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텃밭 이야기

산골통신 2007. 11. 10. 14:21
가을 상추는 쇠고기 한점하고도 안 바꾼다고 뉘 그랬다나.
삽겹살 집에서 상추 한접시를 내주면서 다시는 상추 더 달란 말을 하지 말랬다나~
겁나게 비싸다고.
삽겹살을 상추에 싸먹는거이 아니라 상추를 삽겹살에 싸먹어야 할판이라 했다나~

늦여름부터 상추씨앗봉지를 애지중지 갖고댕기면서
빈땅만 생기면 술술 뿌려놓았더랬다.

토마토 덩굴이랑 오이덩굴 걷어내고 가지 뽑아내고
빈 자리가 쑥 드러나자
냉큼 상추씨를 골골이 뿌려버렸다.

그 옆고랑엔 당근이 풀처럼 자라고 있고
열무랑 얼가리배추랑 사이좋게 뒤섞여 자라고 있고
한쪽 옆고랑엔 쪽파들이 살고 있다.
그 옆으론 주욱~~ 김장배추들이 속이 차려고 얼차리고 있고.

집앞 텃밭이
이제 밥상차릴때 필요한 찬장구실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엔 참깨다 배추다 한가지 작물만 키웠더랬는데...

상추니 오이니 이런건 집 가까운데 심어야 한다고 누누이
할매를 설득하야...
머 멀리 심으면 안 갖다 먹게 된다나~ 말을 이리하면
울 할매왈:
그건 니가 게글러터져서 그런겨~~ 좀 움직여봐! 핑게김에~

본전도 못 찾았더랬지비... ㅠㅠ

이제 할매도 허리가 꼬부라지고 다리힘이 없어져 지팡이를 짚기 시작하시면서
텃밭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하셨다나~

오이랑 가지랑 한 고랑 차지하고
토마토가 한켠 차지하고
상추랑 정구지랑 한 귀퉁이 차지하고
쪽파랑 열무랑 배추랑 한고랑 차지하고
고추도 일삼아 심고 들깨도 몇포기 갖다 심어놓고
한쪽 구석 빈자리엔 호박 몇알 심어두고

머 그러면
들일 바쁠때 일삼아 밥상 차리느라고 골머리 안 썩여도 된다말이지.

된장 간장 고추장만 있으면
고추 몇개 따오고 상추 몇입 깔려오고
오이 두어개 따오고 가지 몇개 따서 가지냉국을 하던가 볶아먹던가 하고
토마토랑 상추랑 정구지랑 들깻잎이랑 대충 썰고 뜯어 들기름 뿌려 샐러드 만들고
쪽파 뜯어(뽑으면 내년 봄에 안 올라오니께~ ㅎㅎ 뿌리는 냅두고!)
버무려놓고 열무 배추 겉절이 하고 등등

그러노라면 밥상이 비좁게 차려진다.

머 날궂은날 심심하면 호박 한덩이 따서 돈적 꿔먹고
정구지랑 양파랑 호박이랑 쪽파랑 고추랑 등등 섞어서 후후~ 맵게 적 꿔먹어도 되고...
삼동추 씨 뿌려서 가을에 한차례 뜯어먹고 내년 봄 또 올라오면 또 뜯어먹고~

텃밭 한 몇십평 있으면 아쉬울 것이 없겠드라고...
울집 옆에 있는 텃밭이 한 팔십여 평 되는데
비닐하우스 하나 만들어 고추 키우고
무랑 배추랑 키워 김장하고
나머지 자리에 이런저런 텃밭용 야채 키우니까 다 되드라고.

감자심어 캐고 난 다음 무 배추 심고
아니면 참깨 심어 찌고 난 다음 가을배추 심어도 되고
이모작이 되더라고.

나머지 구석탱이 빈자리에다간 일년내 뜯어먹어도 자꾸 자라올라오는
끈질긴 넘들
참나물이랑 쑥부쟁이랑 개미취랑 참취랑 산마늘이랑 전호랑 두메부추랑
심어두고
집 가까운 쪽으로는 상추랑 이런저런 금방 따먹기좋은 넘들 심어두고
저어짝 구석탱이 눈에 안 띄는 곳에다가 방아 몇포기 심어두고

나무꾼이랑 선녀랑 마늘밭에 거름내고 갈고 어쩌고 저쩌고 일이 바빠 점심때를 놓쳐
부랴부랴 집에 들어와서 밥상을 돌보는데...

아침먹은대로 또 먹자고 밥상을 펴보니
뭔가 아쉬워...
뒤안 문을 열고 텃밭을 둘레둘레 돌아보니
상추가 뜯어먹어도 좋을 정도로 또 자라있어...
얼렁 몇잎 뜯어다 씻어 상에 놓으니 뭔가 밥상이 가득차보이는데...
덩달아 고추 몇개 따다 고추찜도 해놓고
얼갈이배추 몇포기 솎아다 겉절이 해놓고
된장에 박아놓은 깻잎장아찌 한접시 내놓으니
꽤 푸짐해뵈네...
거기다 나무꾼 좋아하는 갈치구이 한접시...

그러면 되얐지 머~

이래서 한끼 두끼 세끼 해결해버리는거지 머~

이제 곧 무 배추밭에서 시레기들 무수히 나올꺼고~
그러면 겨우내내 무랑 배추랑 시레기국만 끓여먹어도 좋을 철이 오는겨.

그냥 보면 자그마한 텃밭이지만
그래도 거기서 나오는 것이 만만찮아.
일년내 이 밭만 잘 관리해도 시장 안 가고도 살아.

겨우내 상추 뜯어먹으려면 비닐을 실하게 덮어줘야되겠네.
날 더 추우면 보온덮개랑 이런저런 것도 덮어줘야지.
따뜻한 낮에는 열어주고 아침저녁으론 덮어주고.
아궁이 재 가끔 쳐서 뿌려주고...
가물면 물 뿌려주고
그러면 봄이 오기까지 넉넉하게 푸른 잎 상추 먹을 수 있다나.
참 고마운거지.

이제사 말인데...
사실 큰 마트라는 곳엘 가도 말이지... 머 별로 살 것이 없더라고...
머 마땅하게 밥상 올릴 것들이 없더란 말이지...
머 다 텃밭에 있는데... 하면서 발길을 돌렸더래여.

잘 가꾼 텃밭하나
잘나가는 마트 안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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