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다시 장마철~

산골통신 2008. 7. 30. 16:07
 
나날이 습하고 무덥다.
 
논둑 밭둑 그리고 마당풀은 억시기도 잘 자란다.
마당풀 작살내야한다고 허구헌날 입으로는 열심히지만 진척이 여엉 없다.
 
씨를 부어놓은 들깨는 아직 키가 자잘한데
이웃들은 벌써 키가 훌쩍훌쩍 큰 들깻모종을 밭에 심는다.
품앗이로 마을 전체가 한날 한시에 싹~ 심었나보더라.
 
품앗이 나가자면 우리집 일이 안되는고로 우리는 슬쩍 그 품앗이에서 빠졌다.
이웃들이야 농사량이 엄청나니까 품앗이 아니고는 농사일 쳐나갈 수가 없으니께 그렇지만
우리야 농사 머 까짓~~ 쪼매난데 말이지.
논 열마지기 좀 넘고  밭 삼천여 평 까짓~  농사 축에도 못 끼는 껌값이다.
 
들깻모종을 다 하고 내려오는 공주네 어메가  들깻모종을 한 대야나 그득그득 담아 갖다주고 갔다.
아니 억지로 던져주고 갔다.
우리도 모종 많은데...  저걸 어쩌누... 다 어다 꽂아놓노... 할매는 걱정이 태산이다.
 
공주네가 전에 전에 몇년전에 큰아이를 잃었을 적에
들깻모종 부을 그런 철이었는데
아이가 오늘낼 하니.. 농사를 돌볼 수가 없었더랬다. 그러지 안그러겠나 말이지... ㅠㅠ
그때 우리가 들깻모종을 나눠주어 그해 들깨농사를 지을 수 있었다고..
그 공을 갚아야 한다고...
거의 어거지로 들깻모종 한대야를 우리 집에 던져놨다.
 
덕분에 우리는 그 저녁에 들깻모종하느라고 그 다음날도...
이 구석 저 구석~ 일단은 빈땅에는 다 꽂아놓고 봤다.
우리 들깻모종 심을 자리는 따로 냄겨놓고~
올해 이거 심은대로 잘만되면 들깨농사 끝내주게 많게 생겼다. 참기름 말고 들기름만 먹어야 겠구만~
 
들깻모종은 한자리에 두 개씩 심는다.
일찍 심으면 키만 크고 알은 잘 안 달린다고 우리는 씨를 늦게 부어놓았는데
아직 뽑아 심자면 한 며칠 더 있어야 한다.
그리고 별다른 거름이나 돌봄 없어도 잘 자라니... 게글뱅이 농사다.
깨찌고 털기도 수월하고 말이지. 참깨에 비해서!!!
 
자두가 벌겋게 익었다.
한 나무는 싱겁고 한 나무는 조금 달달하다.
산돼지가 맛을 보기 전에 다 따야하는데
울 할매 보소. 귀한 아드님이랑 손주들이랑 오시기까정 기다려야한다네~~
직접 따는 체험을 맛뵈줘야 한다고!
거 까짓 내가 다 따주께요~ 머 따는거 어렵소~~ 내손은 손이 아니우~
내도 체험씩이나 해봅세... 머 해봤지만 소용없다.
 
그노무 맛없는 자두 익어서 다 떨어지거나 말거나 냅두자!
내는 살구나 줏으러 가야지.
 
요새 반찬할 거리가 없어서~
아니! 없는거이 아니라 너무 흔해서 물려버려서~
오이랑 가지랑 호박이랑 상추랑 정구지랑 열무랑 고추랑 등등~ 넘쳐나서리..
맛이 없다. 하도 먹어대서.
 
낫들고  도랑가로 머구를 베러갔다.
아무래도 씁쓰름한 머구나 한입 먹어야 입맛이 돌아올꺼나 싶어서.
벌써 이노무 머구들이 속이 빈다. 억세지고.
나무꾼이 인월장에서 사다준 쪼매난 조선낫이 아주 일품 물건이다.
 
구루마에 하나그득 쳐싣고
할매몰래 자두도 한통 따고 살구도 줏어넣고
머구도 잘라넣고 룰루랄라... 내려왔다.
해서 어제오늘 머구반찬으로 밥묵는다. 요 꼬맹이가 맛을 아네...
 
이제 대파도 옮겨심었고 깨밭이랑 콩밭도 여러번 긁어줬고
들깨모종만 더 하면 된다.
 
호박채썰어 볶아넣고 국수나 삶아무까 하고
호박덤불을 헤집으니 있나 그래~
애기주먹만한 것이 여나문 개...  저거 한꺼번에 익으면 먹을 일이 난처한데 말이지.
꼭 저렇게 한꺼번에 달리고 익고 그랴~~ 참내.
아무리 찾아도 없어...  포기하려다가.. 땔나뭇단 구석탱이에 늙은 넘 하나 발견~
너 거기 숨어있으면 못 찾잖나.  벌써 늙으면 어카니?
냉큼 따다가 썰어 볶아먹어버렸다.
 
호박덤불엔 함부로 손 못 집어넣는다.
고추말목이라도 가져가서 멀찌감치 서서 휘휘~ 저어야 한다.
 
요새 울 강냉이가 뱀이랑 쥐랑 마구마구 잡아오는 걸 봐서는~
뱀들이 지천에 깔려있는 듯 싶다.
 
아침에 꼬맹이 눈뜨자마자 하는 일이
아기고양이들 마당에서 뒹굴고 뛰노는 거 보는 일이다.
개콘 웃찾사 저리가라다.
아침마다 그 꼴 보고 자지러지게 웃느라고 학교갈 시간 놓치기 일쑤다.
 
분양할 때를 놓쳐서 그냥저냥 다 키워야되겠네...
얼마나 잽싼지 잡을 수가 없다.
아무래도 조기대가리 하나 구해다가
아랫채에다 미끼를 놓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