마춤 내려줘서리...
올해 김장용 무배추 값 그리 비싸지 않을거다. 아마도.

누런 호박이 어데서 나타났는지 불쑥불쑥 호박덤불 속에서 발견되고
호박잎들이 힘을 잃어간다.
뒤늦게 애호박들이 조롱조롱 달리는데 이건 호박고지용으로 말려야 할게다.
곧 서리내리면 쭈구리되거든.

날이 아침저녁 춥다.
땔나무를 차곡차곡 아궁이옆으로 옮겨두었는데
이웃 홀애비 하나...
야금야금 훔쳐간다.

언제까지 그러려나 마는...
그냥 냅두고 있다. 딱하거든. 삶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