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다 뜨거...
마당으로 한발짝도 못 나간다. 디여죽을까봐.
아침에 낫들고 일삼아 산밭으로 올라가봤는데...
뒤숭숭한 맘도 치워버릴겸.
얼마못가 오뉴월 개처럼 혓바닥 길게 내밀고 헥헥대며 내려와야했다나...
산밭엔 여름이다. 우와... 정글같다.
매실들은 다 땄다고 생각했는데 어디 그리 숨어있었던지
노랗게 익은 매실이 군데군데 매달려있다.
누가 그러더라. 설탕에 재어 효소를 담기보다는
익은 매실 그 자체를 담아 식초를 만드는 것이 더 좋다고.
해서 그 사람 생각해 매실을 하나하나 따 옷자락에 담았다.
자두는 더이상 더 달릴데 없이 다닥다닥 열려 가지라 휘영청~ 늘어져 땅에 닿아있더라.
니들 언제 이렇게 되었니.
산돼지가 다녀갔나~ 쥐들이 그랬나~ 닭들이 그랬나~
땅에 닿아있는 가지의 자두들은 하나같이 상처가 나 있었고
땅에 나뒹굴고 있었다.
저거 다 어케 먹어치우나~
자두나무 여섯 그루... 이중 세 그루가 올자두고 세 그루가 늦자두다.
올자두는 알이 자잘하고 금방 익어 맛을 볼 수 있는데
늦자두는 아직도 심심하니... 퍼렇다. 알은 굵은데...
살구가 제법 달렸다.
고개를 있는대로 빼고 고목나무처럼 굵어져버린 나무를 치다본다.
아우... 신데... 밭고랑에 떨어진 살구를 주어먹어본다.
내 살구 익기 기다리다가 군침 다 말라버리겠다.
고추밭 진딧물은 없어질 기미가 안 뵌다.
퇴치가 됐다 싶으면 또 기승을 부리고...
참깨밭에도 일어~
이짝 저짝 아궁이 재를 다 퍼다가 흩뿌려버렸다.
머 다른 거 좋다는 거 다 써봐도 별 효험없더라. 아궁이 재가 최고던데...
온 겨우내 아궁이 불 쳐땐거~ 그 덕을 보는구만~ ㅋㅋㅋ
그동안 아궁이 재 안 쳐냈다고 할매한테 쿠사리 억수로 얻어묵고!
날이 뜨거워 식전밖에는 일 못 나간다.
해거름에도 후덥지근하여 땀바가지만 쏟고 겨들어온다.
할매는 콩밭 깨밭 말갛게 싹싹 긁었다.
겁난다. 내는 저렇게 못 하는데... 절대 저리는 몬한다.
바랭이 풀은 초장에 잡아야 하기땜에 이리 날 뜨거울때 닥닥 긁어내야한단다.
그걸 걍 시피보고 넘겨버리면... 저기 더덕밭처럼 된다카이~
더덕밭... ㅎㅎㅎ 더덕이랑 바랭이랑 같이 자란다.
고구마밭은 한시름 돌렸다. 고구마 덤불이 제법 나가 헛고랑을 덮어버렸기때문에.
콩밭 깨밭은 덤불이 나가고 키가 자라야만... 한시름 놓을려나보다.
콩덤불 나가는 건 괜찮은데... 참깨 키 크고 깨꽃 일어나는 건 겁난다....
오뉴월 삼복더위에 깨를 베어 묶어 쪄내야 하기 때문에...
이웃 콩밭 헛고랑은 바랭이 피 풀이 점령했다.
그걸 풀약을 안 치고 예취기로 쓱쓱 쳐내버리더라.
그래도 무서운 기세로 자라올라오는 풀들...
과연 그 콩밭 쥔장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풀약을 안 치고. 다른 농사일로 바빠 콩밭은 신경도 못 쓴다나...
한 이웃은 야콘을 심었다.
"야콘이 몸에 좋다이더~~ 그래서 심었니더..."
야콘 헛고랑으로 풀약을 수시로 친다. 한번도 호미로 풀 메는 거 못 봤다.
가만 밭쥔장 얼굴을 치다봤지만...
내 그집 밭 풀 뽑아줄 기력 없으니 암말 못하고 돌아섰다.
원추리가 제대로 피어났다.
뒤이어 참나리가 기세를 더 할거다.
꽃범의꼬리가 한참 꽃멍울을 맺어나가고 있다. 얘들 대단할꺼다. 올해...
해바라기 씨가 어데서 날라져왔는지 꽃밭 한 귀퉁이에 자라고 있다.
흰접시꽃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자라다가 이리 휘청 저리 휘청~
이따만한 화분 두개로 이짝저짝 받쳐놓고 있다. 꼭 피사의 사탑같다.
정구지는 베어도 베어도 또 자라올라온다.
점심으로 정구지 적 꿔먹기도 지쳤다.
아기고양이들이 장난을 억수로 친다.
툇마루에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가만 앉아있으면
지들 세상을 만든다.
분양하지 말고 그냥 다 키우자는 아이들의 성화에...
어쩌지도 못하고 그냥 두고 있다.
올 여름 이리 뜨거워서 어쩔까...
일을 못 하겠네~
오전내내~ 시원한 뒷방에서 늘어지게 자고 일났더니...
일 걱정이 크다.
날이 추워도 탈~ 더워도 탈~
내는 농사꾼 몬해묵겠다. 자격미달!
'산골통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골통신] 그래도 일한다. (0) | 2008.07.10 |
---|---|
[산골통신] 뜨겁고 뜨겁고 또 뜨겁다! (0) | 2008.07.09 |
[산골통신] 자꾸만 꾀가 난다. (0) | 2008.07.08 |
[산골통신] 풀과 함께 하루를~ (0) | 2008.07.08 |
[산골통신] 여름철 풀과 한판... (0) | 2008.06.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