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오일장

산골통신 2008. 1. 28. 22:21
3일 8일 오일장이 선다.

옛날같으문사 장에 갈라문 새벽밥해묵고 나서야 했는데
그래야 차도 얻어타고 장도 일찍 보고 돌아오는 차 널널이 탈 수 있었는데
그건 이제 옛말이지.

꼬맹이 이빨땜시 치과엘 가야하는데
면 보건소에는 치위생사는 있는데 치과의사는 없더라~
버스를 두 번 타기도 그렇고 해서 내처 시내까정 가버렸다.
우와~ 먼넘의 차가 이렇게 많다냐...
면에 장이 서는 것도 아닌데... 먼 행사가 있나부다.

버스정류장에 장보러 가는 아지매 둘
그리고 우리 가족.
그게 다다.

10시 25분 차를 타는데 어이쿠~ 앉을 자리가 없다.
장날 아닌때는 텅텅 비다시피 하는 차를 자가용처럼 타고 댕겼는데
장날이랍시고 그런대로 붐비네...
하긴 오늘 대목장이니까. 3일이 진짜 대목장이긴 하지만
오늘 장부터 들썩들썩하겠네.

평소 오일장엔 사는 사람보다 파는 사람들이 더 많았는데
오늘은 좀 다르려나...

장보러 가는 차안에 온통 할매 할배뿐이다.
젊은이는 없다. 아이는 더더군다나 없다.
우리 가족이 희한한 종자인거다. 다들 한번씩 쳐다본다.
앉을 자리가 없어 낑겨갔다.

울 얼라들 태어날 무렵만 해도 오일장이 대단했었는데
서커스단도 오고 묵밥 파는 할매들도 많고 그랬었는데...
이제는 장사꾼들만 시끌시끌한... 그런 장이 되어버렸다.

뻥튀기 장사가 눈에 띈다.
아지매는 뻥튀기기계를 다루고
아저씨는 강정을 만든다.
깡통에 콩 한 되 쌀 한 되씩 담아놓은 것이 줄줄이 줄을 서있다.
아지매가 튀겨주면 그걸 옆에 아저씨한테 가져가서 강정을 만든다.
성질급한 할매들 팔 걷어부치고 막 덤벼들어 만든다.
한쪽에선 할매들이 니가 내가 새치기를 했니 마니~ 한바탕 쌈이 벌어지고
우리는 그냥 번히 서서 구경만 했다.

갑자기 호루라기 소리가 들린다.
어? 주차 단속인가? 고개를 돌린 사이~
뻥!!!!!!

기겁을 했다.
사람들 놀래지 말라고 호루라기를 먼저 불어주는가보다~
나중에사 알았다.
아지매 목에 호루라기가 걸려있드라~

"아지매요~~ 다음 장날에 와요?"

"대목밑엔 매일 와요~ 쌀이나 콩이나 갖고와요~~"

"대목 지나고는 안 와요?"

"대목이나 되어야 이걸 해묵지~ 한때 장사요~~"

다음에 올때 필히 튀밥거리를 가져오자고 아이들이랑 약속을 했다.
작은넘이 그러더라.
우리 쌀로 해야 맛있어! ㅎㅎㅎ

올해는 가래떡도 별로 안 뽑을거 같다.
도무지 먹어야 말이지...
찰떡이나 할까나~~ 그것도 잘 안 묵드라~
일년내내 냉동실에서 뻐팅기고 살던데...
아무래도 설날 먹을 것과 나눌것 만 해야지싶다.

이제는 방앗간도 한시절 다 흘러갔고...
포장떡 하나씩 사들고 가는 그런 세상이다.

한참을 뻥튀기 아지매 불다루는 모습을 보다가 돌아섰다.

나온김에 이비인후과도 가보고~ 꼬맹이 코가 한달째 맹맹거려서리...
치과가서 흔들거리는 이빨 두 개 뽑고~ 꼬맹이 난리가 났다~
한 개만 뽑을 줄 알았다가 느닷없이 두 개나 뽑혀갖고~ ㅋㅋㅋ
해서 토끼이빨 되어부렀다. ㅎㅎㅎ

얼라들 내복이 종아리까정 올라가...
올겨울을 도저히 못 난다고... 아우성을 쳐서.
옷전에 가서 내복을 사갖고 나오는데 꼬맹이~
누나가 지 양말을 신어서 빵구를 다 내놓았다고 펄펄뛰어~
해서 누나양말도 내친김에 주섬주섬 사주고...

생선전에 가서 삼치 댓마리 사들고...
고냥이 준다고 생선대가리 좀 얻어들고

칼 전에 가서 칼이나 갈아볼까~ 딜다보다가
아차. 칼을 이자묵고 안 갖고왔네...
다음 장에 갖고와야징.

싸전에 가서 이런저런 곡식들 구경하고...
건어물전에 가서 김이랑 새우랑 좀 사고

정류장에 먼 사람들이 이리도 많다냐...
이거 앉아나 가겠나~
그래도 대목장이라고 사람들이 제법 모였나보네...

정류장에 뛰가니
무명실이랑 바늘이랑 때수건이랑 파는 할배 만나...
등긁개가 있길래 그넘도 하나 사고...
등에 맨 배낭이 제법 묵직해...
얼라들 배고프다고 빵가게 들가서 빵좀 사주고~

오일장 서는데 한짝 구석 저어짝으로 내려가면
가축전이 선다.
닭이랑 토끼랑 개랑 고양이랑 염소랑 등등 판다.
장이 크게 서면 새 파는 아저씨도 오고
햄스터랑 이런저런 애완동물 파는 장사도 온다.

얼라들~ 꼭 그 장엔 가봐야한단다.
얼라들이 오늘 장에 따라나선 이유가 바로 그거다.
얼라들은 그 장을 동물장이라고 부르는데...
온갖 동물들이 다 나오기 때문이란다.

새벽같이 가야 이쁜넘들이 많다고
오늘 아침 7시부터 가자고~ 깨우고 난리였다나... ㅠㅠ
평소엔 잠꾸러기들이 웃기고 있었으~

하여간 느지막히 간고로~ 이쁜넘?? 들은 눈을 씻고 봐도 없었고~ ㅎㅎㅎ
토끼랑 닭들이랑 밖에 없었다나~~
속으로 어이구~ 잘되었다~ 하고 돌아서는데...

꼬맹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토끼전 옆에... 아기고양이 한 마리 웅크리고 있었다나~
잿빛고양이였는데... 눈이 참 슬퍼보였다. 내눈에...
울먹울먹하는 그런 표정??? 왜 그렇게 느껴졌는지 내도 모르겠는데...

머 생기긴 페르시안고양이처럼 생겨갖고서리...
얼라들이 폭 빠져버렸다.

사자~ 사자~ 사줘~ 우리가 갖고가~ 불쌍하잖아~
오늘 날도 추운데... 너무 불쌍해... 우리랑 살자~
강냉이도 친구가 있어야 해~

아우성도 그런 아우성이 없더라~
동물전?에 있던 아지매들 다 와서 웃고섰드라~ 오메...

고마 싸게 주소 마~ 얼라들이 저리도 원하는데...
임자인가봅세~

졸지에 고냥이 한 마리 안아들고 와야했다나...
끈으로 목을 꼭 졸라매놓아서 그거부터 풀어줬다.

얼라들은 좋아죽는다.
내는 할매한테 말 들을 일이 걱정되어 죽갔구마는~
있는 고냥이도 골치 아푸구마는...

이름을 껌댕이라고 지었다.
잿빛 바탕에 시꺼먼 얼룩이 있어서.

내보기에 꼭 아궁이에 들어가서 한바탕 뒹굴다 나온 형상이라...

얼라들 입에서
뻥튀기 튀밥 고마 보노보노 도비 양미리 양말~ 별 이름 다 나오드라.
결국 색깔이 시껌댕이같다고 해서~ 껌댕이로 낙찰봤다.
시껌댕이 껌댕이 댕댕이~~ 애칭 댕댕이~

이넘이 순하게 생기긴 했는데
집에 와서 강냉이랑 첫인사를 시켰더니만
샥샥~ 거리면서 덤비더라.
순식간에 강냉이 도망쳤다.
먼일??? 나이값도 못 한다고 덩치값도 못 한다고 강냉이 쫓겨났다.
이런거이 굴러온 돌이 박힌돌 빼낸 상황???

꼬맹이... 오늘 일기쓸 거리가 많다고 입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