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몸 무거운 날 하늘도 무겁고...

산골통신 2008. 3. 12. 20:43
일거리 별로 없다고 툴툴거리며 뚤레뚤레다녔언 하루...
웬걸... ㅠㅠ

하루종일 일해야해다나.

아침나절 비닐집 고춧대궁 한아름씩 묶어다 밖으로 내고
밭고랑 비닐걷어내고 머 그것만 했는데도
얼매나 힘들던동. 이 일은 가비얍게 생각했었는데... ㅠㅠ

비닐집 세 군데 중 한 곳밖엔 못했다.
먼지가 억수로 나서 숨도 못 쉬겠고 눈도 못 뜨겠더라 말이지.
겨우내 가문것도 있지만 비닐집 안이라 공기도 건조하고.

비닐을 걷는데 이노무 바부쟁이들... 지챙이들...
겨우내 뿌리박고 살아서 비닐을 부여잡고 안 내주네그랴.
일일이 호미로 손구락으로 후벼파서 찢어진 비닐일따나 걷어내야했다.
그러이 먼지는 오죽할꼬나.

우라질 발정난 강냉이아가씨는 여기까정 와서 왜웅 왜웅~ 와웅 애웅~ 난리를 지기고~
한번 엉디를 쓰다듬어줬더니만.. 그만 납작 엎드려서 꼬리를 한껏 치켜들고 더 해주란다.
으이???
너 번짓수 잘 못 찾은겨~ 내는 니 남친이 아녀~ 내는 수코냥이가 아니란 말다.
이를테면 종자는 다르지만 우린 동성이란 말다~~ ㅠㅠ

시끄러운 발정난 강냉이랑 함께 고추밭에서 일하는거이 이렇게 힘들줄은 몰랐네~~
내 일하는 곳마다 따라댕기는데 죽을맛인기라...

겨우겨우 한 곳 치우고나이~ 배가 꼬르륵~~~
아침밥을 부실하게 묵었나~~ 일도 그다지 힘든건 안 했는데말이지...

식은밥 남아있는거 주섬주섬 무짱아찌랑 먹고
좀 쉬었다가
다시 일거리를 잡았다.
봄날에 집구석에 쳐박혀있는거이 참 고역인거 같애.
춥디 추은 겨울이면 모를까.
사람 몸이란거이~ 철따라 민감하게 변하는데
사람 맘도 따라댕기며 말을 일구네...

마늘밭이며 쪽파밭이며 양파밭이며 삼동추밭이며~
잘 지내나 한바퀴 돌아보고
내려오는데

그동안 말썽이던 방앗간 기계 고쳐주러 농기계 선터직원이 온다.
뭐가 문제인지 쌀이 다 깨져나오는 바람에...
또 그 쌀이 쌀 나오는 곳으로 안 나오고
당가루 나오는데로 다 빠져나가는 바람에
속 억수로 썩였걸랑.

작년 농사 헛지었다고 야단 억수로 맞고
이럴려면 농사짓지말라고까정ㅠㅠㅠ

내가 그러고 싶어 그랬소~~ 하늘이 그리 비를 퍼붓는걸 우야요...
아랫논 임자가 밤에 몰래 우리 몰꼬를 막아버린걸 우야노 말이요...

머 하여간에 올해는 아랫논임자가 그러거나 말거나 물꼬는 삽으로 팍팍 한껏 파제껴 열어두었으니 한번만 더 막기만 혀봐라~~
내도 두고 안 본다카이~ 씩씩~

논에 물이 들때와 말릴때를 잘 알아서 물꼬를 열었다 닫았다 해야하는데
망할~ 아랫논 임자가 지네 논으로 물 들어온다고 우리 물꼬를 제꺽 막아버렸다 말다~ 씩씩~
태평하고 논 마르기만 기다렸던 선녀...
아연실색~~~

이래서 벼는 논쥔장 발자욱 소리를 듣고 자란단 말이 옳아...
그만치 세심하게 돌봐야 한다는 거야...
아침저녁으로 한바퀴씩 돌아보고 그래야 하는걸~ 게으름부렸더니만...
반성 무진장!!!

머 하여간에~ 방앗간이 우예된건지 방앗고를 일단 갈아보고
방아를 찧으니..
또 쌀이 다 깨져나온다. 이번엔 당가루쪽으론 안 새나가는데...
뭐가 문제인고...
나락이 불량인고...

방아를 찧다가 중단.
올해 찹쌀은 다 팔아묵었다. 이건 우리가 다 묵자! 우옐 수가 없다.
올해 논농사 정신 바짝 차리고 짓자카이. 벨 수가 없네.

점심을 부실하게 먹어 그런가...
5시 넘으면서부터 허기가 지고 기운이 딸리고
몸이 무겁고 축축 늘어지는거이 낌새가 좀 수상쩍다.
그동안 삽질해댄 것이 이제사 몸티가 난 건가?
그런건 아닐껀데...
점심에 그 밥 덜 먹었다고 이러는겨?
에궁~ 내는 다이어트는 못 하겠군~ 쯔비.
겨우 밥 한 끼 부실하게 먹었다고 이리 까라지다뉘이~ ㅎㅎㅎ

겨우겨우 방아를 찧고 뒷설거지 부지런히 하고
왕겨랑 당가루랑 소마구에 갖다놓고 왕겨는 소엉디에 깔아주고~
방아찧는 것보다 그 뒷설거지가 더 분주하고 많다고라...

할매 들불 놓는데 뒤따라나갔다.
아침에 이슬젖은 풀땜시 못 놓은 들불을 저녁때 다시 놓겠다시는데...
그걸 뉘 말리랴...
꼬맹이라도 따라가라 일렀다.

방앗간 뒷설거지를 다 하고 내려가보이~
길가 논둑에 불 하나 놓고 꼬맹이 감시하고 있고.

저 안쪽 새갱이풀 많은 곳에 불이 붙어나가고 있었다.
바람도 마치맞게 분다.
불이 위쪽으로만 타올라서 아랫쪽에는 일삼아 붙여서 옮겨줘야 했고.
계속 타나가는 걸 봐가며~ 움직였다.

해가 진다.
금새 깜깜해지네...
불길이 거세진다. 은근 겁이 난다.

우리 논 그위 또 논 하나... 그 위는 산인데...
혹여 바람이 확~ 불어 불똥이 산으로 튀면????
마을로 들고나는 차가 있나 옆눈으로 째려본다.
혹여~ 누가 산불났다고 신고했을까봐. ㅎㅎㅎ

꼬맹이도 불자동차 올까봐 겁이 났는지 자꾸만 쫓아와 물어본다.
지딴에도 겁이 난 모냥이라~ ㅎㅎㅎ

헌데 배포가 크신 할매는 꿈쩍도 안 하시고 불을 계속 놓고.
논둑 큰거 두 개를 홀라당 태워버리신다.

헌데 막판에 다 태우고 이웃논 언저리에서 문제가 생겼다나.
뽕나무 삭정이에 불이 붙어...
안 꺼진다.
에구... 뽕나무는 불 붙으면 다 탈때까정 안 꺼진다네...
서둘러 깔끼로 걷어내어 논도랑에 쳐박아 불을 꺼야했다.

그리고나서 깔끼 등으로 툭툭 두들겨가며 불을 껐다.
불씨가 하나도 없게 자세히 살펴봐가며...
꺼진 불도 다시 보자~ 라는 표어가 생각나더라.

발로 비벼꺼도 안 되고 논바닥 진흙에 파묻어야 한단다.
그래야 완전하게 꺼진단다.

안심할 정도로 불을 끈다음...
털레털레 집으로 돌아 오는 길..
꼬맹이 손 잡고

오로지 밥 생각 밖엔 안 나더라.
밥 밥 밥...
꼬맹이도 마찬가지인가보더라.
그 시각이 여덟시가 넘었다더라~ ㅠㅠ
그러이 할매는 오죽하시겠는고...
혼자 계신 할배 걱정되어 서둘러 집으로 올라갓다.

별로 할 일도 없을 것 같던 하루가...
일 오지게 한 날이 되어버렸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