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일주일 여 집을 떠나있었습니다.
아들딸네 다녀왔지요.
지리산 실상사 주변을 나름대로 좌충우돌~ 천방지축 살며 돌아댕기다
집으로 돌아오니
집이 반깁디다.
울 막둥이 혁이녀석 집을 보더니 한달음에 달려가 껴안을 자세이더이다.
평상밑에 겨들어가 사는 아롱이 흰발이 곰돌이 검둥이는 쥔장 반겨맞아 짖는 소리가
조용한 밤마을을 느닷없이 들썩이게 했고요.
고냥이는 한참만에야 어슬렁거리고 나타나놓고서는 한참도 안 떨어지려고 해서 애먹었습니다.
서있으면 발목에 딱 붙어 감고 돌아가고
앉아있으면 무릎이거나 등뒤에 붙어있습니다. 껌딱지처럼
일주일여 떨어져 있었던 것이 이넘에게는 서러운 충격이었던가봅니다.
마치 아기모냥.. 잠시라도 떨어지면 큰일날것 처럼 구는데 기맥힙디다.
일주일동안 눈 딱감고 애써 잊어버린 농사일 또한 저를 반깁니다.
봄비가 서너번 오는 바람에 미뤄진 일이 더 미뤄졌으며...
여기서 미뤄진다는 말은 그 일거리가 때를 놓쳐 이제는 올겨울로 미뤄진다는 것이지요.
거름내는 일도 땅이 질어 하루이틀 미뤄졌으며
하우스 보수도 바람 잘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남들 다 심은 감자를 어여 심어야겠지요.
상추랑 무씨를 집앞 텃밭에 뿌려두었습니다.
무얼 먼저 해야할까... 발동동 마음 급하게 손구락 꼽다가 그만...
털털 놓아버렸습니다.
에라~ 언제 내가 계획세워 했더나. 닥치는대로 해나가자...
늘상 사고치는 것이 내 전공아니더나.
할매는 은근히 반깁니다.
그동안 사흘 이상 집 떠나 본 적이 없었던지라...
이렇게 긴시간 떨어져보이... 크게 아쉬웠던가봅니다.
오늘 하루는 이런저런 밀린 집안일 하노라고 낮동안 할매집을 못 돌보았더니
한바탕 섭섭한 듯한 야단이 지나갔습니다.
우리 없는 동안 새식구가 늘었군요.
성질더런 암탉들이 까지 않은 알들을 부화장에 가서 까왔네요. 스무마리만.
그 수를 대폭 줄였습니다. 수백마리도 키워봤지만 이제는 안 할랍니다.
우리 없는 사이에 매화가 활짝 피었습니다.
한두 송이 피어난 모습만 보고 길 떠났는데...
마당 샘가 참꽃이 화사하게 피어났습니다.
할미꽃이 피었고요.
수수꽃다리 황매화가 한참 촉을 내밀고 있습니다.
아참 개나리가 피었군요.
목단과 옥잠화 작약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봄비 두어 번 온 사이에 정신없이 깨어나는 모양입니다.
쥔없는 빈집에 강아지들이 판을 벌리고 놀아...
신발들이 남아나지 않았으며~~ 한짝 구석에 보관해둔 헌옷가지들이
마당 여기저기 찢어발겨진채 널부러져 있더이다.
강아지 세 마리가 어지간히 말을 일궈놓았군요.
아침에도 할매 신발 한짝~ 혁이 신발 두짝 물어다가 제 집구석에 모셔두었는지 못 찾아
혁이는 헌신발을 작지만 꾸겨신고 학교엘 가야했습니다.
그넘들... 성질 안 좋은 이 산꼴아낙이 나무작대기를 들고 한참 후드려패줬답니다.
슬슬 일거리를 손에 잡고 일을 해야하는데
비가 자꾸만 쉬라고 하는군요.
텃밭에 상추 깔려오고... 삼동추 도려오고해서 밥먹고
오늘 하루는 그럭저럭 쉬었답니다.
내일부터는 앉아있을 여유는 없을듯 합니다.
오늘만이라도 충분히 즐겨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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