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떠나보내기

산골통신 2008. 1. 23. 10:25
마당 나뭇가지에 참새들이 우글우글이다.

저 응달말 하동댁아지매네 개나리울타리엔 새똥이 덕지덕지다.
길가다가 꼬맹이 오만상 다 찌푸리며 코를 싸쥐고 보다가 개나리를 다 베버리겠단다.
그래야 새들이 똥을 안 싼단다.

옛날대문집엔 개나리울타리와 다래울타리가 같이 있다.
꽃도 안 피는 다래... 숫놈인가?

아침...
마당에 내려서는 발길에 강냉이가 감겨든다.
밥 달라고...
쥐잡기가 귀찮아졌나~ 인간한테 길들여져서 밥 얻어먹는것이 더 편하다는 것을 알았나.
꼭 쥔장보고 꼬리 흔드는 강아지모냥... 고냥이가 쫄랑거린다.

자고 일나니 제삿밥이 들어와있다.
그집엔 제사가 참 많다.
이른아침이면 꼭 한상 차려갖고 갖다놓는다.
새벽 차가 한대 나가더라니... 제사였구나... 짐작했는데...

덕분에 아침을 안 했다.
떡이랑 전이랑 과자 과일 고기 나물... 탕... 하얀쌀밥...

흙집 혼자사는 할매는 뉘집 제삿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언제고~ 언제고... 보는 사람마다 묻는다... 알문서리...

얼라들은 나물이랑 인절미랑 고기랑 먹고
선녀는 배차적이랑 무적이랑 절편이랑 먹었다.

생선전은 아무도 손 안 댄다.
북어전이랑 전유어 조각을 들고 아롱이한테 갔다. 같이 노놔먹자... 하고...
무심코 손에 들고 허리를 굽혀 개밥그릇에 놓으려하는 순간
어느새 튀어나온 아롱이... 손에 들린 걸 나꿔채간다.
너무 놀랬다. 이놈아... 뉘 안 준댔냐~ 급하긴. 짜식~

뼈만 앙상해갖고 새끼들 키우느라 고생하는 아롱이를 보니
참... 에미가 뭔지...
두어달 전에 왔다간 숏다리 발바리가 미워진다.
애비면 애비역할을 해야지! 울 아롱이가 미혼모도 아니고 말야말야~

꿀꿀이죽을 만들어 아롱이한테 갖다줬더니 반이상 먹어치운다. 허겁지겁~

눈이 이제 안 내릴려나보다.
마치 봄비온듯 날씨가 그래보인다.
마치 봄비같다.

상사화 싹이 언제부터인지 돋아나있더라.
잎이 얼었다 녹았다하면서도 꾸준이 자라올라오더라.

마당 꽃밭 설거지를 언제고 해줘야겠다.

텃밭 정구지랑 상추랑 돌봐주고...
고추밭도 설거지하고...

봄농사 준비를 해야하는데
여엉~~ 구찮다.

소마구도 치워줘야하고... 거름도 비닐씌워 띄워야하고...
일은 없는듯 있는듯 이어지는데...

봄 농사할 몸을 길들이려면 꽤 걸리겠다싶다.
겨울동안 너무 구들장만 졌더니 몸이 둔해졌다.
아무래도 냇길 산길 풀길 닥치는대로 걷다와야겠다.

어제 큰넘이 캄보디아 갔다.
나무꾼따라 직업체험한다고 같이 갔다.
국제 NGO 가 뭔지 체험해보고 온다고...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 세 나라정도 돌아보고 온다한다.

떠나보내는 연습을 지금부터 해야한다.
자식들을 일찍 독립시키고 싶다.
우리나라는 너무 부모에게 종속되어있는 것 같다.
그건 부모도 자식에게도 좋은 것이 아니다싶다.
작은넘도 슬슬 떠나보낼 준비를 한다. 다음달이면 떠날거다.

이제는 쇄뇌???가 제대로 되어
얼라들도 스무살이 넘으면 집을 떠나 의식주를 스스로 해결해야한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내 할일은 언제고 돌아올 수 있는 <집>을 유지하는 일이다.
언제고 힘들거나 지칠때 필요할때 와서 재충전해서 다시 떠날 수 있는 그런 <집>

들고냥이들이 새끼낳고 키우고 떠나보내는 모습을 가까이 지켜보면서
인간보다 또 개보다 낫다~ 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언제라도 떠나보내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봄이 오는 것을 한사코... 기다리지 않나보다.
그렇게나 좋아했던 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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