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들깨 타작

산골통신 2007. 10. 18. 11:38
아무리 쉬운 농사라해도

밭 장만해야 하고 씨뿌려야 하고 풀 뽑아줘야 하고 꺽어야 하고 베어야 하고
날라야 하고 털어야 하고 까불어야 하고 씻어건져 말려야 하고~~
또 묵으려면 기름짜야 하고 계피내야 하고 등등...

머니머니해도 거시기가 거시기란 말다.

얼라들 퍼뜩 학교 쪼차보내고 외발수레 끌고 뒷골밭 올라가서
나르기 시작~~
쌕쌕이나 트럭으로 실어나르면 한방이면 끝나겠지만
밭에 들어갈 수가 없고~ 길까지 외발수레로 나르자니~
차라리 집마당까정 나르는 거이 훨~ 낫다말이다.
그기 그거지비~~
또 길을 막고 들깨털고 계신 희득이 할매 비키라고 헐 수도 없공~

먼넘의 들깨가 이리 키가 커~~
그 많은 빗물 다 빨아먹고 키만 키웠나보다.
사람키를 육박한다.

이슬에 푸욱 젖어 물이 뚝뚝 뜯는 들깻단을 수레에 싣고 줄로 칭칭 묶어
집마당으로 나른다.
할매는 멍석을 펴놓고 작대기갖고 털 준비를 하시고...
어제오늘 계속 들깨 털기다.
선녀가 도리깨로 두어 번 뚜드려 내놓으면 할매가 작대기로 툭툭 대강 쳐서 치운다.
머 더 나올 것도 없다~ 나중에 바싹 마르걸랑 한번 더 때려보던가... 치워라...

밭에서 집마당까지 얼마나 수레를 끌고 왔다리갔다리를 했는지
어깨가 빠져나갈라카고~ 다리가 후들거린다.
온몸에 들깨향이 진동을 하고... 들깨알이 온몸 구석구석 돌아댕긴다.
오르막 내리막이라 수레를 전복 안 시킬라면 바짝 힘을 주고 잡아댕겨야 하니까.
힘 뺐다간 내리막에서 우당탕탕 굴러떨어진다고...
평지가 아닌 산골 밭에선 이런 일이 비일비재다.

오며가며 감나무를 올려다보며~ 어디 성질급하게 익은 넘 없나... 뚤레뚤레 살펴가며...
하나 발견... 수레는 팽개치고~ 감나무밑에 숨겨놓은 감장대 갖고
하나 따본다.
아차! 떨어졌다~ 에혀~~ 쭈르르~~ 풀섶으로 내려가서 줒어온다. 에헤~~ 안 터졌당...
걍 풀밭에 퍼질러 앉아서 감홍시 하나 먹어치웠다. 음... 벌레 먹은 넘이군...
또 없나...

해가 서서히 밭위로 올라온다.
들깨는 해올라오기 전에 만져야 한다. 안 그러면 들깨알이 다 터져나가서 말짱 꽝이다.
서둘러야 했다.

축축한 채로 타작을 해야 알이 잘 빠져나오고~ 꼬투리가 안 떨어져 거두기가 쉽다.
꼬투리 떨어지면 일거리가 두배는 늘어난다카이~

여기저기 들깨심은 밭마다 돌아댕기며 다 실어나른 후...
잠깐 쉬자 싶어 들어왔다.
잠깐이다. 다시 나가서 도리깨를 잡아야한다.
해가 뜨겁기 전에 한번은 두들겨놔야~ 하니까.

들깨와 참깨는 새벽이슬맞으며 거둬야 하는 작물이다.