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미꾸라지랑 도룡뇽이랑~

산골통신 2008. 3. 11. 09:24
온리~ 삽으로만 논둑 보수를 하시겠다는
할매말씀을 받잡고...
아무리 반대를 외쳐도 이미 물건너 간 상황...
재빠르게 현실을 직시하고 꿈깨어 정신차려야 하느니...

쇠삽을 들고 물장화를 껴신고 허리춤에 안 흘러내리게 고무줄로 울러메고
장갑을 끼고 나섰겠다.

어디 어디 논둑이 허물어졌나...
뒷도랑부터 살펴보니...
허이구야... 미나리들이랑 이런저런 물풀들이 꽉~ 들이차있네.
이러니 물이 제대로 흘러내려가나.
마치 늪 수준이다.

논안에 물이 컹~~ 하다.
삽으로 푹푹 논흙을 떠내고 파내어 물꼬를 다 열어 물을 흘러내려보냈다.
논이 질을대로 질어 발이 푹푹 들어간다.

물장화를 신은이상~ 푹푹 들어가던 말던 무서울건 없다.
수렁이 아닌 이상.

일단 뒷도랑부터 해결해봐야겠구나.
해마다 이곳이 문제였어.
해서 이곳을 포크레인을 들여 논둑을 천방둑처럼 높고 넓게 쳐올렸으면 했는데
논에 물이 그득이니 포크레인도 별 쓸모가 없다나... (할매주장)
그리고 윗밭에서 내려온 흙들을 쳐올리게 되면 땅 경계 쌈이 난다나...

머 하여간 삽으로 꽉 들어찬 미나리들이며 잡풀들을 푹푹 걷어냈다.
걷어서 논둑에 쳐발랐다. 진흙들이라 뜨이기도 잘 뜨이고 쳐바르기도 쉽기는 하다.
한삽 두삽... 허리한번 펼 새 없이 일을 쳐나갔다.

날 참 좋다. 따시다.
저 응달말 �은아빠는 울긋불긋 유모차 끌고 봄나드리 나오셨네~
도시에서 안팍으로 직장다니기 때문에 부모한테 맡긴 아이를 주말에만 볼 수 있다나...

오늘 그 할매 마늘밭 양파밭 구멍 뚫을 수 있으시겠군~
그집만 비닐이 불룩불룩~ 볼썽 사납더만...

서너발짝 삽뜨고 한시름 쉬고... 또 한발짝 나서고...
한참 한 뒤 뒤를 돌아보니... 물이 콸콸~ 잘 흘러내려간다.
온 겨우내 날이 가물었어도 이곳은 가물줄을 모르니...
엄청난 물이 흘러넘쳐 일삼아 해마다 몇번씩 도랑을 쳐줘야 하고 논둑보수를 해야한다.

거금을 들여 통나무를 쳐박고 자갈을 쳐박고 물길을 따로 뺐어도
물이 넘쳐흐르기는 매일반이다.
그 물이 아까워 어느집에서는 호스를 박아 모터를 달아 소축사에 쓰고 있다.
여엉 공짜지~

그 물이 아까워 어느 인간은 미꾸라지를 기르지~ 미나리꽝하면 되는데~
군침을 해마다 흘리고 있다나...
전에 비단개구리를 수십마리 잡아넣어 기르다가~ 다 튀어나가는 바람에 손해만
작살나게 봤다던가...

도랑을 쳐나가면서 도룡뇽알한테 삽질 안 하려고 무진 신경을 쓰고
손으로 떠내가며 딴 곳으로 이사시켰다.

윗밭에서 토사가 자꾸만 내려와 도랑이 좁아진다.
도랑밑이 높아지면서 논둑이 위태위태하다.
사정 안 보고 푹푹 떠서 논둑을 넓게 높게 높였다.
모 한 줄 덜 심거먹지 머~ 까짓!

저 안쪽 물 나는 곳땜시 논둑 무너진 곳을 보아하니..
처참하다. 도랑흙을 파서 올려도 워낙 물흙이라 논둑에 가만 안 있고 자꾸만 흘러내린다.
이 일대는 몽땅 수렁수준이다.
대충 논둑모양만 만들어놓고 일단 철수..
논 물이 싹 빠지고 논이 마르면~ 다시 와서 논흙을 파서라도 논둑을 만들어야지

한 삽뜨는데 미꾸라지 한 마리 꼬물꼬물~
이넘을 잡아묵어 말어?
여기 일 마치고 미꾸라지나 왕창 잡아다 추어탕 끓여무까~
도룡뇽탕은 안되나?
거머리도 많은디... �~
헌데 개구리란 넘들은 경칩 지난지 언젠데 다 어델 갔댜...
아직도 늦잠 중이신가?

쑤비에 그 많던 미나리들... 어느 우라질손이 잘라갔나 그래...
밑둥이 몽창 몽창...
어느 손인지 대략 짐작은 가지만도... 내 암소리 안 할란다.
해마다 꼭 한 사람이 알문서도 그러는 걸 우야노.

안쪽 물 흘러나오는 곳에 미나리들이 탐스럽다.
조금 더 자라걸랑 잘라무야지.

길고긴 쑤비 논도랑을 치고나니..
이걸 내가 했던가 싶다. 과연 사람 손이 모질긴 모지구나.
내도 이젠 이런 일쯤은 일로 치지도 않는가보다.
잠시잠깐 엉디 붙일 새도 없이 마구잡이로 일을 쳐나갔으니.
겨우내 몸이 굳어졌나싶었는데... 오늘 일을 해보니
머 그런것도 아니더만~~

어제그제 한 며칠 거름더미 파뒤집고 살았더니 그새 몸이 풀어졌는지도 모르지.
휘발유 신세 안 지고 몸 풀었으니 되었나~

이 논으로 산에서 내려오는 물도랑이 또 하나 있는데
그 물을 고스란히 논으로 다 받고 있었다.
찬물을 논으로 그대로 들이면 벼한테 안 좋다고~ 늘 근심이었는데
오늘 그 일을 해결해야겠다 싶어
그짝으로 넘어갔다.

문제의 산도랑에서부터 둑을 만들었다.
삽질하는건 이제 도가 텄다.
일삼아 전공 안 해도 된단말다~ ㅋㅋㅋ

논 아래쪽으로 물꼬를 하나 만들고 물길을 그리로 터놨다.
가둬졌던 논물이 그리로 막 흘러내려간다.
아랫논 쥔장 억수로 속 터지겠네~

그러게~ 왜 이 물꼬를 막어 그래...
윗물이 아래로 흐르지 위로 치솟으랴~
우린들~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그대로 다 받으란 말씀?
안되는 말씀!

서로서로 도랑을 만들어 내려보내는 수밖엔~
그짝도 모 한 줄 덜 심거먹어야지 별 수 있간?

할매한테 오늘 일 보고를 그리 드리니~ 냅두라 하신다.
그 논 쥔장도 지논에 물이 들어오면 알아서 대처하겠지~
우리한테 와서 따지면 내 한소리 할란다! 하시네.
내려오는 물 못 내려오게 막을 재주 있으면 해보슈!!! 라고.

일 마치고 하도 신이 나서 논둑을 한바퀴돌며 헛둘헛둘 하며 걸어나오는데

푸욱!!!

어우야~~ 이 머꼬? 발 한짝이 푹 빠졌다.
아이고~ 내 정신봐라... 두더지란 넘이 뚫어놓은 이짝 마른 논둑보수를 까맣게 까묵었네.
물넘친 곳만 신경쓰느라고...

이넘의 두더지새끼들 가만두나봐라~
오메~ 구멍도 솔찮게 뚫어놨네.
몇 군데여? 시방?

발로 팍팍 밟아 제꼈다.
구멍을 일단 메우고~ 팍팍 발로 뛰어 다지고...
그 위에 논흙을 푹푹 떠서 끼얹어 밟아댔다.
얼마나 했던동... 땀이 다 나더라.

저짝 수렁논 도구칠때는 물속에서 일해서 그런가 땀은 안 났었는데말이지.
마른논둑 하는데 먼 땀이여~~

흙을 떠부어 밟아대고 논물을 한삽 두삽 떠서 쳐발랐다.
일테면 미장인겨? ㅎㅎㅎ

이노무 두더지들~ 또 한번 뚫어놔봐라~
너들 좋아한다는 번데기 약발라 놓을껴!!!
내도 한다면 한다꼬!

일단 이렇게 일차 보수를 해놓고
논 갈때 다시 한번 트렉터로 다듬어달래야지.
머 그건 해주겠지~

해서~~~
오늘~~
포크레인 일당 벌었다~~~~
한나절 부르면 이십만냥~ 하루 부르면 삼십오만냥~

저 아랫논도 내일 마저 해야지.
제일 큰 논을 해치우고 나니~
간뎅이가 부었다말다.
나머지 논들도 마저 싹~ 해치워버릴껴~ 이번참에...

삽 하나 들고 논둑위에 서있으니...
머 까짓 무서울거 없대???

.... 오늘 아궁이 불 오지게 때야지~
구들장에 몸을 골고루 엑스레이 찍어가며 지져야지 안되겠으~ ㅋㅋㅋ =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