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흐려 해가 부옇게 그냥 보인다.
황사 바람이 간혹 불다.
이런 봄날~
흐느적 흐느적~ 그저 되는대로 손에 잡히는 일거리 잡아들고
어느새 길어진 듯한 하루를 돌아다닌다.
고추밭 삭은 대궁들 죄다 끌어내어 빈밭에 모아두고
밭고랑에 다닥다닥 붙은 냉이들 아까워 좀 퍼질러 앉아 캐고
저거 또 운제 다 다듬는다냐...ㅠㅠ 이건 할매몫~ 하고 =3=3=3
소마구에 올라가 콩덤불 찌끄레기들 모아둔 것 소엉디에
서너 삽씩 퍼줬다. 소마구 청소도 할겸~
얘들은 칙칙한 걸 참 싫어라 한다. 보송보송 마른자리를 참 좋아해.
누군들 안 그렇겠느냐마는~
소를 대량으로 키우는 곳에 가보면 소 발이 소똥에 푹푹 파뭍혀 찔꺽찔꺽 하더라.
그 위에 그냥 누워 자고... 갇혀 있는 것도 서러븐데...
하루종일 먼지가 풀풀 난다.
이걸 만져도 풀썩~ 저걸 만져도 풀썩~
감자가 싹이 났나~~~ 어쩐가
헛간에 들어가서 푸대째로 꺼내와봤다.
겨우내 감자 얼매 안 묵었네~ 아직도 푸대가 묵직하다.
펄썩 쏟아내보니~ 감자들이 참 깨끗하고 실하다.
내다 팔아도 되겠네~
저녁에 감자 몇개 삶아묵자.
올해는 씨감자 구하지 말고 이걸로 걍 심자.
많이도 안 묵으니 두 골만 하지 머~
삼동추가 도려먹어도 될 정도로 자랐다.
요새 반찬은 삼동추겉절이다.
무장아찌랑 마늘쫑장아찌랑 더덕장아찌랑 마늘장아찌랑~
따로따로 내먹기 구찮아서 몽땅 섞어 고추장에 버무려버렸다.
머 그랬더니 서로서로 어울려 먹기 좋더라~ ㅎㅎㅎ
무 구덩이에 남아있는 무를 바람들기 전에 꺼내어
쪼개서 간장에 담아버려야겠다.
그거 내빌라두면 다 썩어서 소가 먹어야 한다구우~~ 아깝자노.
지금 이렇게 담아두면 입맛 잃을 여름철에 밥 물말아 훌훌 떠묵을 적에
제격인 반찬 되걸랑.
헛간 딜다보다가~ 호박이 구석탱이에 하나 남아 다 썩어문드러져~
욕을 바가지로 해줬다. 왜 이게 눈에 안 띄었더랬지?
이넘들은 참 보관이 어려버... 해서 이넘들은 날 따시기 전에 후딱 치워버렸었는데.
토란이 윗부분이 좀 얼었나... 밑엣넘들 어찌되었나 뒤져보다가
몽땅 꺼내어 마당에 널어놓았다.
씨앗할 건 따로 내고
먹을 건 따로 챙겨봐야지. 나무꾼이 토란을 넘 좋아해서~
선녀는 토란은 쳐다도 안 보는데~ ㅠㅠ
일삼아 신경을 쪼깨 써서 토란을 챙겨야 한다나.
이번에 엄니께 전수받은~ 토란껍질 벗기는 방법~~을 써서리...
울 나무꾼 맛나게 끓여줘야지.
근질근질 토란한테 한번 당한뒤론 토란 근처에도 안 가려는 선녀덕에
지난 겨우내 토란을 구경도 못해본 울 나무꾼~ ㅠㅠ
감자심을 무렵에 토란도 묻어놓는다던가...
묻어놓고 지들 알아서 싹 날때까정 이자묵어야 한대매..
성질급한 사람은 토란이 죽었나 살았나~
꼭 호미로 뒤져본대매~ ㅎㅎㅎ
마당 여기저기 씨가 날라가 퍼진 참나물을 하나하나 캐다가
밭하나 맹글어주고 물줬다.
벌개미취하고 꽃범의꼬리땜시 참 죽갔다.
이넘들은 말이지~ 얼매나 땅속에서 잘 번지는지...
벌개미취는 꽃도 그다지 안 이뿐거이 말이지~
터를 얼매나 많이 차지하고 살던동...
이넘들 등쌀에 섬초롱도 기를 못 펴고 정구지밭으로도 쳐들어가고~
온데사방 퍼지는데 아주 성가시더라고.
봄비 한번 온 다음 삽을 들이대서라도 다 캐갖고
솔숲너머 야생초밭으로 귀양보내버릴껴~
니는 울집 마당에 두어 포기만 있음 되겠다! 더는 필요엄써!!!
꽃범의꼬리는 무더기로 피면 참 환상적으로 이뻐서 좀 봐주고 있는데
점점더 꽃밭에서부터 마당으로 겨나오는데~ 이놈도 못 봐주겠대...
겨울동안 조용히 살다가 슬금슬금 땅속에서 번진 것들이
쑥쑥~ 땅위로 솟기는데 이거야 원~ 놀래라...
무심히 마당을 가로지르다가 이넘들 밟을까봐 비켜가야 한당께.
지금 마당 꽃밭에서는 민들레가 한창이다.
고들빼기도 조용조용 드러내고 있고.
원래 안 이랬는데~ 민들레 한두뿌리를 못본척~ 내빌라뒀더니만
한해 두해만에 이모냥이 되어버렸다나...
내일은 이넘들 꽃피기 전에 캐서 나물무쳐묵어야징~
머구가 올라온다.
꽃멍우리가 큰넘들이 쑥쑥 여기저기 눈에 띈다.
이넘들도 뜯어다 된장고추장에 무쳐묵어야지
이제 한 며칠 더 있으면 나물반찬만 갖고도 밥상 그득 상차릴 수 있다나.
정구지가 삐죽삐죽 올라온다.
정구지밭에 쳐들어온 질경이들 다 캐뻔지고 물을 듬뿍 줬다.
머 질경이들도 나물무쳐먹고 약으로 쓰면 된다는 거 내 모르는건 아니지만
갸들 쳐들어오게 내빌라뒀다간~ 정구지밭이 아니라 질경이밭 된당께라...
상추밭에도 비닐 벗겨주고
쪽파밭에도 호미질하고 물을 줬다.
그럭저럭 오늘 하루는 이런저런 집주변 밭에서 산 폭이 되었네.
따뜻한 봄날... 나른해져서..
햇살바른 툇마루에 올라앉아... 자울자울...
약먹은 병아리모냥...
한나절 좀 안 되게 ZZZZZZZZZZZZ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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