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사과나무 통나무를 통째로~ 톱으로 썰지도 않고
마구마구 아궁이에 쑤셔박았다.
지난번에 옆집에서 사과농사하시는 머슴님이 사과나무 전지한 것을 두 트럭이나 가져다주셔서
이제 그놈이 알맞게 말라 때기가 아주 좋더라 말이지...
옆집에 사는 죄로????? ㅋㅋㅋ 사과도 원없이 먹고 땔나무도 걱정없고...
이웃 하나 잘 만나 호강하고 산다...
잘 만난 이웃사촌 하나~ 열 사촌 안 부럽다!!!
뭔가 속에 가득찬 것이 있어 그놈 꺼내고 싶으면
아궁이 불때면 된다.
마구마구 쳐넣고 팍팍 때다보면...
저 불꽃속에... 저 재속에... 다 묻어진다.
다아... 묻어버리고... 다아... 태워버리고 일어선다.
굴뚝의 저 연기는 꼭 내맘같이 이리저리 지들 맘대로 흩어진다.
오늘은 바람이 분다. 많이 분다.
추워진다네... 그럴꺼야. 이제 음력 9월도 다 지나가고... 10월... 될껀데.
할매는 짚을 우리가 다 못 걷으니까 놉을 둘 정도 사서 걷자고 하셨는데...
믿거라 하고 있던 그 두 사람이... 편찮으시단다... 위암이라던가...
미안타고... 전화를 두번 세번 하시네... 괜찮타고... 뭘 그런걸 갖고 미안타 하시느냐고..
몸조리 잘 하시라고... 전화를 끊으셨단다.
에구... 그저 건강이 최고인데... 우야노 말이지... 그 좋은 사람이...
해서 일주일 예정잡고!!! 안 되면 한달 예정잡고...
할매랑 선녀랑 짚을 걷기로 했다.
할배만 안 편찮으시면 할매랑 선녀랑 한 사나흘이면 다 끝낼 일이련만...
집을 비울 수 없으니... 잠깐 잠깐 해가 좋을때만 일을 해야하므로...
일 진척이 안 난다.
비가 오면 뒤적거려 말려가며 걷을 생각하고...
걷는대로 날라다 놓을 생각하고...
되는대로 해야겠지.
나무꾼은 도시 일복이 너무 많아... 불러대는 사람이 너무 많아...
조용히 산골에서 쉴 수가 없다.
우리나라 일만 해도 벅찬데 국제 NGO 일까지 거들어야 하니...
몸이 둘이라도 모자를 판...
그래도 시간이 나면 득달같이 와서 거들어주니
내가 이해를 하고 넘어가야지 항상 별 수가 없다.
아침에 소 부루셀라병 검사원이 온단다.
요샌 소 한 마리 팔아먹을라면 혈액검사 거친다음 증명서가 있어야만 된다나...
팔아묵는 것도 수월치 않탄 말다.
큰 소 두 마리 팔아치울거다.
이넘들이 말을 일궈서 죽겠단말다.
송아지들만 키울꺼야.
가서 소똥이나 이리저리 치워줘야지~ 검사원이 욕하겠네...
가을 들녘은 그야말로 황금들녘~
논둑밭둑엔 억새꽃이 나풀거리고...
도랑가 물 내려가는 소리... 맘이 썰렁해진다.
아궁이에 통나무 두어 개 쑤셔박아놓고 논에 가야지.
오늘 하루는 짚걷는데 다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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