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풀과 함께 하루를~

산골통신 2008. 7. 8. 11:45
 
싫든 좋든 풀하고 살아야 한다.
여름철은 온통 풀세상이다.
 
아침부터 지금까지 낫질하다 들어왔다.
예취기 사용하면 좋은 줄 뉘 모르랴...
제초기 사용하면 편한거 뉘 모르랴...
사람들마다 왜 사용안 하고 그리 낫질하느라 힘들다고만 하느냐고
야단이다.
 
모르는 말씸.
 
이 마을은 이름조차 돌이 들어가있는 돌투성이 산골마을이다.
유명하지.
예취기를 노상 메고 다니는 이웃 장정들도 완전무장하고 나서야 하는...
칼날이 아니라 줄로 되어있는 예취기가 있지만 그 줄 감당 안 되지.
 
어느 이는 아예 밭을 승용예취기가 들어갈 수 있게끔 포크레인 동원해 싹 밀어버렸다한다. 돈 쳐발랐다 한다.
그래도 사이사이 예취기는 들어가줘야 한다네.
여름내내 땀에 쩔어... 풀검부지기에 묻혀 산다.
 
어느 이는 제초제...풀약통을 노상 짊어지고 산다.
그니는 풀약 없으면 농사 못 짓는 줄 안다.
그니 논 밭을 보면 고랑은 푸르고... 헛고랑은 누렇다.
그러나 그니... 병원다니느라 바쁘다.
 
아래 글은 어느 농사꾼이 온여름내 예취기 짊어지고 살다
냅다 끄적인 글입니다.
 
 
부우~웅 덜 덜 부우~웅 덜 덜
쑥 대궁이 넘어가네
부우~웅 덜 덜 부우~웅 덜 덜
바랭이 풀 넘어가네

부우~웅 덜 덜 부우~웅 덜 덜
망초 대궁 넘어가네
부우~웅 덜 덜 부우~웅 덜 덜
명아주 대궁 넘어가네

부우~웅 덜 덜 부우~웅 덜 덜
예취기 소리에 서산해도 넘어가네
부우~웅 덜 덜 부우~웅 덜 덜
피곤한 몸뚱아리 넘어가네...


동네 할매 한분이 하소연하시네요.
울 아들 메누리 불쌍해 죽겠어. 얼굴이 꺼매...(햇볕에 탄 것도 있지만
너무 피곤하고 일에 쩔어서... ㅠㅠ)
하루종일 동동거리며 일 붙잡고 살지만 일 한 흔적은 별로 없다고...
품값은 자꾸 올라가고... 올려줘도 올까말까...
가족끼리 일하려니 집안일은 안 되고...
그래도 할매 계시니 집안일은 잊을 수 있나...
자식들은 공부가 어찌되는지... 학비며 용돈만 주면 끝나는지...
보살펴줄래도 여력이 안 닿아..
학교에서는 무심타고~~  농꾼 무식하다고 부모 흉만 본다고...
농기계 빚을 어찌 값나... 억이 넘어간다는데...
농기계 갖고 농사지으면 펀한 줄 뉘 모르나... 혀빼물게 비싸고 고장 잦은걸...
정부보조~ 융자 해준다고 하지만 그거 공짜인가... 빚좋은 개살구지.
 
논 백마지기 지어도 빚이 너무 많아 
헉헉대던 농사꾼 하나...   올해 모내기도 덜 끝내고 돌아가셨다 한다.
그 농사 이어 지을 사람 없어... 다 흩어질게다.
 
소라도 키워 자식농사 제대로 해보겠다던 어떤 이...
불시에 쓰러져 돌아가셔버렸다.
남은 가족들... 망연자실... 그래도 마지막 희망인 축사를 붙들고 이어가겠노라고 했는데...
한우값 폭락~~ 사료값 폭등... 또 망연자실... 돌아간 사람 슬퍼할 기력도 없이
그냥 정신없이 일에 매달린다.
 
오늘도 새벽부터 경운기 소리 예취기 소리 요란타...
선녀도 낫들고 올라간다.
매일 숫돌에 쓱쓱 낫을 갈아... 시퍼렇게 날이 선 낫을 휘둘러댄다.
오늘도 망초대궁.. 쑥대궁 무수히 넘어뜨렸다.
 
어제는 논도랑 도구쳤다.
할매는 논둑~ 선녀는 논도랑 양쪽에 발을 버팅기고 도랑가 풀 더미들을 베어넘겼다.
약을 안 치니 미나리들이 도랑을 온통 덮었다.
풀베어 넘기랴~ 미나리 골라 베어 따로 두랴~
그 긴 논둑 논도랑을 해치우면서 미나리 한 구루마 그득 베어넘겼다.
다듬을 걱정 은근 되지만... ㅎㅎㅎ
 
등짝 옷이 짝 달라붙었다. 선득선득하다.
얼굴은 퉁퉁 불은듯 싶다.
물장화를 안 신고 그냥 긴장화를 신어 도랑안으로 들어가질 못해
낫으로 그냥 풀을 걷어내야만 했다.
물이 시원스레 잘 빠져나간다.
 
이곳은 장마지나고 다시 한번 손을 봐주면 되겠지.
내일부터는 아랫논으로 내려가야겠다.
거기도 만만찮은데...
 
논둑 하나는 수렁에 빠져 다 썩은 볏짚더미들을 깔아놓았더니
풀이 하나도 안 났다.
올해 거기에 질금콩 심었다. 덕분에.
볏짚더미 더 구할 수 있으면 논둑마다 다 덮어줄텐데...
소를 키우니 그럴 수가 있나... 또 짚도 엥가이 비싸더만~ �.
 
풀이란 풀은 다 소한테 갖다 바쳤다.
이노무 소들... 이제 배가 부르나~~ 더 연한 풀 달라고 시위를 하나~~
꼴미워 저녁밥을 안 주고 말았다. 너들 이거 다 묵으면 주지~~ 하고.
 
요새는 풀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고 끝낸다.
 
살구나무 살구가 익어간다.
하나 뚝 떨어지길래 언넝 주워 보이... 조금 벌레 먹었네.
한입 깨물어먹어보이~ 우~~ 시굽다.
 
오늘은 정구지나 싹 베어다가 적 꿔먹어야겠다.
어디 할매 술 담궈놓은거 없나....
 
이젠 급한 풀 다 처리했으니~ 비나 막 쏟아져라~~~~
막 배짱이다. 배째라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