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집을 뒤집어 엎다!

산골통신 2007. 12. 21. 14:10
우리는 아직 김장을 안 했다.
언제 할지 모른다.
배추는 아직 밭에 있다. 비닐과 천막과 보온덮개와 차광막을 뒤집어쓴 채.

겨울같지 않은 겨울날씨 때문에... 아니 덕분이라 해야하나.

그 틈새를 노려 대대적인 집공사를 벌였다.
집 뒤집어엎기는 갑자기 여유가 너무 많이 생기면 슬금슬금 도지는 중증질환인지라.

벽없는 창고하나 짓고
창문이고 뭐시깽이고 문짝이라고 생긴건 모조리 갈아버렸다.
내친 김에 저노무 지붕도 들어내버릴까 잠시 맘을 먹어봤으나
꾹꾹 눌러 참았다. 아직은 때가 아니니...


좁디좁은 마루도 봉당까지 안에 넣어 보일러를 깔아버렸다.
귀농 후 몇년간 겨울이면 밤마다 찍어댔던 귀곡산장 전설의 고향은 더이상 찍지 않는다.
해서 밤이 되면 딴 세상에 온 듯싶다.

창문과 문짝을 새걸로 갈아버리니 눈에 거슬리는 건 마루장판
얼라 셋이 뛰놀았던 흔적이 무수히...
팽이를 돌려 구멍이 뻥뻥~ 이음새가 있던 부분은 찢어져...
기어이 흥부네 방바닥같은 바닥을 더이상 못 봐내서 장판도 갈기로 했다.

장판을 갈아보자... 자아... 벽이 여엉 거슬린다.
천방지축 얼라들 자라난 흔적이 고스란히 있는... 전위예술? 설치미술?
아니... 가히~ 작품이라고도 할 만한... 그림들? 낙서들 하며...
꼬맹이 글자 배운다고 붙여놓은 이런저런 그림들...

그래. 벽지도 갈아보자.
그러자니~ 천정이 눈꼴사납다.
울집 천정은 도배지를 붙일 수 없게 만든 천정이다.
좀 희한타~
지붕에서 물이 새서 너덜너덜...

하지만 머리속으로 이 궁리 저 궁리 하다가...
장판에서 멈춰버렸다.

참자! 참자1 자고로 참는자에게 복이 있나니...
창문과 장판 가는 것만해도 어디냐...
마루도 덩달아 넓어졌잖냐...
욕심내덜말자.

장판 까는 것도 수월한거이 아녀~
저 수많은 마루의 책장과 책들을 어디로 이사를 시킨담.

방학을 맞아 와있던 큰넘이 된서리를 만났다.
우리 같이 하자~~ 이걸 니 엄마 혼자 하게 만들거니? 응응~~
동생들은 학교가고 없고... 장판아저씨는 온다고 전화가 왔고~
막 급해졌다.

우리 같이 하자아~ 꼬시고 꼬셔~ 책을 나르게 했다.
이넘~ 책이 이다지도 무거운 넘이라는 걸 이번에 뼈저리게 느꼈을 꺼다.
아차. 책무더기를 떨어뜨려 발을 쥐고 방방 뛰기도 하고...

몇년전 귀농하면서 책을 한 트럭분 정도는 처분했을 것 같은데...
왜 아직도 이렇게 많은 걸까...
벽돌을 구해와서 책장을 더 꾸며야 할까보다.
책장은 무겁기만 하고 나중에 옮기기도 성가시고 그렇다.
벽돌과 두꺼운 판자로 층층이 만드는 책장은 보기도 괜찮고 옮길때도 부담없어 좋더라.

재제소에 가면 나무껍질채 잘라놓은 두꺼운 판자들이 많다.
그거 몇개 대패로 밀어갖고 오면 아주 쓸만한 책장이 만들어 진다.
벽돌은 냉가벽돌을 은박지나 뭐 이쁜종이로 싸서 만들어도 되고
빨간벽돌은 그냥 써도 된다.

음악 크게 틀어봐라~ 우리 신나게 일해보자구~
연음제때 공연했던 노래를 쿵쾅~ 거려가며 책을 날랐다.
근 두어 시간 걸렸나... 아후... 팔이 욱신거린다.
그래도 둘이 하니 척척 일을 빨리 할 수 있어 좋았다나.

온몸이 먼지 투성이~ ㅠㅠ 책먼지가 이리도 지독할 줄은 몰랐다 말이다.

얼라들 다 크고 나면...
얼라들 수준의 책들은 다 어딘가로 보내야 한다.
한바탕 책정리를 해야겠지.
책은 한 곳에 묵혀져 있으면 책구실을 못한다.

어쨌든 집수리를 몇번째 하는지 모르겠다.
처음엔 도배장판만 하고 살면 되겠지~ 했던 집이
다 부숴버리고 새로 짓자~~ 라는 식으로 차츰 마음이 변해가자
겁이 나더라.

삼십년 전에 구옥을 헐고 새로 자알 지었다는 집이라고 마음을 푹 놨더마는
돈 잡아묵는 귀신이더라~

해서 귀농하겠다는 분들 만나면 만나는 족족~
해마다 해야 할 집수리에 <취미>가 있으시다면 모르되 영 없으시다면~ 헐고 새로 지으시라는 당부를 꼭꼭 하고본다!!!
우리나라 구옥은~ 집수리비용과 새로짓는 비용이 거의 맞먹는다고 보면 된다.
머 어떻게 짓느냐에 따라 확~ 달라질 수도 있겠지마는...

옛집은 난방 방식이 다를때 지은 집이고
또 농사일하느라 공간활용을 많이 해야만 했던 집방식이라

현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좀 덜 맞는 부분이 있더라말이지.

우리는 옛집 뒤뜰 장독대를 부엌으로 개조를 했으며
옛부엌을 방으로 만들고
마루와 현관(봉당)을 보일러를 설치한 마루방으로 바꿨으며
처마를 내었다.

크고작은 창문 다섯개와 문짝 세개를 보온이 되는 걸로 바꿨으며
헛간 하나를 새로 지었다.

다 쓰러져가는 아랫채를 헐고 새로 황토방으로 지었고...

이래저래 몇년동안 집공사만 한 듯한 기분이더라고...

해서~ 이번 공사를 끝으로...(여엉 지붕이 찜찜하지만서도~)
집에 손을 안 대고싶다고요...
징그럽다고요...

왜 사람 사는데 이리도 성가신거이 많으냐고요~~
몸뚱이 하나 건사하는데 들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훌훌 털고... 가뿐하게 살아야 할낀데~~

집을 이래저래 고치고나이~ 맘은 홀가분한데...
안 추워서...

마당을 훌쩍 쳐다보이~
발바리 똥개~ 아롱이 이번주에 몸 풀~
집이 여엉 눈에 밟히네~ ㅠㅠㅠ
쟤 집도 수리를 해줘야쓰겄네~ ㅠㅠ
저번에 해준 집은 맘에 안 드나봐~ 쳐다도 안 보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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