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입동이 하매...

산골통신 2007. 11. 3. 12:30
무심히... 달력을 치다보다가
입동! 글자에 눈이 번뜩... 아... 벌써...

배추는 땅이 좁다하고 옆으로만 시푸르등등 퍼지기만 하고
알이 안 차...
무는 내 다리통만해야하는데 주먹만해...

올해 배추값이 금값이 될거라는데
중국산만 안 쳐들어오면... 배추장사 돈 벌었네...
배추농사짓는이는 중간상인덕에 손털어야 할까?

우예됐거나 올해 김장은 포기하고 작년김장 갖고 버텨야겠네.

요며칠 볏짚 걷어묶느라 논에서 산다.
짚걷는 기계로 덜커덩 덜커덩 댕기는 이웃은
돈 벌 욕심에 걷어줄까 묻는다.

짚걷는 기계로 걷게되면 진흙투성이 그대로 짚이 뒤셖여 묶어져
소가 질색을 하는데...
그리고 다 바스라져서 허실이 많고...

해서 몇번 기계로 묶어본 사람들은 다신 안 묶는단다.
일손이 없거나 짚이 필요없는 이나 묶어서 팔아버리던가 그러지.
짚 한 뭉치에 삼천오백냥 한다네~~

짚 걷는데 한마지기에 이만오천냥? 삼만냥 한다네...
거 싸지도 않은데 다들 기계 좋다하며 걷으라 난리라나...

꾸역꾸역 논에 쭈구리고 앉아 짚을 묶는다.
이제 이력이 붙어 서너마지기 논 하나 하루에 뚝딱 끝내버린다.

며칠 논에서 살면 다 걷을꺼야.
그리곤 조박거려 짚가리를 쌓아무져야겠지.
비가 또 오신다는데...
그 전에 끝내야 할텐데... 일손이 자래갈까 모르겠다.

내일 일요일이니까... 아이들 데리고 서둘러봐야겠다.
니들 겨우내내 짚가리 위에서 아지트 맹글고 놀게 해줄꺼니까...
짚걷는데 게으름 피지 말고 거들어라~ 알았냐!!!

이렇게 당근!을 던져줘야 아이들은 뎀비지~ ㅋㅋㅋ
어렸을 적엔 부모와 함께 일하는 재미에 거들지 말라해도 잘만 했었는데...
친구들 사귀고 컴퓨터를 만지고 하면서부터는...
지들 세계에 빠져사느라 논이고 밭이고 어찌 되어돌아가는지 쳐다도 안 보는 아이들...

논둑에 억새꽃이 필대로 피었다.
우리 논둑에만 허옇다.
여름 마지막 무렵에 풀을 안깍아줘서 그렇다.
짚을 걷으면서 참 이뿌다... 멋있다... 이거 사진찍으면 그림 되겠는데...
싶어 쳐다보면~

지나가는 이웃논 임자~ 한마디 거든다.
그거 근삼위 쳐버리소!!! 가을에 치고 봄에 한번 치면 싹 죽니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논둑 풀땜에 논 이웃 쥔장들이 골치아파 죽을라한다.

아침에 오리길을 걷고왔다.
풀길 냇길 산길... 골고루 밟으며 걷고왔다.

냇물이 가을아침 햇살이 비춰 참 맑게 보인다.
꼬맹이 옆에서 보다말고

냇물 빛이 뭐 닮았어.
뭘...
잠자리 날개!
!!!!!!!!!!!!!!!!!!!!!!!!!!!!!!!!!!!!!!!!!!!!

그래... 내는 그거까진 떠올리지 못했는데...
이넘 머리속엔 뭐가 들앉아있을까.

마을에 단 하나 남은 아이.
지 누나마저 지리산으로 떠나고나면
홀로 남아 학교엘 다녀야하는데...
가장 가까운 친구라 해봤자~ 물건너 사는 아이...
미우나 고우나 같이 놀아야한다나...

가을 햇살이 너무 눈부시다.
수건이라도 눌러쓰고 나가야겠다.
오늘 하루 논 서마지기 짚걷고나면 일이 쑥쑥 줄어들겠지.
시작이 어렵지 시작만 하면 뭐 얼마 안 되더라...

메뚜기 펄쩍펄쩍 이리저리 뛰는 논둑길을 따라...
아침 저녁 걷노라면
마음이 편해진다.

오늘 아침에 서리가 하얗게 내렸다.
곧 호박이 쭈구리 되겠구나.
오늘은 늙은 호박들 거둬들여야겠다.

그리고 양파랑 마늘밭에 거름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