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가을이다.
봄부터 가을을 기다렸다. 겨울을 기다렸지. 목 빼며 기둘렸다.
왜? 왜냐고? ㅎㅎㅎ 일하기 고달파서...
내는 겨울이 좋아. 젤좋아~ 구들장 질 수 있으니까... 그러면서
온 봄내 호미질하고 온 여름내 낫들고 풀베면서 흥얼거렸더랬다.
전에는 봄을 제일 좋아하고 기다리고 그리워했었는데...
산골에 온 뒤부터는 농사일에 손바닥에 굳은 살 박히면서부터는
오매불망 겨울을 기다렸다.
물론 겨울에도 일거리가 솔찮히 있긴하지... 놀고먹진 않지만. 그래도...
감나무 감이 발갛게 변해가고 백일홍 잎이 단풍이 들었다.
강아지풀 억새풀 모두 허얘진다. 바랭이 죄다 바닥에 누웠다.
도깨비풀씨 여물어간다. 도꼬마리 옷에 붙어 안 떨어지고 지렁이다.
도마뱀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쪽파가 제법 자랐다. 삼동추가 솎아먹어도 좋을만치 올라왔고
무 배추가 실하게 키를 키운다.
이웃밭 두해 묵은 밭을 갈고 심은 배추는 벌써 속이 차려고 한다.
우리 텃밭 배추는 아직도 땅 넓은 줄 모르고 옆으로만 퍼져나간다. 저거 속이 찰려나...
올해 김장할 꺼리나 나올려나...
늘상 먹던 깻잎장아찌가 입에 붙질 않는다.
뜨거운 무국이 땡긴다.
들깻단을 나르느라고 오며가며 했더니 무가 두어개 뽑혀버렸다.
무란 넘은 한번 뽑히면 끝이다. 파같이 실뿌리가 실한 넘들은 다시 심어도 살아남지만
무나 배추같은 뿌리가 하나로 되어있는 넘들은 한번 뽑히면 깨갱이다.
엇저녁엔 바퀴에 치여 뽑힌 무 하나 데리고 와서 시원한 무국 펄펄 끓여먹었다.
속이 다 시원하더라.
아궁이에 불 안 때곤 못 살겠다.
엇저녁에도 한부억때고 아침에도 고래 그득 장작을 디밀고 들어왔다.
방안에 연기냄새가 가득찼다. 얼라들은 창문도 열고 방문도 열고... 아후~ 추버라~~ 퍼뜩 닫거라!!!
강냉이는 방안으로 겨들어오려고 기를 쓰고 들락거리는 발목마다 붙어댕기고
아롱이는 그만 포기를 했는지 조용하다.
웃목에서 자다가 새벽에 서늘해져서 아랫목으로 아랫목으로 겨내려갔는데...
꼬맹이가 자리를 차지하고 안 비켜준다.
이넘이 아랫목 차지를 언제적부터 하고 있다. 안 내준다.
아침에 아궁이 불때려고 부지깽이를 찾아보니
이넘들아~~~~~~~~~~~~~~~~~ 몽당 부지깽이밖엔 없네...
이거 뭐니? 너들 엇저녁에 뭐했어??? 엇저녁엔 군고구마도 안 해묵었잖여...
이기 뭐니? 뭐야? 시상에... 짜리몽땅 부지깽이를 얼라들한테 휘둘렀다.
얼라들... 아궁이 깊숙이 부지깽이를 넣어뒀다 꺼내어 휘휘~~ 불그림을 그린다.
연기로도 그리고 끄으름으로도 그리고...
휘휘~~ 불꽃놀이도 한다.
절대 내 없을땐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오며가며 불단속 열심히 해야한다.
헐 수 없이 비닐하우스 만들고 남은 철골 막대기를 주워다가
망치로 두들겨 손잡이 맹글어 부지깽이 하나 장만했다.
이건 안 태워묵겠지비~ ㅋㅋㅋ
강냉이는 불이 무서운지 아궁이 옆 낙엽더미위에서 안 내려온다.
바시락 바시락~~ 그 곳에서 잠도 자는가보더라.
아후 춥다. 바람이 대단하네...
어제 소마구 소여물 주러 갔는데 사료푸대가 바람에 휘익~ 날려서 온 바닥에 다 깔려있더라.
묶어 놓을껄...
소똥 다 쳐주고 검부지기 이것저것 긁어다 깔아주니 소들도 좋은지 게다리춤을 추더라.
비는 온다카지~ 하늘은 맑지... 어느장단에 맞출지를 몰라
팥만 열심히 날라다 놓고 좀 쉬자 싶었는데.
웬걸~~ 바람이 심상찮고 하늘이 어두워진다.
냉큼 뛰나가 쌕쌕이를 끌고 논으로 날랐다.
짚단 묶어놓은거 두 차 그득 실어 마구로 날랐지비~~
두번째 비가 뿌린다.
나락 널어놓던 아지매 황급히 비닐을 씌우고~
콩대궁 꺽던 아지매 서둘러 꺽어 집으로 들어간다.
이기 먼 난리냐... 말짱 하늘이... 먹구름이 가득이네...
바람에 이것저것 다 날린다.
속도를 높여 씽씽 달렸다.
오토바이로 배달하던 우체부아저씨~ 승열네 소마구에 들어가 우비를 갈아입고 계시네~
여기저기 비설거지 하느라 분주하다.
오늘은 일 못 하겠네~ 날이 막 추워진다.
서글프다. 할매는 팥을 따다 마시고 그냥 들어가버리시고...
이웃집 금동할매 팥을 같이 따시다가 가셨다.
이따 또 하시더~ 해가 올라와야 하지 너무 날이 서글프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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