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일하기 좋은 날~

산골통신 2008. 4. 3. 21:00
일할 맛 난다. 이제사...
그동안 비도 간간이 뿌리고 날도 꾸무리하고...
바람도 차게 불고 서글픈 날씨라
도무지 일 할 맛이 안 났더랬다.

어제 밤하늘을 힐끗 보니 별이 총총..
음... 내일 날이 좋겠구나. 일좀 해야겠는걸.

나같이 얼치기 농꾼은 날이 좋아야만 일을 한다.
제대로 된 상농꾼들은 날이 좋거나 말거나 일을 해야하면 하고만다.
차이가 아주 크다.

넘들 거름 다 내고 땅 다 파뒤집고 감자 심고 할 동안에
이 얼치기 농꾼은 거름도 안 내고 땅도 그대로 있고 감자도 심들동 말동이다.

외발 수레 끌고 거름더미부터 헤집어 퍼담았다.
파삭 말라 넘 가볍다.
이거 밭에 내가서 비좀 맞춰갖고 깔아야 되겠는걸...
가벼워서 내긴 좋다마는...

내리막길이라 굼부러질까봐 조심조심...
몸을 최대한 뒤로 뻐팅기고 내려갔다.

일 하다말고 너무 어깨가 빠질듯해서
불현듯~ 언젯적에 잠깐 본 전기밧데리모터를 단 수레가 생각나 조바심이 나버렸다. 그만...
해서 수레 휘딱 자빠뜨려 내동댕이 쳐버리고
후딱 달려가 인터넷 검색을 해보이~ 거금 칠십구만냥이 넘는다.
에라~~  빌어먹을~
또 그 비슷한 넘을 사서 쓰고 잇는 이웃한테 득달같이 전화해서 물어보이 머 별로 쓸모가 없고 후진도 안 되고 돈이 아깝단다...
그 집은 그거 백오십만냥 주고 샀단다.

해서 기운이 쭈욱~ 빠져 다시 털털거리고 거름쳐실으러 갔다.
에라... 천상 내 몸뚱아리 다 바쳐 하는기 젤루 낫다...
죽으면 다 흐트러져 썩어질 몸뚱아리 아껴봐야 모하노~

거름도 안 낸 밭에
느닷없이 이웃이 딴엔 존일 한다꼬 트렉터로 확~ 갈아뻔졌네.
언제 이런 일이 벌어졌노~~ 말도 않코!
이 먼일이고~~~ 발이 푹푹 빠진다말다.
이보소요... 이 밭에 거름도 안 깔았는데 갈기부텀 하면 우짜요~
누가 갈아달라꼬 했소~~ 왜 이카요~ 뭐라 해봤으나...
그 이웃은 또 좋은 마음에 풀잡으라고 해준거라나...
존마음에 해준 걸 뭐라 할 수도 없고 마치 벙어리 냉가심 앓듯~ 끙끙...
그 이웃~ 우리한테 부탁할 일이 요긴한기 있는데...
우리가 도장 안 놔주면 클나는 일이 항개 있어서 미리부텀 아부아닌 아부를 하는 모냥인데... 으흐흐흐...
건 그거고~ 이건 이거고~~

당췌 오며가며 그 이뿌게??? 갈아엎어진 밭을 보아하니 거름낼 일이 막막하다.
발도 푹푹 빠지는데... 거름 잔뜩 쳐실은 수레가 들어갈쏘냐~~~
글타고 그 사람들보고 거름 내달라고 할 수도 엄꼬.
알아서 거름내줄 머리들도 아이고... ㅠㅠㅠㅠㅠㅠ
이래저래 내속만 터진다카이...

천상 거름 일찍 안내고 버팅긴 내탓을 해야지 별수가 엄똬...

한참을 씩씩거리고 거름하고 씨름을 하다말고 들와서
검정콩가루섞어 국수를 밀어...
감자깍아 넣고 멸치다시마 국물 내고 삼동추 뜯어넣고
맛나게 점심 국수를 먹고 있는데...

이노무 망할 강아지 세마리...
슬금슬금 봉당에 올라오더니
할매 신발 한짝 셋이서 사이좋게 물고 가네그랴~~

이넘들아 그거 안 내놔!!!
국수 먹다 말고 쫓아갈 수도 없고~ 이따 니들 보자~ 카면서
국수 마저 후후 묵었다.

이넘들~ 회초리 긴놈 들고 찾아나서니...
이넘 개집구석에 먼 신발이 이리도 많노 말이다.
딸내미 쓰레빠~ 한짝!
할매 겨울털신 한짝~
이집 저집 신발만 끌어모아놨나~~ 먼일이여~

아까 물어간 할매신발만 없네~
안 내놔~ 회초리 들고 휙휙~ 내지르니
강아지들 죽겠다고 깽깽 깨갱깨갱~ 난리를 지긴다.
두 넘 도망가고 한넘 붙잡혀서 호되게 맞았다.
에미 아롱이... 보다못해 강아지들 앞을 막아서네...
너 이넘 아롱이... 새끼 교육 잘 시키거라..
잘못하면 니 새끼들 명 짧아질 수도 있음이야.

안 그래도 신발땜에 노하신 할매~
개장사 안 오나~ 고개만 빼고 계신데 말야말야...
노상 할매신발만 물고 가는 연유가 머시여???

당췌 요즘 빨래를 해널 수가 엄써.
얼라들 팬티고 양말이고 다 물고 뜯어놔~
멀쩡한 내팬티 구멍 뚫어놔~
이제는 바지까정 끌고댕기면서 갖고 놀대?

같이 좋게 좋게 오래 오래 살자면 니들도 좀 얌전해져야 한다꼬.
니들 개장사한테 팔려가면 좋은 꼴 볼 줄 아나~

한참을 개 집앞에 서서 일장연설을 따다다다~ 한 다음...
할매 신발 찾으러 갔다.
집 뒤 텃밭에서 갖고 논 모냥이라... 거기다 버리고 갔네~
할매 화내시며 찾기 전에 얌전히 봉당에 갖다놨다.

아~ 날도 좋고~
산에 들에 참꽃 피고... 매화 피고...
농사일 잘 몰랐을때는 이산 저산 헤매면서 참꽃따다 두견주라나~
머 그딴것도 담그며 마시며 놀았는데...
산에 울긋불긋~ 참꽃 흐드러지게 펴도..
그저 삼시랑 부여잡고 서서~ 먼산 바라기만 해야 하누나~~
 
내 이번주엔  기필코 거름다 쳐내고~ 갈아엎고 고랑 맹글고 다아~ 해놓고.
뒷산으로 숨어버려야지.
 
내일 날이 더울라나 보다.
하루살이 날파리들이 떼지어 모여 있는 걸 보이...
 
오늘 고추밭 하나 감자밭 하나 거름 다 냈다.
내일은 고추밭 둘~ 언덕밭 하나 깨밭에 거름내고~
모레는 콩밭에 거름내야지.
글피엔~ 나머지 자투리밭에 거름내고...
 
비가 오시걸랑 푸욱~ 맞혀서 포실포실하게 되걸랑 깔아 엎어야지.
 
...  이넘 강아지들~
아까 낮에 지들 좀 팼다고~ 내 신발 물고 사라졌다.
이넘들~ 복수냐?   끝까정 해보자 이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