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뭐든지 익어야 맛이 있다!!!

산골통신 2007. 10. 29. 11:57
일도 때가 되어야 잘 되고
과일도 익어야 맛이 있다.

이 말을 이제는 알겠다.

해마다 단감이 맛이 없어 나무만 쳐다보고 딴길을 갔더랬다.
그나마 해마다 벌레등쌀에 단감이 다 떨어져 맛도 못 보고 넘어간 해가 몇해였더랬다.

허나 올해는 감이 좀 달렸다~ 살아남은 애들이 좀 있네...
오며가며 따먹어봤다. 에이 맛이 좀 없다... 좀 더 익거든 오자.
근데 단감은 익으면 물렁 물컹하잖아. 그런건 싫은데... 단감홍시는 별루야.

나무꾼이 홍시만 먹으면 탈이 오지게 나는지라
할매가 나무꾼 먹게 특별히 감을 삭혀주신다고
덜익은 대봉시 감을 따오라고 하셨네.

들통을 들고 감쪽대를 들고 쭐레쭐레 갔지.
나무꾼보고도 같이 가자고~ 꼬맹이 장화신고 따라붙고..
요놈은 장화 안 신으면 절대 밭이고 산이고 안 간다. 뱀때문에...

비가 올려고 하늘은 꺼뭇꺼뭇...
나락 다 떨고 난 다음이라 너무나도 홀가분한 마음에
무겁디무거운 몸 구들장에 눕히지도 않고 가볍게... 뒷골에 올라갔다.

손에 잡히는대로 감을 따담고...
홍시가 된 넘이 없나... 찾아봐도 없어... 까치가 찍어놓은 넘도 없어...
털레털레 단감나무한테 찾아가봤더니... 우와... 살아남은 넘들이 제법 많다.
하나 따묵어보자~~ 꼬맹이랑 선녀랑 하나씩 들고 먹어본다.
우와... 이제 맛이 들었다. 진짜 꿀맛이다. 이정도로 맛있는 건 첨 먹어본다.
홍시? 저리가! 눈길도 안 줬다.

하나를 다 먹어치운 다음에 단감을 따기 시작했다.
꼬맹이 길고 무거운 장대를 들고 영차영차 신나게 감을 따고
선녀는 손이 닿는 곳에 있는 넘들 따고
대봉시를 다 딴 나무꾼 늦게 올라와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 딴다.
따면서 먹으면서~ 또 따면서 먹으면서...

그 자리에서 몇개를 먹었던지.. 배가 다 부르더라.
나무꾼도 이렇게 맛있는 건 평생에 첨이라면서...
원래 단감이 이렇게 달고 시원하고 맛이 있었던거냐면서...

내년부턴 이 단감나무 두 그루를 애지중지... 특별히 관리해야겠다며...
이 나무가 있었는지 몰랐다면서... ㅎㅎㅎ
그동안 천대한건 생각도 안 하고~ 우리는 그랬다나...

할매는 따온 단감들을 보시더니 놀래시면서... 우예 올해는 단감구경을 다 해보겠다시며...
내년부턴 관리 잘 해보자시네~ ㅎㅎㅎ

대봉시를 소주를 조금씩 묻혀 아랫목에 묻어놓았다.
원래는 햇살에 내놓으면 된다는데... 머 그래도 남향받이 아랫목에 두었으니 잘 삭혀질꺼라네.

어렸을 적에...
안 익은 퍼런 감들을 오며가며 쳐다보며 침만 흘렸던 기억이 있었다.
어무이가 소주를 발라 항아리에 삭혀주면 그것 꺼내 먹으면서... 홍시 먹을 가을을 기다렸었던...
그때가 떠오른다.

아이들 원없이 감이고 사과고 먹는다.
이걸 시장에서 조금씩 사먹는데다 대느냐...
나무밑에 퍼질러 앉아 쓱쓱 옷위에 닦아 깨물어 먹는 맛...
바람은 살랑살랑 불고... 서산에 노을 지는 것 보면서...
동산에 달 떠오려고 발개지는 것을 올려다보며...

감이 가득 든 들통을 이고지고 집으로 내려왔다.


그래... 뭐든지 때가 있는거야.
이렇게 감도 때가 되니까... 무서리가 조금 내릴 철이 되니까
이렇게 달고 맛이 좋은걸... 그동안 단감 맛 없다고~ 안 열린다고 타박을 했었지.

세월을 이기려 하지 말고... 시간을 거스르려 하지 말고...
해뜨고 해지고 철 바뀌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그리 살아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