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모내기철

산골통신 2008. 5. 23. 12:24
지난주에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비가 내렸단다.
이틀 밤을 내리 퍼부어 준 덕분에 모자리 할 수 있는 물이 생겼다네.
까짓 비가 안 오면야 냇가 물을 양수펌프로 퍼올려 쓰면 되겠지만
그래도 하늘에서 내려주는 비로 하는 것이 더 수월하고 좋은거 아뇨.

양수펌프에서 물 퍼올리자면 양수기에서 논으로 내려갔다 올라갔다~ 다리품 억수로 팔아야 하걸랑.
또 물 풀 적에 딴 논으로 몰래 흘러들어가지 않나 감시도 해야하고 말이지~ ㅎㅎㅎ

어제도 여러 집이 싸웠다. 내가 물 펐는데 왜 니가 받냐~ 니는 넘 물 풀적에 뭐했냐? 놀았냐? 어쩌고 저쩌고
육두문자 오가면서 주먹다짐 직전까지 갔다나...

비가 오긴 왔는데... 워낙 가물어 하루이틀만에 땅으로 다 잦아들어가..
우리도 어쩔 수 없이 논 삶으려고 넘 물푸는데 낑겨 같이 도랑물을 받아야 했다.
도랑으로 흘러넘치는 그날 물을 푼 논 쥔장에게 양해를 구하고
밤새 물을 풨다.

한 이웃이 논 삶은데 물이 적다하여 같이 좀 물을 푸면 안 되겠냐고 해서
그집도 좀 주고 이집도 좀 주고 하다보이~ 우리는 자꾸만 늦게 되고...
우리 다음차례로 물을 푸게 되어 있는 한 이웃은
성이 나서 길길이 날뛰며 집으로 쳐들어왔네...
자기는 절대 양보 못 한다면서~ 우리보고 왜 그러냐고 막 따지네.

그걸 같이 삿대질하며 싸우지도 못하고~ 이 마을에서 성질 나쁘기로 유명한 인간이라...
그냥~ 좀 늦게 푸면 어떤가... 우리 쉬엄쉬엄 하세~~
물이야 넘치지 않는가... 하며 살살... 달래야했다.

우여곡절끝에 논에 물이 그득 들어갔다.
올해는 풀을 잡기 위해 어찌됐던 물을 찰랑찰랑 넘치도록 받아야 했다.
작년엔 논 삶을 적에 물이 적어서 애먹었거든.
어쨌든 풀씨도 싹 못 트게 막고 나중에 풀도 못 자라게끔 물을 그득 댔다.

트렉터가 들어와 요란하게 논을 갈아 나가고...
내는 갈퀴를 들고 물장화를 신고... 논 다듬을 준비를 하고 섰다.
트렉터가 다 하고 나오면
트렉터가 마지막으로 들고난 자리와 논 가장자리...
또 논바닥이 고르잖게 삶기면 이런저런 섬이 만들어지게 마련이라...
논 하나 끝날때마다 한바퀴 돌면서 갈퀴로 논을 가다듬어 나갔다.

무논에서 하는 일이라 날이 더워도 그다지 덥지는 않더라.

올해는 할매가 꼼짝을 안 하시려 한다.
그냥 참거리만 가져다 나르고 호미로 긁적이는 일만 하시네.
이거야 원~ 내하고 위치가 바뀌었어... 이제는.
그것도 힘이 드시는지 일하는 거 보시고도 그냥 집으로 들어가셔서
누워버리신다. 그냥 바라보고 섰었다. 이제는 세월이 그만치 흘렀는가...
일을 보고 그냥 못 계시는 성품에 그냥 들어가시자니 얼마나 맘이 허하실까...

어제 해거름까지 논을 삶고 트렉터는 돌아가고
내는 마지막으로 끝까지 마무리를 하고 돌아왔다.

마당에 풀이 그득이다.
올봄에 싹 뽑아준 보람이 없어지는 순간이다.
언제 니 뽑아줬나~ 하듯이...

마당에 토끼풀이 두 무더기 쳐들어왔다.
이넘들은 거둬내도 거둬내도 어떻게든 살아남아 다시 무더기를 이뤄 산다.
징한 넘이다.
비오는 날 삽으로 떠서 저기 매실밭으로 내쫓아야 겠다.

방티연못에 연꽃이 피었다. 한 송이. 분홍색..
낮에 쏙 올라와 해거름이면 잎을 다문다.
한 사흘 그렇게 피다가 물 속으로 조용히.. 깨끗이 가라앉는다.

담이 따로 없어 울타리 삼아 심은 나무들이 푸르르다.
제법 울타리 구실을 해준다.
나무 사이사이 벙벙 뚫린 곳에 원추리와 산국을 캐다 심었다.

텃밭에 상추가 실하게 자라올라오고
배추는 솎아먹어도 좋을 정도로 잘 자랐다.
사람들이 다 못 먹어내서 닭들한테 뽑아 던져주는데
이제 닭들도 지겨운지 막 밟아제끼네~

마늘 장아리가 올라와 요새 그걸 뽑는다.
소금에 살짝 절였다가 고추장에 박아놓을거다.
마늘 장아리는 안 뽑아주면 희한치. 마늘알이 굵지가 않아.
그 차이가 참 크다고 하대.
그래서 마늘밭마다 낫으로 툭툭 쳐내는 사람~
일일이 뽑는 사람.. 밭마다 하나씩 일하고 있다.

아까 아침에 다시 논에 가서 어제 어두워 못 보고 지나친 곳이 있나 자세히 살펴보고
다시한번 삽질을 골고루 해준 다음 들어왔다.

이제 물이 차차 자연스레 잦거든... 모내기를 해야한다.
모내기야 이앙기가 해주지만
모판 나르고 뜬모잡고 빈모 잡고 하는 모머들기는 우리가 해야한다.
그거 허리가 끊어지게 힘든 일이다.
재작년인가.. 대충 모머들기를 했더니만~ 여기저기
쑥쑥 빈자리가 보이는데 죽겠더만~ ㅎㅎㅎ
올해는 알뜰히 메꿔야지.

논농사가 시작되어야 본격적인 농사구나.. 하는 실감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