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자꾸만 꾀가 난다.

산골통신 2008. 7. 8. 11:47
 
논과 밭을 휘~ 둘러 한바퀴 돌고 난 뒤...
다시 마당을 본다.
 
이른 아침 늦은 저녁밖엔  돌아볼 새가 없어
낫을 잡아도 호미를 잡아도 그다지 일 진척이 없다.
그냥 마당은 풀세상이다.
 
외등만 밝혀져 있는 산골마을...
불켜진 창이 하나도 없는...
저 멀리 찻길에서도 소리하나 없는...
 
홀로 가만 툇마루에 앉아있어본다.
아기고양이들이 정신없이 뒹굴고 놀고 있다.
맞아. 얘들은 야행성이지.
낮에는 땔나무더미속에 겨들어가 낮잠자고 밤에는 집안팍이 좁다고 돌아댕기는
이 아기고양이들이... 참 부럽다.
 
올여름 장마에는 보뚝 넘는 냇물 소리도 들리지 않는구나.
비다운 비가 한번도 안 내린 듯 싶다.
눈다운 눈도...
추위다운 추위도...
헌데... 더위다운 더위는 너무 일찍 찾아와 숨막히게 한다.
 
원추리 참 키가 크다.
옥잠화도 꽃대가 제법 크네.
상사화 잎이 죄~  삭아 흙으로 돌아갔다.
이제 꽃대가 올라올 차례지. 얘들은 어쩌면 이럴까.
이름그대로 상사화일쎄.
 
고추 비닐하우스 둘레 키만 잔뜩 큰 망초대궁을 낫으로 쳐넘기면서 온몸이 망초 하얀 꽃잎으로 뒤집어썼다.
꼬맹이가 웃으며 말한다.
"이거 내가 다 요리한거야. 계란후라이~~"
 
땀과 망초꽃잎과 범벅이 된 얼굴로 숨을 헐떡이며 주저앉는다.
 
머리 위 살구나무를 쳐올려다본다.
좀 달렸네. 올해는 맛좀 보겠구나.  알이 참 굵다.
오일장에서 보던 자잘한 살구가 아니다.
 
다시 마당으로 돌아온다.
풀이 지겹다.
싹~ 세멘으로 발라버릴까.
 
도시 보도블럭처럼 나무주변만 살짝 살짝 거짓꼴로 남겨두고
싹 도배를 해버리는거야.
 
밭둑도 논둑도~
그제 논둑이랑 논도랑 쳐내면서 그 생각을 해봤다.
논둑을 좌악 돌아가며 세멘으로 옹벽을 쳐버리는 거! ㅋㅋㅋ
오죽하면~ 쯔비...
 
그러면서도 쑤비에서 절로 난 미나리를 알뜰히 베어내어
구루마에 쳐싣고 낑낑 오르막을 올라오는 이 심사는 뭘까나...
 
미나리적 한 접시에 맥주 한병. 머 적지만.. 이걸로 만족해야지.
요즘 술은 술이 아니다. 가짜다.
소주도 옛맛이 아니고 맥주도 그냥 음료수다. 너무 싱겁고 가볍다.
막걸리는 골머리가 깨지고 양주는 맛이 없다.
텁텁한 포도주는 내 취향이 아니고.
해서~ 마실 술이 없는 제길...
 
오미자 딸 철이 언넝 왔으면 좋겠다.
항아리 그득 담아두고 퍼마시게...
 
함께 마실 작자가 없어도 혼자 잘 논다.
술은 혼자 마셔야 제맛이다.
 
그나저나 저노무 마당 풀...
오늘 작정하고 초토화시켜야겠군.
 
마당 평상에 휘발유 대기시켜놓고...
석등에 불밝혀놓고... 바깥 외등은 확~ 꺼버리고...
 
아롱이랑 강냉이랑 아직 이름이 없는 아기고양이 다섯마리랑...
매일저녁이면 사냥하러 나오는 두꺼비랑
방티연못 개구리들이랑...
가끔 겨나와 아롱이를 깨무는 사슴벌레랑...
삐~ 삐~ 밤새들이랑... (어.. 누구는 박쥐라고 하대...)
 
* 아~ 들은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