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바람이 몹시...

산골통신 2008. 2. 29. 17:08
붑니다.
길바닥 먼지랑 함께 몰아치는 숨막히는 바람입니다.

아궁이 불때면서 차라리 연기랑 함께 마시는 거이 낫지~ 싶어
고개를 쳐박고 부지깽이를 탕탕 내리칩니다.

아침 일찍 작은아이를 떠나보내고 허허로운 마음으로
계속 뒤를 돌아보며 길을 가다 멈추며... 돌아왔습니다.

큰아이 떠날때는 눈발이 날렸지요.
오늘은 바람이 무척 많이 부네요.

아궁이에 장작 한아름 쳐넣어 구들을 달굽니다.
이렇게 날이 찌푸려져있고 뭔가가 퍼부을것 같은 날씨에는
구들장 지지는 것이 최고 좋습니다.

산골 할매들은 냉이캐러 다니시느라
온밭을 다 파뒤집고 다니십니다.
농약을 일절 안 치는 울집 밭에는 겨우내 서너분이 아예 진을 치고 사십니다.
여기저기 호미자욱이네요.

겨울냉이가 간에 좋다는 설을 어디서 들으시고는 그뒤부터는
울집 밭 냉이는 다아~ 그분들 것입니다.

쪽파밭 냉이는 좀 남겨두시지~~ 하는 바램이 좀 있었으나
그예~ 그 밭 냉이도 어제 호미질을 당했구만요...

왜 울집 밭만 그 야단을 만났느냐고요???
냉이는요... 농약을 안 쳐야만 번식을 잘 해요.
풀약을 몇번 치게되면 씨가 마르지요.
씨가 어러진 바로 그 자리에 냉이가 싹이 트거든요.
그래서 옛날 할매말씸이
냉이는 있는 곳에만 있단다... 라고 하셨어요.

고추씨를 일찍 파종한 집에는 벌써 고추싹들이 삐죽삐죽 올라왔던데요.
겨우내 그거 안 얼어죽게 하느라 보온덮개며 비닐이며 천막이며..
온통 덮어놓고는 아침 저녁으로 걷어주랴~ 덮어주랴~
바쁩니다.

이웃 여럿이 같이 하는 집에는
어련히 같이하는 옆집에서 덮어주겠지~ 열어놓았겠지~~ 하고 맘놓고 있다가는
낭패보기 십상입니다.
머 사람마다 생각이야 다 같지 다르겠어요? ㅎㅎㅎ

일찍 시작되는 농사가 가을 다 끝내고 하는 양파와 마늘농사빼고는
설전에 시작되는 농사는 고추농사지 싶습니다.
감자도 슬슬 밭장만해놓아야하고요.
호박씨도 몇넘 좋은 걸로 골라놓았어요.
호박구덩이에 부을 거름도 따로 모아두었구요.
호박구덩이에 들어갈 거름은 한섬이어야 한답니다.
그래야 호박이 한섬 달린답니다~ ㅎㅎㅎ 옛말에요...

또 양파랑 마늘이랑 비닐씌운 밭에는 그 촉을 끄집어내줘야 하지요.
올마늘은 성질급한 넘은 벌써 어른 손가락길이만치 자라올라왔지요.

바쁜 농사철 닥치기 전에 한갓질 적에 농사일 하나하나 끝내려고
벌써부터 할매들 아지매들은 밭에서 사십니다.

아까 아침에 산길 걷다가 본 마늘밭은 네 고랑 중 세고랑을 벌써 해치우셨던데요.
그 밭 할매는 도시에서 떠맡겨놓고 간 어린 손주들 보시느라 바쁠텐데~ 하여간 대단하십니다.

서서히... 봄농사 한가운데로 성큼 걸어들어갔습니다.
알면 아는대로 모르면 모르는대로...

저희는 논사정 밭사정은 몰라라~ 일단 내빌라두고~
이노무 달구새끼들땜에 골치아파 죽겠습니다.
며칠전에 할매께옵서~ 벌건 잠바를 입으시곤 닭집에 가셨걸랑여~
도시 누군가가~ 선물이라고 주더랍니다.

알품고 들앉아있던 닭들이 놀래갖고 다 뛰쳐나간 바람에
한 사나흘 있으면 병아리가 될 알들이... ㅠㅠㅠ
둥지채로 버림받았어요.
놀랜 암탉들이 다시 들어와야말이죠.
그길로 나가서 안 들어온답니다.

아마도 그 암탉들 생각엔 어떤 무시무시한 시뻘건 괴물이 들어왔다 생각했을라나요???
해서 닭집에 갈때는 옷을 함부로 바꿔입고 가서는 안 된답니다.
또 항상 가던 사람이 가야지 모이 주는 사람이 갑자기 바뀌어서도 안 된답니다.
평소에는 괜찮지만
알품고 있을때나 알 낳고 있을때는 조심해야한다네요~~

무심히 입고 가셨다가~ 알 한배 놓치셨다고~ 애통해하시는데~
에구... 덕분에 그 옷을 좋은 마음에 선물해주신~~ 그분은 귀먹은 욕을 엄청 얻어드셨답니다. ㅋㅋㅋ

올해는 아무래도 병아리를 부화장에서 까갖고 와야할까봐요.
해서 알을 좀 모아놓아야 하는데~

이넘의 꼬맹이녀석이 알 낳는 족족~ 죄다 꺼내가네요~~
아무리 단속해도 안 됩니다.

마트에서 파는 알을 한판 앵겨주고~ 닭집 알은 고만 꺼내묵으라고 사정좀 해봐야겠어요~ ㅎㅎㅎ

시방 그 꼬맹이~
저~ 아래 냇가에 징검다리 놓는다고 옷 다 버리고 일하고 있답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또 아무도 건너다니지도 않을 징검다리를...
며칠째 애써~ 신발이랑 옷 버려가며 다쳐가며~~ 이 다리 저 다리 멍들어가며~
놓는 이유는 무얼까요???
방금도 다 젖은 신발 정짓간 뒤에 벗어놓고~ 다른 신발 신고 토꼈습니다~~
아마도 어둑어둑 해가 다 져서야 들어올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