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그래도 일한다.

산골통신 2008. 7. 10. 11:02
 
인간이란 참 알 수 없는 동물이란 말이 맞다.
이 불볕더위에서도 일 할 구석을 찾아 돌아댕긴다.
 
이웃 하나는 창고를 더워서 쪄죽는 이 난리북새통에 짓겠다고 하루종일 시끄럽고
이웃 하나는 집수리를 지금에사 하겠다고 온통 뒤집어놓는다.
 
새벽으로 예취기 소리 경운기 소리 요란하다.
잠을 잘래야 잘 수가 없다.
4시 지나면 어김없이 눈을 떠야한다.
당췌 시끄러워서... ㅠㅠ
 
주섬주섬 낫을 들고 겨나가본다.
비가 퍼붓듯이 오는 그런 정도로 땀이 쏟아진다.
당근 얼마 안 가 혀 길게 빼물고 다시 겨들어와야한다.
 
얼음수박을 입에 달고 산다.
물갖고는 택도 없다.
 
오뉴월 삼복더위...
언제 지나가노.
 
그래도 다행히 아침저녁으론 서늘해서...
마당에 나와 몸을 식힐 수 있으니 좋다.
 
도시같으면 열대야에 몸부림 칠텐데...
산골에서는 이불속으로 겨들어가야 한다.
 
방티연못에 분홍수련 하나 노랑수련 하나 피었다.
연잎 사이로 개구리들이 고개만 내밀고 있다.
 
아롱이랑 강냉이랑... 연못 물을 마시고 산다.
물을 떠다줘도 이 물을 마시는 걸 보니...
자연스런 물이 더 좋은줄 아는가보네.
 
아기고양이 다섯마리~ 온 마당을 헤집고 돌아댕긴다.
나무 위를 타고 올라댕기는 모습을 보니 꼭 다람쥐같더라.
 
 
시멘트방에서 자면 아침이 찌뿌둥한데
황토방에서 자면 이상하게 몸이 개운하다.
하루걸러 한번씩 시험삼아 옮겨자본다.
 
꼬맹이도 시멘트방에서 자면 몸을 옹그리고 자는데
황토방에서 자면 온몸을 쭈욱 펴고 잔다.
 
시멘트방은 냉하게 시원하고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뻣뻣함을 느끼는데
황토방는 온~??? 하게 시원하며 아침에 몸이 가뿐하다.
 
요즈음 그 차이를 민감하게 느끼는데... 
뭐라 표현이 가능치 않다.
 
카메라가 하나 생겼다.
옛날 헌 카메라다. 된장 한 사발하고 바꾸기로 했다.
주로 이렇게 물물교환이 이뤄진다.
 
필름현상하기가 조금 번거롭긴 하지만
이상하게 내겐 이런 코드가 맞다.
바로바로 딜다볼 수 있는 디카는 도무지 적성에 맞지 않는다.
 
마당을 돌아댕기며 찍었다.
 
해바라기와 석등
백일홍과 석등
원추리와 참나리
마루밑에 숨어있는 아기고양이 눈.
하늘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하얀 접시꽃
분홍 노랑 수련이 피어있는 방티연못
연못속에 숨어있는 개구리 눈.
...................
 
잘 찍혔을까.
 
오늘은 꼬맹이를 위해  이따~ 만한 어른도 들어가 놀 수 있을 만한 방티에
물을 가득 채워놓아야 한다.
약속을 했다.
 
저 아래 냇가는 하도 비가 안 와 물이 말라붙을 지경이라...
아이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저 위 상류 땜에서 물을 내려보내지 않으니 더하다.
한바탕 퍼부어서 황톳물이 시뻘겋게 쓸고 내려가야만 될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