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 다음 날이 추워지는 건 당연지사... 허나 그 당연한 계절이 희한하게 돌아간다. 새벽... 비가 주룩주룩 지붕에 부딧치는 소리가 들린다. 잠결에 더듬더듬 나가본다.
비설거지를 해야할 것들이 있는가~ 한참 눈을 비벼가며 머리속을 뒤집어본다. 방앗간도 정리했고 왕겨도 치워버렸고 콩단은 덮어놓았고 무시레기들도 거둬들였고 천막도 접어들였고 음... 안 뛰쳐나가도 되겠구나~ 싶어 다시 겨들어와 잠이 든다.
하루걸러 또는 매일 비가 새벽마다 뿌린다. 눈이 오다가 아침엔 다 녹아버리기도 한다.
그런날 아침이면 안개가 자욱하니... 산골짝 작은 마을을 휘감아 감싸 산 아래 물건너 마을에선 안 보이기 일쑤이다.
이거 겨울 맞나... 폭설이 예상된다고 일기예보는 겁을 주고 아이들은 눈썰매 타야한다고 눈아 눈아 오너라~ 노래를 부르고... 할매랑 선녀는 마늘밭 양파밭 아직 비닐을 안 덮었는데 아직 배추 안 뽑았는데... 감낭구 감도 안 땄는데~ 머 그런 걱정만 하고 앉았다.
쌀방아를 마저 찧어야 하는데 현미를 찧으려면 있어야 하는 부속품 하나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려... 쥐가 물어갔나~~ ㅎㅎㅎ 이 구석 저 구석 다 뒤져봐도 없어... 마침내 심심하면 들르는 고물장수한테 혐의를 뒤집어씌웠다. 안 그러고는 멀쩡히 잘 모셔뒀던 그넘이 왜 없어져...
고물장수... 한 서너명 정도가 이 골짝 저 골짝 돌면서 휩쓸어간다. 옛날 항아리들이나 골동품들... 농짝 궤짝 뒤주 머 등등... 녹슬고 망가진 농기계같은거 머 하여간 다 가져간다. 그러고는 휴지 두루마기 하나 던져주고 간다. 에그~ 강냉이나 있음 주지~ 휴지 많은데...
농사철 쥔장이 집에 없으면 집을 마구 뒤져가기도 한다. 멀쩡한 애들 자전거도 슬쩍 트럭뒤에 얹어가기도 한다.
이 산골짝 마을에서 요주의해야 할 인물들이 개장수하고 고물장수다. 아주 찍어놓았다. 몇년전엔 이웃에서 애지중지 기르던 비싼?? 강아지들이 하나 둘씩 슬금슬금 없어지기도 했다. 그 강아지들 내한테 무수히 얻어맞던 넘이었는데... 밤마다 울집 병아리들을 잡아묵어서...
해서 현미찧기는 올스톱되어버려... 농기계센타 직원이 부속품가져 오기만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는 형편이다. 해서 요즘 맘이 여엉~~ 거시기 껄쩍지근~~하다. 기다리는 사람들한테 미안해서...
날은 그다지 안 추우나 그래도 무를 밭에 그대로 둘 수 없어 뽑았다. 헛간에 무를 날라다 저장하고 무시레기들은 헛간안에 이리저리 빨래처럼 걸쳐놓았다. 새끼줄로 엮어 매달기도 구찮고해서... 그냥 줄을 이리저리 쳐서 걸어버렸지.
배추는 아직 김장을 할 수가 없어 그냥 냅두고... 한 영하 오도 정도 내려간다하면 뽑아무져야겠지. 아직 알이 덜 차서 시퍼런 김장 하게 생겼다만~ 머 그래도 어쩔 수 없지비...
가을에 무 농사가 별로 시원찮아 무씨를 더 심자~ 해서 새싹길러먹는 무씨라나 머 그런거이 하나 있길래 냅다 갖다 심었더니만~ 나오라는 무는 안 나오고 엉뚱한 달랑무가 나왔더라나~ ㅋㅋㅋ 해서 오늘 달랑무 한 구루마 뽑아서 가져다놓았다. 졸지에 총각김치 담게 생겼다. ㅎㅎㅎ
오늘 다듬다 다듬다 못 다듬어서~ 내일 또 해야한다. 다듬기가 구찮아 그렇지 소금에 절여놓으면 김치가 되니까...
이웃 태국아지매는 질금콩 타작하고 난 콩단을 또 수북히 부어주고 갔다. 저번엔 팥이랑 흰콩~ 이번엔 질금콩~ 아마도 다음엔 검정콩 차례인거 같은데~~ 해서 울집 마당이 온갖 콩찌끄러기로 가득찼다!!! 이러다가 울집 콩 많이 한다고 엉뚱한 소문날라~ ㅠㅠ
따뜻한 나라에서 살다 온 사람이라 그런가... 온통 얼굴을 보자기로 감싸고 모자를 쓰고 다닌다. 우리네야 이정도 날씨는 푹하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춥겠지...
이런저런 가을 들일에 치여서 감따는 것을 놓쳐버렸다. 몇번 서리내리고 눈 내리고 춥고 하더니만 감이 홀라당 익어버렸다. 이렇게 되면 딸 수가 없다. 흔들 수도 없고 천상 나무위에 올라가서 하나하나 따야 한다는 소리인데... 누가 나무를 탈꼬... 걱정이다. 대봉시라 크고 단 홍시인데... 하나 먹으면 배가 불러 두개는 도저히 못 먹는 넘인데... 따지를 못해 못 먹는다. ㅠㅠ
천상~ 땡땡 날이 추워 감이 얼었을때 흔들어 딸 수밖엔 없단다. 옛날엔 그랬단다.
달이 밝다. 외등불빛보다 더 밝다. 보름인가. 달이 밝으면 별이 자취를 감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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